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푸름이 아버님,

저는 큰 애가 2살 일때 부터 푸름이닷컴을 알게 되어 깊은 감명을 받게 되고 육아가 행복해진 아빠입니다.

아이의 어느 때이든지 아이의 감정을 살피고, 아이의 눈을 우선시 하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물론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도 해왔습니다.

지금도 아이와 하루도 책을 읽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잠자기 전에는 늘 아빠와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루소의 <에밀>을 읽던 중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책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다들 읽어보셨겠지만 저도 대학 때 대충 보고 기억도 안났지만, 이제 제가 애를 키우고 육아에 참여를 하다보니

루소의 <에밀> 한 구절, 한 구절이 그 때와는 다르게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당시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정도)에도 조기 교육에 대한 논란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 아이를 영재, 천재, 박사로 키우고 싶은 열망으로 무리하게 아이를 책상 앞에 앉히게 했던 것도 같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어려운 내용도 억지로 주입시키려 했던 것도 같습니다.

이런 교육 분위기에 루소는 강하게 반기를 들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이성이 눈을 뜨는 12세가 되기 전까지는 에밀에게 글자를 가르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또 그 나이 때가 되기 전까지는 책을 불행의 도구로 간주하고 집에서 책을 제거하겠다고 말합니다.

역사, 세계 지리, 외국어를 일찍 가르쳐 주는 것에도 강한 비판을 합니다.

아이들의 타고난 천성을 자연 그대로 놔둘 것을 요구합니다.

최초의 교육(아동기까지의 교육)은 소극적으로 할 것을 사람들에게 권고합니다.

아이들은 오로지 자연에서 맘껏 뛰놀고, 오감을 체험하며 행복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잠을 안자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없듯이 아동기(12세전 후)까지는 이성이 잠을 자는 시기로 간주하고

이성의 문을 두드리지 말라고 합니다.

그 시기를 아이들이 맘껏 쉬면서 즐길 수 있게.

* 딜레마

1. 최초의 교육을 소극적으로 한다는 부분에서 푸름이 닷컴,

칼비테 교육 방법(지력이 서광이 비칠 때, 0세~6세까지가 교육의 적기, 적극적인 교육)과는 조금 상반되는 생각

인 것 같은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푸름이 교육법을 그대로 따라 아이의 눈빛을 살피며 적극적으로 교육을 할지,

아니면 루소의 조언대로 그 시기를 그냥 소극적으로 교육을 하며 그냥 흘려보낼지,

어떤 것이 더 좋은 교육인지 고민이 됩니다.

2. 두 번째는 저도 루소의 생각에 공감하는 부분이라 더욱더 혼란스럽습니다.

루소는 라퐁텐의 우화를 예로 듭니다. 하지만 상당수 많은 책에 악덕과 미덕이 함께 나옵니다.

아이들은 책 속에서 미덕 뿐 아니라 악덕도 배울 수 있다는 게 루소의 생각입니다.

선한 사람의 행동과 악한 사람의 행동이 나올 때 아이들은 악한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책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책에 대한 막연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위험하구나하는 생각 말입니다.

세계 명작을 예로 들면 "잭과 콩나무"에 잭이 거인의 황금 주머니와 황금알을 낳는 닭,

노래하는 하프를 훔쳐오는 내용, 거인이 사람을 잡아먹는 내용(다소 끔찍), "쟝발쟝"에서 쟝발장이 빵을 훔치다가

걸려 감옥에 갇히는 내용 등 거의 모든 명작책, 동화책을 살펴보면 악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동화작가의 의도는 악덕은 나쁘니까 미덕을 행해야 한다의 뜻으로 만들었지만,

백지 상태의 아이들은 그것(악덕)이 재미있고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요즘 저의 애도 "훔치는 게 뭐예요?", "감옥이 뭐예요?", "수갑이 뭐예요?" 등의 내용을 질문해옵니다.

그럼 저는 제 입으로 아이에게 도둑질은 ~것이다라고 가르치게 되구요.....

제가 책으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악덕을 가르쳤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멍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책을 통해 은근히 심술쟁이, 말썽쟁이의 행동들을 가르치고 접하게 한거죠. 어쩌죠??

앞으로 책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야할 지 막막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들어가서 이슬만 먹고 자라는 아이, 순수 그 자체로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게 옳다면 맘 같아서는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푸름이 아버님, 읽어보시고 답변 주시면 제가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루소는 자연주의 사상가입니다.

제 생각에는 자연을 중요시하는 푸름이 교육법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자연을 중시하는 푸름이 교육법이 좋았으니까요.

푸름이 아버지는 루소의 <에밀>을 어떻게 평하는지 들어보고 싶고 자유롭게 의견 주시면

제가 마음 정하는데 도움 될 것 같습니다

아빠가 이렇게 치열하게 아이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보니 보기가 좋습니다.

루소의 <에밀>은 당시에는 획기적인 교육에 대한 관점을 주었고 지금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300년이 지나면서 인간의 발달에 대해 많은 것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저는 <에밀>을 읽기전에 루소의 자서전인 <참회록>을 먼저 읽었습니다.

루소는 고아로 자랐고 아이를 다섯이나 낳았지만 모두 다 자신이 키우지 않고 고아원에 버렸습니다.

어릴 때의 경험은 무의식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행동을 지배 합니다.

