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들은 눈 뜨자마자 저에게

"엄마 파워레인저 따라하자."

"그..래"

"엄마는 화이트(여자) 하고 나는 레드(남자)할께"

"웅..해보자"

"자..앞에 괴물이 있어..시작!"

"괴물아~~이리와"

"이때 엄마는 칼을 꺼내 괴물을 약점을 파악해!"

'(파악하는 척하며..) "이얍..너의 약점은 등이구나.~~!! 이얍"

"그때 엄마 얼렁 괴물이 되고 나는 레드니까 공격..발등을 찌르고 엄마는 왼쪽으로 쓰러져~"

"웅 ㅜㅜ 이얍~~으...악.."(쓰러진다)

"엄마 더 강하게 쓰러지고 감전된 듯이 몸을 부르르 떨어"

"웅...ㅜㅜ "(부르르 발광 ㅜㅜ)

아들은 감독, 배우, 조연, 연출 등 1인 몇 역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놀이를 눈뜨고 한 시간은 합니다.

“밥 해야 되니 이따 하자”해서 겨우 자리를 떠나 저는 밥을 하고

아들은 다시 파워레인저 만화책, 마법천자문 등등 만화책을 봅니다.

밥하고 있는 동안에도 와서 ‘이 표정 어떠냐?. 이 괴물 자세는 어떠냐?’

만화책에서 나온 모든 글을 외워서 저에게 말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책을 보면서 몇 페이지 읽다가 또..

"엄마"

"응? (제발, 따라하자는 말만 하지 마라 ㅜㅜ)"

"이 부분 따라해 보자. 엄마는 카산드라 해. 난 아가멤논 부인할께

목욕물 받고 있는 척하고 나는 단도를 가져올께..

찌르면 바로 죽어. 욕조 속으로 죽지 말고 바깥쪽으로..."

주저리 주저리 ㅜㅜ

저는 다시 카산드라가 되어 열 번 넘게 목욕물 받다가 죽었지요.

중간에 아가멤논도 됐다가 아가멤논 딸 엘렉트라가 되었다가 ㅜㅜ

유치원을 안다녀서 일까요? 친구가 필요한거겠지요?

유치원 친구 다 싫답니다..

"엄마,문화센터도 싫고 다 싫어요.

혼자 편하게 놀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입니다.

하루 종일 이렇게 놀아요

티비를 무서워해서 전혀 안 보는데 이마트 가면 장난감 파는 곳에 작은 티비를 켜놓는걸

아주 먼 발치에서 보고 집에 와서 따라하잡니다.

아빠 차 네비에서 잠깐 광고하는데 오징어 잡아서 말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집에 와서 자기가 오징어 할 테니 말리는 걸 따라 해보자 하고

아기가 나오는 거 따라하자 해서 손가락 넣고 하는 인형 속에 작은 공들 넣더니

아기 낳는 놀이를 하잡니다 ㅜㅜ

저와 놀 때는 다른 가족들은 못 보게 합니다.

하지만 방에 들어가서 못 보는 가족들은 방에서 몰래 배꼽잡고 웃고 있습니다.

웃다가 들키면 아이는 막 화를 냅니다..

처음엔 하루 종일 그렇게 연구하고 놀고 감독하고 하는 게 기특했는데

몇 달이 지나니 이제는 제가 지쳐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다들 놀이 개발자, 게임개발자라 부릅니다.

저의 부모님은 저와 놀아준 기억이 없기에 제가 더 힘들어하는 걸까요?

다들 저보고 대단하다 하는데 그리고 저도 노력하는데

이제 조금씩 힘들어지고 어떨 땐 지겨워서 일부러 간식도 주고 합니다.

푸름이닷컴 쇼핑몰에 있는 육아서는 거의 읽어 보았지만..

정말 이상하게 내적불행, 독이되는 부모 이 두 책은 정말 읽기 싫었습니다.

구입하기가 싫었고 내용도 보기가 싫었습니다.

이거 또한 저의 내적불행이겠지요

결국 내적불행 책을 구입했고 읽었지요. 많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미 마음의 문을 닫고 어린시절을 떠올리기 싫어 방어적으로 읽은 거 같습니다.

이번에 독이 되는 부모를 고민 고민 끝에(왜 고민했는지 저도 모르지만)

구입을 하고 읽어 나가는데 뭔가 다르게 와 닿았습니다.

와 닿았고 뭔가 느꼈는데 왜 그럴까요. 아이에게 짜증도 화도 심해졌습니다.

아이가 싫어요 하는데 갑자기 화가 나서 꾹 참다가 자리를 피했고

아이가 우는데 짜증이 나서 그만 울어라고 했습니다.

내적불행을 느끼고 알게 되니 제 안의 아이가 화를 내는 건가요?

아들이 울 때 맘껏 울으라고...공감해줬던 제가 이렇게 화를 자주 내니

제 스스로 견딜 수가 없어 부엌 구석에서 아이가 듣지 못하게 숨죽여 서럽게 울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요.

다른 쪽으로 얘기가 흘러갔지만..

아이와 신나게 놀고 싶어요. 이왕 노는 거 신나게 즐겁게 놀아주고 싶은데

요즘 들어서 더 지겨움을 느끼고 따라 해보자는 말이 나올까 긴장하는 제 모습을 보니

원인이 다른데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스스로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길을 알려주세요

처음엔 돌길이라도 자주 걸어 매끈해지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닉네임: 러브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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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찰리님.

놀이 개발자, 게임개발자 맞네요. 그 능력이 손상되지 않고 계속 길러지면 나중에 아이는 재벌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겠네요.

엄마가 놀이를 만들어 아이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할 만 하네요. 만일 엄마가 일일이 놀이를 만들 생각을 하면 끔찍할 것 같네요.

아이는 잘 반응해주는 엄마가 있어 상상력을 무한하게 펼쳐가고 있습니다. 잘 관찰해 보세요. 아이의 놀이는 훨씬 정교하고 복잡해지고 있을 것 입니다. 어디 문화센타를 다닌다고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지요.

부모님이 놀아준 기억이 없다면 아이가 신나게 놀 때 놀아 본적이 없는 내면아이는 불편 합니다. 놀이를 깊이 생각하면 부모님의 사랑과 연관이 있기 때문 입니다. 아이와 놀면서 어린 시절에 사랑 받지 못한 자신이 떠오르기 때문에 수치심이 느껴지고 마음은 불편 합니다.그래서 아이와의 놀이가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피하고자 하지요. 어릴 때 놀아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이와의 놀이를 힘들어하지요. 아이와 함께 자신을 잊고 즐겁게 노는 것은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받지 못한 내면 아이는 자신의 아이에게 질투 합니다.

독이 되는 부모를 읽고 님의 내면 아이는 버림받은 자신의 내면 아이를 발견 했습니다. 그 아이는 외로워 울고 있습니다. 이제 그 내면 아이를 감지했기에 님의 감정이 혼란스럽습니다. 이 혼란스러움은 어릴 때의 방어기제가 깨지는 과정이지요. 내면아이가 질투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엄마인 내가 어떻게 자신의 아이에게 질투를 할 수 있을 까 하는 마음에서 감정을 억압 했습니다.

눈물이 흐르면 숨죽여 서럽게 울지 마시고 통곡 하세요. 아이에게는 너 때문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하시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세요. 그래야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도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아이는 엄마가 어떤 감정을 억압했는지를 알게 하고 인간 이상도 인간 이하도 아닌 인간이 되게 해주지요. 그래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축복 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천재가 될 수밖에 아이들의 드라마"나 "아이 마음속으로"같은 책을 읽으시면 도움이 되실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