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저희 첫째 예은이 때문에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고민이 많이 돼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부끄럽지만 지금의 예은이가 있기까지 배경상황을 잘 설명을 해드려서 푸름이 아버님께 최대한 많은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에 글이 두서없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이해해주시고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은이를 임신했을 때 엄마가 아들 꿈을 꿨다고 해서 당연히 아들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임신4개월 무렵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집에 와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 뒤로는 의사선생님이 잘못 봤을 수도 있다 낳아봐야 안다 생각하며 임신 기간 동안 크게 나쁜 일 없이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낸 편이었습니다. 기독교인이라 매일 밤 말씀보고 남편과 같이 같은 시간에 아이를 위해 기도도 했습니다. 하지만 낳았을 때 역시 딸이라는 걸 알았을 때 너무 마음이 힘들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처럼 엄마를 미워하는 존재를 세상에 만들어 놓은 것 같아 앞이 캄캄했습니다.아들에 대한 욕심이 이렇게 강한 줄 임신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어렸을 때 제가 둘째딸로 태어나서 시골집에서 저를 낳았는데 할머니가 딸인 것을 알고는 탯줄도 안 잘라줘서 엄마가 혼자 탯줄을 잘랐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그래서 엄마는 저를 낳은 시간도 기억을 못합니다.)그래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엄마는 농사 짓는다고 논밭에서 일하고 할머니가 저를 키웠는데.. 엄마말씀으로는 "너거 할머니 진짜 독했다. 얘가 울어도 거들떠도 안보고 자기 할일 했다" 하시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항상 꾸중을 많이 듣고 자라서인지 할머니에 대한 감정은 잘 모르겠고 전 엄마가 참 미웠습니다. 항상 언니와 동생과 비교했고 늘 저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했습니다. 제 이름도 남동생 낳으라고 지어진 이름입니다. 그래서 제 밑에 바로 남동생을 낳았구요. 자라서는 엄마가 제 몸에 닿이는 느낌도 싫었습니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 수준이었는데 술 마시면 집안의 물건을 부숴서 밤이 되면 항상 불안했습니다. 아버지는 결국 중 2때 산에서 자살했습니다. 그때의 감정들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전 예은이를 낳고 직장생활을 계속 했기 때문에 아버지도 안계시고 엄마는 특별히 하는 일도 없으셔서 저희 집에 와서 예은이를 봐주셨습니다. 하지만 엄마와 같이 살게 되면서 엄마와 많이 부딪히고 하루 하루 고통스러웠습니다. 엄마와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엄마는 8개월까지 키워주다가 객지에 혼자 사는 남동생 밥해준다고 간다고 하셔서 동네 아주머니에게 예은이를 맡겼는데 예은이가 3일간 단식투쟁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친정엄마가 다시 내려와서 18개월 정도까지 봐주셨습니다. 그러고 동네 아주머니에게 다시 맡겨서 길렀구요. 아침에 자고 있는 아이 깨우기 싫어 저희 집에 와서 봐주시는 이모를 구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 종일 돌보기 힘들다고 해서 어린이집에 4살 경에 보냈는데 가기 싫어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친정엄마가 3개월 정도 다시 봐주셨습니다.

은이 낳고 몇 달 정도는 힘들고 섭섭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 뒤로는 예은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생겼고 사랑스러웠고 5시에 퇴근하고 나서는 곧바로 집에 와서 최대한 많이 예은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20개월 무렵 푸름이닷컴을 알고부터 책도 많이 읽어줬고 나름 최선을 다해 배려깊은 사랑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예은이가 동생 낳아달라는 말에 둘째 계획이 없었지만 둘째가 딸이라도 예은이를 위해서는 하나보다는 둘이 좋겠다는 생각에 동생을 가졌습니다. 감사하게도 원하던 아들이었구요. 저는 임신하고 얼마 후 바로 휴직을  했습니다. 둘째 낳고나면 예은이랑 더 같이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낳기 전까지만이라도 예은이와 더 많은 시간을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동네 이모에게 맡겨서 키운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예은이와 하루 종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예은이는 5살이 되면서 이미 엄마보다는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아져있었구요. 그래서 5살부터 유치원을 다니게 됐습니다. 하지만 유치원 갔다 오고 나서는 같이 산책도 하고 나름 최선을 다해 예은이와 함께했습니다.