어릴 때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있다면 그것은 어른인 현재를 지배한다는 것이

현대 심리학이 밝힌 최대의 공로 입니다.

루소는 그런면에서 방치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방치를 교육이라고 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상처를 많이 받았다면, 그러나 그 내면 아이의 상처를 인지하지 못하고 부모를

우상화 했다면 그 사람은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는 자연이 가장 추억에 남아 자연을 좋아 할수 있습니다.

자연이 아이의 지성과 감성이 발현하는 무대로서의 공간이 아니라

아이의 상처를 회피하는 것으로 우상화 될 수 있다는 의미 입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자연이 좋습니다. 자연에서 뛰노는 것은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교육이란 아이가 가진 위대한 내면의 힘을 발현하도록 존중해주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

아이는 인간이기에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힘을 종종 "아이 안에 위대한 신의 존재가 있다"라곤 표현 합니다.

칼 융은 이 위대한 힘을 "원더풀 아이"라고 말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이 그런 힘을 가지고 태어난지를 모릅니다.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거울 처럼 비춰 주어야 자신의 얼굴을 알수 있듯이 아이가 가진 내면의 힘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거울이라는 "배려깊은 사랑과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자연을 주는 것도 환경 입니다.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도 환경 입니다.

아이의 감성과 이성의 발달은 태어나면서 아니 태어나기 이전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12세가 되어야 이성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감성이 이성보다 먼저 반응 합니다. 호랑이를 만나면 이성으로 곰곰히 생각하다 가는 잡혀 먹습니다."

회피/투쟁"반응이 이성보다는 빠르게 반응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정서에 상처를 주지 않는 존재적인 사랑인 배려깊은 사랑을 푸름이교육법에서는 중요시합니다.

12세가 되기까지 아이에게 자연이외의 다른 환경을 주지 않는 다는 것은 감성을 중요시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는 것은 좋지만, 잘못 이해하면 부모가 신의 위치에 서서 아이의 내면에 존재하는 위대한 신의 존재를

침범하는 교만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규정하는 되로 아이가 성장해야 하는 부모의 틀 안에 아이를 가두게 되지요.

늑대에게 길러진 아이는 늑대처럼 먹고 늑대처럼 행동 합니다.

자연 이외에 다른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 다는 것은 전형적인 방치가 될 수 있지요.

책에는 악덕과 미덕이 함께 나오기에 책을 통해 아이에게 악덕을 가리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통해 아이가 악을 배우기 때문에 책을 주는 것을 꺼려 한다면,

이 또한 부모가 신의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다.

저는 교육을 아이의 위대한 힘이 발현하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것은 이미 아이가 선악을 판단 할 수 있는 힘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면에서 자유의지를 신이 인간에게 주었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부모가 주는 환경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지요.

만일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되면 아이는 세상을 긍정으로 보며 사랑의 선택을 하게 되고,

부모가 아이에게 조건적인 사랑을 하게되면 아이는 세상을 두려움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사랑을 선택하면 두려움이 사라지지만, 두려움을 선택하면 사랑이 사라 집니다.

이 근본적인 선택이 무의식에서 결정되는 시간은 대개 36개월 전후 입니다.

길게 잡아도 초등전이며, 정말 결정적인 시기는 18개월 이전입니다.

그래서 푸름이 교육법에서 초기교육을 중요시하며, 육아와 부모의 성장을 함께 잡고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초등 전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두려움을 선택했다 해도 부모와 아이의 치유와 성장에 따라 사랑을 선택 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선택 할 수 있습니다.같 은 책을 읽어도 선을 선택 할 수 있고 악을 선택 할 수 있지요.

부모가 모든 악을 제거해서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는 내면에 위대한 힘을 믿지 않는 다는 것 입니다.

다시 말하면 부모가 그 아이를 자신의 틀 안에 가두고 규정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성경에서 하나님은 애초에 선악과를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우리에게 선악과를 주었다는 것은 우리가 노예가 되길 원치 않았다는 의미 입니다.

우리 인간은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 할 수 있지요.

아이는 책을 읽기 이전에 부모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에 의해 존재에 대한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존재에 대한 상처는 수치심이라는 이름으로 내면화 되지요.

지금 아이가 동화를 읽으면서 하는 질문들은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묻고 있는 것 입니다.

이는 양심의 기초가 될 수도 있고 과도한 죄책감의 발달을 불러 올 수도 있습니다.

배려깊은 사랑으로 존재에 대한 사랑을 받은 아이는 자신의 존귀함 때문에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선을 선택하게 됩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이 세상 입니다.

온전함이 라는 것은 악이 없는 상태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아버님의 마음 속에 악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주고 싶다는 것은 온전함이 아닌 완벽함을 주려는 것이지요.

아이는 스스로의 힘에 의해 성장하고 선택하지요.

부모는 아이가 선과 악을 분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이의 그런 선택을 존중해주는 자리에 서 있어야 합니다.

루소의 <에밀>은 머리로 구성된 이론이지 아이를 키우면서 그 경험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사상은 경험에서 나올 때 힘이 있고 오래가지요.

그렇다고 <에밀>의 모든 것이 틀렸고 그 가치를 낮게 평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는 가슴을 따라가면 아이 교육을 실패 할 확률은 낮아지지요.

교육의 근본 물음에 대해 생각 할 기회를 주셨습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