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가 12월 1일로 세돌이 되었습니다.

만 7개월 된 동생이 있구요.

진서 임신할 때 닷컴을 알게 되어서 둘째 임신 전까지 열심히 배려하려고 노력했어요.

책도 읽어달라 한 대로 온 집안 마음껏 탐색하면 탐색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지지"라는 말조차 사용 안 했구요. 아이에게는 지저분하다는 개념이 없다고 하셨던 아버님 말씀 기억하고, 맨발로, 맨손으로 모든 걸 탐색할 때마다 바라봐주었어요...

그러다 둘째 임신하면서 입덧이 심해져 누워있는 날이 많아지면서...진서는 입덧에 힘들어 잠든 엄마를 깨우다가 혼자가 노는 방법을 많이 터득하게 되었답니다. 엄마가 깰 때까지 기다리면서 혼자 놀다가 엄마가 깨면 "엄마, 잘 잤어?"라고 물어보면서 그때 엄마랑 놀고 그랬답니다.

만 20개월 즈음부터 엄마입덧으로 스스로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하며 엄마가 깰 때까지 기다리던 진서랍니다. 진서가 언제부터 상상놀이에 몰입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두 돌 즈음부터 세 돌까지가 아마 최고조였던 것 같아요. 요즘 잠시 휴식기인 것 같구요. 상상의 친구와 늘 또박또박한 말로 대화하고, 놀 때,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하루 온종일 모든 일상을 같이 합니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늘 소개시켜 주고, 자기에게 하듯 옆에(?) 늘 함께 있는 상상의 친구에게도 해주라고 합니다.

모든 놀이를 진서가 주도합니다. 제안하고, 주도하는 거지요. 숨바꼭질, 종이접기, 찰흙놀이, 물감놀이, 책읽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오리기, 블럭놀이, 상상놀이 등등. 제가 제안하면서 노는 게 아니라 온종일 진서가 모든 놀이를 주도하고, 자기가 말한 대로 엄마가 놀아주길 원합니다. 역할놀이도 엄마에게 지시하지요. 00하라고 말입니다.

아직 한글은 떼지 않았어요. 여러 번 시도했는데..글자자체엔 관심이 없어서요. 그래서 제목 짚어 주고 읽어주면서 책만 읽어주고 있답니다.

요즘 진서가 책의 바다에 빠진다는 걸 느껴요.

돌 즈음 책의 바다에 빠졌었는데..그땐 많이 읽으면 하루에 70, 100권씩 읽었는데(글밥이 적으니...가능했고..), 한권을 10번, 20번 반복해서 읽었는데..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하루에 30-40권정도를 읽어달라며 읽어주는데, 모두 다른 책이에요. 양을 충족한다고 느껴요. 집안에 있는 모든 책들을 한동안 안 봤던 책이라고 느껴지면 모두 꺼내서 읽구요...

앉은 제 키만큼 꺼내서 모두 읽어달라고 합니다.(까꿍책을 한동안 안보니까 갑자기 이번주엔 거의 1년 만에 까꿍책 전권을 쌓아놓고 읽어달라고 하면서 읽어요..)

어쨌든 자기 감정표현도 너무 확실하고, 자기주장이 정말 확실하고 고집도 엄청 세구요.

거기다 목소리까지 엄청 큽니다.

문제는 아무래도 저겠지요.

진서 키우면서 정말 많이 자랐습니다. 제자신이요.

진서 나이만큼 자랐다고 요즘은 매일 실감해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진서를 보면서 정말 그동안 내가 열심히 그래도 내적불행 직면하며 치열하게, 그러면서 행복하게 육아를 해왔는데...말짱 도루묵되듯 하는 상황들이 생기면서...내가 헛살았나? 싶을 만큼 상황들이 180도 바뀌어버릴 때가 많아요.

진서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고, 노려보고, 공감을 해주면 "아니야. 지금하고 싶어(지금 먹고 싶어 /지금 할래 / 아니, 지금!)"라며 반드시 지.금. 원하는 게 이루어져야 하는 태도를 강하게 내비친답니다. 공감자체도 튕겨져 나가는 듯 느껴진답니다. 그러면 더 이상 진서에게 뭘 어떻게 반응해줘야 하나 머리가 텅빈 듯 망연자실 해져버리는 제 자신을 봅니다.

그러니까 진서를 보면서..무법자시기(라는 것도 돼지방에서 비슷하게 고민하는 다른 분들과 함께 알게 되었어요..)에 들어간 진서를 보면서 내가 무법자시기에 멈추어있구나..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시기가 참 제게 어렵게 느껴지고, 버겁고, 힘들고, 감당키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밖에 진서랑 데리고 나가면...진서가 요즘 또, 친구들을 너무 만나고 싶어해요. 엄청 사교적입니다. 엄청 사교적이면서도...또, 같은 장난감을 앞에 두고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난폭한 행동-친구에게 안 뺏기려고, 괴성과 친구를 한 팔로 때려버릴 때-을 보이면 그때도 머리가 멍해집니다.

내가 진서에게 도대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늘 고민되면서도 가끔은 진서의 그런 모습을 받아 내주기 어려운 내 내면아이도, 나의 내면도 보게 됩니다.

