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이상하게 발로 아이의 얼굴을 밀어버리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몇 번이나 그랬기 때문에 너무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내가 왜 이러지? 내가 화가 났나? 내가 애가 밉나? 싶어도 별로 그런 것도 없고, 그냥 평화로웠기 때문에 화가 난건지 안 난건지도 잘 모르겠고, 애가 미운 것도 잘 모르겠고, 괜스레 애 얼굴을 발로 밀어버리고 싶고, 오늘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어버리고 싶고 그랬습니다. 약간 미운 거 같기도 하고.. 저는 책을 읽어주는 게 항상 힘들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한데, 감정이 없이 그냥 아이를 조금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분노나 그런 것도 안 느껴지고 왜 이러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괴롭히고 싶었는지 어땠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아이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도 아니구요. 너무 하고 싶어서 살짝 발로 애 얼굴을 만졌습니다. 손가락으로 밀고 싶을 때는 손가락으로 조금 쓰다듬었구요. 책 볼 때 건드리는 걸 싫어해서, 아이가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근데 저는 계속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분노나 그런 감정은 없는데, 뭔가 속이 답답하고, 내가 애를 사랑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닉네임: 감동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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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복만님.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무의식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제가 지금 댓글을 다는 것은 꿈을 꾸다가 어린 시절의 감춰진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이 강렬하여 일어 났습니다.
요즘 문득문득 자각이 일어 납니다. 현재의 감정이 어린 시절의 어느 사건에 관련되어 일어 났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때의 상실이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지요.
님은 어린 시절에 엄마가 그렇게 평온한 가운데 책을 읽어 준 경험이 있는지요? 뭔가 조용히 몰입하려 해도 부모님이 자꾸만 방해 했다면 님의 내면 아이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입니다.
머리로는 기억하지는 못해도 몸은 알고 있기에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실마리가 나올 지 모릅니다. 님이 못가진 것을 아이가 가지기에 님의 내면 아이가 질투 할 수도 있습니다.
친근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친근함을 깨고 싶은 마음도 엿 보입니다. 친근함이 낯설기에 불편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무의식에서 작동한 것은 아닌지요.
손가락으로 밀고 싶을 때 손가락으로 조금 쓰다듬은 것은 일종의 방어기제 입니다. 아이는 방어기제 뒤에 숨어 있는 엄마의 마음을 느끼기에 하지 말라고 하는 것 입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뭔가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있는 것이지요. 곰곰히 어떤 감정인가를 생각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자각이 올 것 입니다.
기를 쓰고 노력으로 찾기보다는 기다리며 고요한 순간에 일어나는 자각에 귀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