안녕하세요?
저희 딸은 18개월입니다.
얼마 전까지 집안 이곳저곳을 탐색하기 바쁜 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책도 뜸했구요. 밤에 자기 전에라도 한권씩 읽어주려 시도하다 한-두 페이지도 집중하지 못해 아이가 책을 읽어 달라 하기를 그냥 기다렸습니다.
18개월에 접어들고 낮잠자기 전, 밤잠자기 전 치카치카에 관한 책 한권을 들고 오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다 읽으면 또! 또 한번 읽으면 또! 또또또!를 외쳤습니다. 우리 딸도 또또또를 외치는 시기가 오구나~ 싶었습니다.
책 편식이 심해 반복이 그다지 많지 않은 아이였는데, 지금도 정말 좋아하는 책 몇 권만 계속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지만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분이 좋더군요..^^
거의 매일 10시 전후로 꿈나라로 가는 아이가 어젠 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거실에서 저랑 탑쌓기 놀이를 하고 싶어하고 책 읽어달라하고 그러더군요. 원래 잘시간 보다 한 시간가량 지났길래 잠이 올 텐데 재울까? 싶어 두유마실래? 했더니 신나합니다. 그러곤 두유한잔 마시고 꿈나라로 갔습니다. 근데 오늘은 잘시간이 지났는데 냉장고로 달려갑니다. 배고픈가싶어 두유한잔을 어제처럼 따뜻하게 데워줬습니다. 먹고나더니 거실로 가서 이 책 저 책 꺼내봅니다. 읽어달라고 하는 책은 읽어주고 혼자서 빠르게 보는 책은 그냥 혼자 보게 놔두었습니다. 6개월 때, 8개월 때, 10개월 때 들어왔던 전집들도 책장에서 다 꺼냅니다.
전 항상 생각했습니다.
우리아이에게 소위 말하는 책의 바다의 시기가 오든, 밤낮 바뀌어 밤에 이것저것하며 놀고 싶어 한다면 얼마든지 함께해주겠노라고~~~ , 하지만 늦은 밤시간... 한창 뛰어다니는 것에 재미를 붙인 아이의 발걸음소리, 어른처럼 손에 힘이 없어 책꽂이에서 책을 빼서 바닥에 놓을 때마다 들리는 쿵쿵 소리에 전 지금까지 와의 각오가 한번에 무너지는 걸 느꼈습니다.
유난히 층간소음이 심한 아파트입니다. 우리발자국소리가 우리 귀에 울립니다. 그래서 전 아이가 책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한권씩, 몇 권씩 제 손으로 받았습니다. 조용조용~~말하면서 아이의 행동에 자유를 주지 못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아이의 눈을 쳐다보니 눈에 잠이 가득합니다. 물 좀 줄까?했더니 그때부터 물은 안마시고 물컵에서 컵보단 조금 긴 통으로 물을 옮겨 담기 시작합니다. 이쪽으로 담았다 저쪽으로 담았다.. 제가 일부터 조금씩 줬는데 떨어지면 물 물 물! 합니다. 컵을 바닥에 놓을 때마다 툭툭 소리가 납니다. 그 놀이를 1시간이 넘게 합니다. 이쪽저쪽 옮기고 자기가 한 입 마시고를 계속 반복합니다. 씽크대 앞쪽 바닥에 앉아 아이는 그러고 즐거워하며 놀고 바닥에 물을 흘리면 제가 수건으로 닦아주며 놉니다.
근데 그 컵들을 들고 거실로 이동을 하더군요. 거기서는 소리가 더 크게 울릴 것 같아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물놀이 할까? 오늘은 그만하자~ 했더니 울고불고합니다. 다 젖은 내의랑 기저귀를 갈아줬더니 또 하고 싶어 합니다. 엄마랑 낼 아침에 더 많이 하고 오늘은 그만하자고 안아서 달랬더니 어느 정도 잠잠해집니다. 그러더니 이젠 공부상을 펴달라고 합니다. 상에 올라앉아서 색연필을 다 꺼내어 바닥에 던지고도 놀고 스케치북에 가끔 낙서하는걸 좋아하는데 그걸 하고 싶나봅니다. 시끄러워질게 분명해 밤이라서 안돼! 했습니다. 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자~ 지금은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곤란해~ 아이는 바닥에 툭 엎드려 고래고래 웁니다. 제가 안아서 달래는데 그래도 계속 펴달라고 세워져있던 상을 손대다가 아이 이마에 상이 부딪쳤습니다. 바로 아이를 안아서 진정을 시켰는데 서럽게 웁니다. 그러다가 울음소리가 진정이 되더니 잠이 듭니다.
푸름이 부모님~
늦은 밤 시간 아이가 놀고 싶어 하는데 아랫층에 피해가 될까봐~ 시끄럽다고 올라올까봐~ 아이가 노는 걸 맘껏 즐기게 못해주고 아이가 노는 동안 제 맘이 편치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잠이 많이 오는 것 같아서 자러갈까?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계속 놀고 싶어 했는데 상을 안 펴주자 울면서 잠든 건 그냥 순전히 잠투정이었던 걸까요?
아이에게 허용하고 싶은 게 많은데.. 제재를 하는 맘이 편치 않습니다. ㅠㅠ
[닉네임: 라온하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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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하제님.
힘든 문제지요. 아이는 층간소음이 남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 수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더구나 본능적인 호기심이 왕성하여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면서 호기심을 충족 시켜야 할 시기이기도 하지요.
거기에 엄마의 예민함과 억압받은 분노가 뒤엉켜 훨씬 더 제한이 더 해지고 있네요. 경제적으로 허락 한다면 1층으로 이사 가서 아이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라고 하고 싶네요. 푸름이닷컴 회원님들 중에는 진짜 아이 교육을 위해 이사를 단행한 회원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요.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될 수 있으면 낮에 하고 밤에는 조용한 활동을 하도록 이끌어 가세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아이가 하려 한다면 아이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고 사랑의 규제를 하세요.
저는 월세를 살아서 밤에 푸름이가 울면 주인을 깨울 까봐 푸름이를 업고 푸름이 엄마와 무조건 밖으로 나가 푸름이가 부정당할 기회를 최소한으로 줄였지요. 그러다 어느 정도 자란서 분별을 가질 나이가 되니까 그때부터 교육은 너무나 쉬어졌습니다. 말로하면 모든 것이 통했으니까요.
지금은 힘들 때 입니다.편치 못한 마음 이해합니다. 잠투정이던 아니면 울다 지쳐 잠들던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