  둘째를 낳아도 난 더 많이 예은이를 사랑해야지 다짐을 했지만 둘째를 낳고 산후풍이 오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숟가락 들 기운도 없고 어지럽고 장판을 켜도 춥고 시리고.. 죽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나 절망스러워서 저의 힘든 마음을 예은이에게 다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같이 놀아달라고 해도 귀찮아하고 예은이 앞에서 울기도 했고 머리를 때린적도 몇번 있고 베개로 때린 적도 한번 있고 머리채를 잡아 흔든 적도 한번 있습니다. 물론 화도 많이 냈구요. 윽박지르기도 하구요. 유치원 갔다 오면 집에만 있게했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면 바람만 살짝 불어도 추워지면서 기운이 쫙 빠져버렸거든요. 산후풍 치료를 한의원에서 계속 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좋아지지 않아 절망스러웠습니다.

둘째 낳은 후 거의 10개월 정도 예은이를 제대로 돌보기는커녕 학대를 했습니다. 그러고 바로 후회하고 미안하다고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엄마가 이러는 건 예은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아프고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예은이 잘못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남아있겠지요.

지금은 둘째가 돌이 막 지났습니다. 몸이 완전하기는 않지만 많이 좋아져서 나름 예은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예은이는 이미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 현재 예은이는 자신감이 없고 주눅이 들어있습니다. 손톱을 깨물고 옷도 질겅질겅 씹습니다. 친구랑 노는걸 보면 자기 의견을 얘기하지 못하고 친구 맘대로 해도 그냥 따라합니다. 하지만 친구랑 노는 걸 너무 좋아합니다. 친구에게 너무 연연해하는 느낌이 듭니다. 전 자꾸 끌려다니는 모습 보는 것도 싫어서(그런 모습을 보면 속에서 뭐가 확 끓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엄마랑 놀자고 해도 친구랑 노는 게 이제 더 재밌는 모양입니다. 예은이는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데 상대방이 그만큼 예은이를 좋아하지 않으면 상처를 받는 것 같습니다. 읽기독립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유치원 가기 전에는 몇 권 혼자서 읽고 자기 전에는 읽어달라고 해서 동생은 아빠에게 맡기고 저는 최대한 책을 읽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아빠가 늦게 오면 동생을 안거나 업고 읽어주구요. 최근에는 개념씨 수학나무, 포커스테마 명작동화를 자주 읽더니 요즘엔 만화책을 사달라고 하고 자주 봅니다.

예전에는 유치원 갔다오면 혼자 책을 곧잘 읽곤 했는데 지금은 갔다오 면 바로 "친구집에 놀러가면 안 돼?"합니다.

아빠가 야후꾸러기에서 게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서 한번씩 컴퓨터도 하고 싶어 합니다. 이미 배운 거 너무 제한하면 더 하고 싶을까봐 20분 정도 하게합니다.

얼마 전에는 예은이를 때린 게 너무 미안해서 엄마를 때리라고 했습니다.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예은이는 엄마가 너무 좋아서 안 때릴거야 하더니 몇 번 더 얘기했더니 제 머리를 몇 대 때렸습니다. 몇대 때리더니 더 안 때릴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엄마를 용서한다고 하더군요. 좋은 방법이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는 예은이 때리지 않겠다고 만약 엄마가 예은이 때리면 예은이도 엄마를 때리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제가 버릇을 고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금 저의 상태는 예은이를 더 많이 안아주려고 하고 있고 하지마라, 안 돼라는 말을 줄이려고 하는데 순간순간 분노가 끓어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둘째 임신했을 때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버지 때문인지 누가 자살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저는 마음이 힘들고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남의 일 같지 않고) 임신중이라 안 그러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안됐습니다. 둘째 낳고 산후풍이 오면서는 제가 자살하는 상상도 많이 했습니다. 평소에 겁이 많고 무서움을 많이 타는데 노무현 대통령 사건 이후로는 더 무서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순간순간 불안하기도 하구요. 다행히 엄마에 대한 미운 마음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결혼 후 남편에게 엄마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고 이젠 엄마의 상황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예은이 키우기 위해 저희 집에 살 때 엄마와 많이 싸우면서 억눌렸던 마음들이 많이 풀렸던 것 같습니다. 예은이 키워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도 있구요