여튼...진서는 에너자이접니다. 말 그대로요.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온종일 놀다가 9시나 10시부터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데 분명 진서 눈엔 잠이 쏟아지는데도...책을 안 읽어주고 재우려고 하면 읽어달라면서 울려고 합니다. 물론 대부분 읽어주지요. 얼마나 책이 읽고 싶었으면...저렇게 졸린눈을 하고도, 책 읽어달라며 책장에서 30-40권씩 책을 꺼내서 쌓아놓고 읽어달라고 할까싶어요. 그래서 최대한 읽어주는데 문제는 둘째 녀석과의 잠이 문제지요. 둘째는 잠이 쏟아지는데..귀가 예민해서 언니가 자기 전까지 도통 잠을 못 자는 거지요. 그래서 둘째를 재워야하는 되겠고 진서는 책을 읽어줘야 되겠고...그럼 한 녀석의 욕구는 늘 좌절되기 일쑤인 것 같아요. 진서에게 책을 늘 읽어주다 보니 둘째는 잠을 못자서 나중에 많이 보채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동생 먼저 재우자고 하면서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그러면 혼자 책 내용자체를 외워서 읽으면서 기다립니다. 집에서 진서랑 있을 때 진서를 보면 진서가 노는 놀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해집니다. 온종일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놀아도 놀아도  또, 놀 것이 무궁무진한 아이를 보면 행복한데요. 정말 신나게 놀고, 책도 마음껏 읽고 자는 날은 "와, 엄마 오늘 정말 신나는 날이었어."라며 얘기를 하는데, 거의 새벽2,3,4시에 잠이 들지요. 그런 날은 잠을 잘 때도 계속 웃으면서 자요..

그런데 그런 날은 둘째는 반대입니다. 언니가 늦게 자니까 덩달아 늦게 자는 둘째는 밤에 울더라구요. 자다가요. 또, 밖에 나갔을 때 행여 사람들에게 진서에 대해 약간이라도 부정적인 얘기(너무 자기주장을 잘한다, 고집 세다, 가르쳐야할 필요가 있지 않냐...등등)를 들으면 그날은 제가 맘이 너무 힘들어지는 거에요. 사실 혼자 집에서 진서랑 슬이 둘을 보는 것만으로도, 또, 제 내적불행과 직면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응원의 말이 아닌 다른 말을 들으면 그렇게 힘 빠지고 힘듭니다.

그래서  그런 날은 집에 오면 진서의 떼쓰는 것, 우는 것, 화내는 것을 잘 못 받아 주겠더라구요. 참 맘이 힘들어지고 그렇답니다.

진서는 어떤지 전 또 왜 그런지 넘넘 궁금하고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또, 두 아이의 욕구사이에서 제가 어떻게 조율을 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요즘 진서가 계속 일찍 자야 새벽 1시 2시에 자거든요. 그냥 이대로 가야하는지...

(보통 2,3시에 자요.)도 궁금합니다...

또, 제 내면에 어떤 내적불행이 숨어있는 건지....

매일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닉네임: 꿈꾸는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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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진서님.

일상을 보는 뜻한 글이네요. 진서는 밝고 건강하게 그리고 고유하게 잘 자라네요. 이처럼 아이의 내면의 빛이 강하면 엄마의 그림자를 드러내지요.

님은 아주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 입니다.그래서 어릴 때 알아서 스스로 화를 내거나 떼를 쓰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다시 말하면 아기 짓을 하지 못하고 자랐기에, 진서가 엄마하고 있을 때는 둘 사이가 좋을 수 있지만, 남이 함께 있는 자리에 가면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염려스러워 아이에게 무언의 억압을 줄 수 있습니다. "진서야 얌전히 있어야지"라는 말이나 눈빛에서 그런 암시가 엄마도 모르게 나가면 진서는 그런 엄마의 억압을 읽고 엄마가 자신을 믿지 않는 다는 느낌 때문에 더욱 과격해 질 수 있습니다.

지금 아이를 굴복시킬 수 는 없습니다. 그만큼 아이의 자기 주도성은 강합니다. 엄마와 함께 하면 아이는 말로서 모든 것이 가능한 아이 입니다. 엄마는 진서에게 혼자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 진서가 동생에게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있으면 아이는 엄마를 그렇게 찾지는 않을 것 입니다. 푸름엄마는 푸름이에게 이층침대를 사주어 초록이에게 방해 받지 않고 푸름이는 책을 읽었습니다. 푸름이가 사랑받고 싶으면 초록이를 업고 책을 읽어 주었지요. 그래도 부족하면 초록이를 안고 있을 때도 엄마의 다리 하나는 푸름이에게 주었습니다.

응원의 말을 안 해주는 사람과는 만나지 마세요. 그런 사람을 만나는 마음 안에는 님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 입니다. 응원을 안 해주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 다른 사람에게 비교를 통한 경멸의 말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방어하려는 심리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은 자신의 수치심을 안 보려고 다른 사람에게 수치심을 던집니다. 그 수치심을 님이 받아오면 님은 감당할 수 없어 다시 아이에게 수치심을 던지게 되지요.

자신이 스스로 말 잘 듣는 착한 딸이 되었어도 자신을 스스로 억압한 분노는 있습니다. 그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세요. 아이나 남편이 아닌 다른 상징물에 표현하면 분노는 많이 가벼워지고 죄책감이나 고민으로 가지는 않을 것 입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의자 하나를 부순 엄마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곤 합니다. 그렇다고 꼭 의자를 부수라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시기 입니다. 조금 지나면 많이 좋아 질 것 입니다. 아이의 원더풀 아이를 손상 시키지 말고 온전히 키우세요.

진서의 그 맑고 장난스러우며 깊은 눈빛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