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고래,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친정아버지와 살면서 항상 당하고 사는 엄마의 모습만 보아왔고, 그런 와중에도 우리 삼남매를 키우느라 모진 고생을 하며 지금은 온몸에 병만 한가득인 엄마를.... 제가 미워하고 있습니다. 아니 원망하고 있네요. 가슴 속에 분노가 입니다.

6살 아들, 4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1년 전부터 친정 부모님에 대한 원망 정확히는 친정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친정엄마에 대한 애증이 섞인 감정들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상담센터에서 5개월간 상담도 받았죠. 그래도 왠지 모를 답답함....

최근 육아서(독이 되는 부모, 내적불행)를 읽고,,,, 답답함이 풀리면서 저 자신의 내면아이와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전 정말 착한 딸이었죠. 엄마에겐 항상 예스만 했고, 엄마의 아픔과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저의 모든 욕구를 참았습니다. 엄마와 저는 일심동체였고, 엄마가 아프면 제가 아프고 엄마가 기쁘면 제가 기뻤습니다.

친정아버지와 안보고 산지 5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쭉 전 엄마의 남편 노릇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공부도 최근까지 했고 열심히 해서 항상 자랑스러운 딸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엄마가 버거워지기 시작했어요. 몸이 많이 아프고 나서부터(한 8년 되었네요) 가슴이 찢어질 듯한 3년을 보내고.... 엄마의 병과 관련된 이야기는 안하고 산지 2-3년 되었습니다.

엄마에 대한 분노가 생겨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엄마와 감정적으로 독립하고 싶은데....

엄마에게 no라고 말하기가 힘들고..

친정에 정말 가기도 싫고 엄마와 전화통화하기도 싫은데....

계속 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는 횟수는 2달에 한번 정도..

엄마는 힘든 몸으로 진수성찬을 차려주시는데... 정말 그 모습도 싫습니다.

왜 진작 이혼하지 않았을까? 왜 우리를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 밑에서 절망하며 살게했나.... 왜 그랬나? 자기만 희생하면 된다고 생각했나?  그러면 우리는 뭔가..

항상 "나는 도대체 누가 위로해주지..." 생각하며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왜 이렇게 가슴 속이 먹먹하고 허전하고 공허했는지 이제 서야 알았습니다. 저에게 부모님은 기댈 언덕이 아니라 짐이었습니다. 항상 힘든 엄마를 위로해주고 엄마를 대신해 집안의 일을 처리해주었고, 엄마도 동생들도 그것을 당연시했던 것 같습니다. 이젠 싫어요. 그렇게 살기 싫어요. 엄마에게 이런 마음을 조금 내비쳤더니.. 이럽니다. "너만 힘들었냐? 나는....."  저를 자기 삶의 동반자로 생각했던 거예요. 우리를 어린 아이로 생각하지 않았나 봐요. 너무 슬펐고 버려진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 차례 힘들다고 이야기하니 자신이 몸이 아파 도와주지 못하는 것에 굉장히 좌절하고 미안하게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육아만 힘들지 알지 정작 부모로 인해 힘든 것인지는 모를 거예요.

사실 친정엄마가 아픈지 오래되어서... 그것에 지치기도 했어요.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로 엄마는 스스로를 위안하고 저 역시도 불효자식이 된 것 같습니다. 정말 훨훨 나는 새처럼 제 인생을 이제는 살고 싶은데.... 병들어서 남편도 없이 혼자 사는 엄마가 제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습니다.

시간이 약인가요?   저좀 도와주세요.

                                                                                    [닉네임: 사랑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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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싶어님.

글을 읽으면서 이전에 제가 엄마로부터 독립하여 고유한 존재가 되는 과정이 생각나네요. 어릴 때부터 저와 같은 가장 역할을 하셨네요.

역기능적인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부모를 돌보지요.저도 어릴 때 아버지가 경제력이 없고 술을 먹고 폭력적이라 불쌍한 엄마를 돌보기 위해 나의 감정과 욕구를 억압했던 사람입니다. 고등학교 때 자취하면서 십이지장 궤양으로 피를 토하고 보름을 장출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엄마가 걱정 할 까봐 이런 상황을 말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감당했던 소년 가장이었지요.