푸름이닷컴을 통해 내적불행이 원인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끓어오르는 분노 때문에 주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책도 읽고 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어릴 적 기억도 별로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최대한 예은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두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예은이의 상처를 어떻게 하면 회복시킬수 있을까요?

컴퓨터는 다른 데 관심을 돌려서 못하게하는게 좋을까요? 한번씩 하게 해줘도 괜찮을까요?

잘 때는 책 읽어달라고 하는데 계속 읽어줘야 할까요?

친구 때문에 상처를 자꾸 받고 울기도 하는데 친구랑 놀고 싶어하니까 계속 같이 놀도록 해야 할까요?

예은이가 받는 스트레스 푸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일주일에 2번 수영도 하고 토요일엔 문화센터에 가서 발레도 하는데.. 좋은 방법일까요? (예은이는 수영 발레 하는 거 좋아하구요.. 거의 1년 가까이 집에만 있게 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저의 내적불행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닉네임: 회복하게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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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게하소서님.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이 무척이나 힘이 드네요. 간절한 마음으로 쓴 글 안에 너무나 많은 사연이 숨어있고 무의식 안에 숨겨져 있는 님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얼마나 외롭고 두렵고, 수치스러웠을까가 느껴지기 때문 입니다.

뭐라고 먼저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예은이의 상처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어머님 자신의 상처 회복이 먼저 인 것 같네요.

"천재가 될 수밖에 없던 아이들의 드라마"의 저자인 앨리스 밀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엄마라야 자식의 마음을 온전히 읽고 감정이입을 해줄 수 있다.자신의 운명을 부정하고 보이지 않는 사슬로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한 절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없다."

순간순간 끓어오르는 분노가 있다는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이 받은 억압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 입니다. 님은 태어 날 때부터 여성이라는 존재를 부정당했고, 어릴 때 부모의 폭력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여 부모를 우상화 했으며,일 뒤에 숨어 아이를 키우는 것을 회피 했습니다. 어릴 때 해결하지 못한 감정을 아이에게 그대로 반복하면서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에게 받으려 했습니다.

부모가 아닌 신의 위치에서 절대 권력으로 아이를 정죄하며 학대 했지요. 아이를 때리고는 아이에게 자신을 때리라고 강요하면서 자신의 죄책감을 무마 하려 했습니다. 아이에게만은 자신이 받은 고통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 노력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 가운데서 정작 중요한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수치스런 감정만큼은 정면으로 보려 하지 않습니다.

지금 하신 모든 질문은 아이에 대한 질문 입니다.두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려면 엄마가 행복해여 하는데 자신의 행복에 관한 질문은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이의 행복을 염려하는 엄마처럼 보이지만 무의식에서는 자신의 상처는 끝끝내 외면하고 싶은 내면 아이의 상처가 느껴져 몇 번을 망설이면서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제가 어떤 댓글을 달던 님에게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흑백논리로 밖에는 읽혀지지 않습니다."둘 다 그리고"라는 문장 뒤의 역설적인 의미를 짧은 댓글로는 제 능력 상 전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님의 닉네임을 기억 합니다.좀 더 푸름이닷컴에서 먼저 간 어머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존 브래드 쇼의 "수치심의 치유" 같은 내면을 볼 수 있는 치유서를 읽으면서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애도하는 시간이 지난 후에 가능하면 정모나 강연장소에서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기를 바랍니다.

신앙을 가지고 계시기에 님의 내면에 계신 하나님이 치유의 길로 인도 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