저는 엄마와의 관계를 우상화 했습니다. 엄마로부터 독립하지 못했기에 푸름이 엄마와 결혼하고 나서도 엄마와의 관계를 그대로 푸름이 엄마에게 연장했지요. 푸름이 엄마가 음식을 만들면 우리 엄마는 그렇게 만들지 않는다고 말해 푸름이 엄마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 때는 그런 말이 상처를 주는지도 몰랐습니다.

아버지의 억압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면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매를 맞지 않았지만 같은 폭력에 노출된 것 입니다. 아버지의 억압에 대한 분노가 해결되면 그런 아버지에 대항하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엄마에 대한 분노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것은 엄마가 아버지에게 순응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엄마는 남편의 억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남편에게 철저히 순응 했습니다. 순응은 자신의 존엄을 포기 한 것 입니다. 남편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면 더 이상 자신에게는 해가 없습니다. 순응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삶을 살 용기가 없기에 남에게 의존한 것 입니다.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지 않은 것 이지요.

만일 엄마가 자신과 대면하여 성장 했다면, 그리고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단호하게 아버지에게 대항하여 고유한 삶을 살 것을 요구 했다면 아버지의 삶은 달라졌을 것 입니다. 부부 관계는 한 사람이 성장하면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성장하게 되지요.

엄마는 아버지에 억압에 대해 희생을 통한 조종으로 아버지를 통제 했습니다. 희생을 통한 조종은 엄마가 어릴 때 엄마의 부모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어기제이기에 남편에게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 되지요. 희생을 통해 조종당하는 아이들은 오로지 우리 가족의 행복을 방해하는 사람은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아버지에게만 분노 합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희생하는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지요. 엄마를 돕기 위해 저처럼 소년 가장이 되기도 합니다.

님의 글에서" 부모님은 기댈 언덕이 아니라 짐"이라는 표현은 소년, 소녀 가장의 심정을 그대로 말한 것 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순리 입니다. 아이가 부모를 돌보는 것은 너무나 큰 짐 입니다. 부모를 돌보는 아이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포기 해야 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 합니다.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보다 그런 억압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엄마에 대한 분노가 훨씬 크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결국 우리의 근원은 엄마 입니다. 우리가 고유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로부터 독립되어야 합니다.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부모의 사랑은 떠나보내기 위한 사랑이라고,,,.

제가 우리 엄마와 푸름이 엄마를 구별한 것은 우리 엄마가 아버지의 폭력과 억압에 견디지 못하고 제가 18개월 무렵에 6개월 정도 친정집에 가면서 저를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엄마에 대한 우상화를 중단하고, 이미 돌아가신 엄마에게 마음껏 분노하고 슬픔의 눈물을 흘린 다음 이었습니다.

엄마가 우리에게 준 사랑 때문에 우리는 엄마가 우리에게 준 상처를 덮어 버리고 대면하지 못 합니다. 우리가 분노해야 하는 것은 엄마 자체가 아닙니다. 엄마의 사랑은 우리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그 러나 엄마가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못해 우리가 받은 감정의 상처에 대해서는 분노해야만 상처의 찌꺼기가 남지 않습니다.

아직 님은 엄마에 대한 우상화를 다 깨지는 못했습니다. 부모가 진정 원하는 것은 "훨훨 나는 새처럼" 이라는 님의 표현처럼 자식이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로 인해 받은 님의 내면아이의 상처를 진심을 다해 보살펴야 하고 엄마를 향한 분노를 표현해야 합니다.

병든 엄마에게 표현 할 수 없다면 편지를 쓰던, 아니면 강하고 구체적인 그리고 감정이 실린 상상으로 님의 엄마를 만나고 그리고 엄마에게 항의하고 분노하면서 감정을 처리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분노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약이 되지는 않습니다.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글로서 전달 하려하니 어렵네요. 언제 가까운 곳에 제가 가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님의 닉네임을 말하면 귀 기울여 님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