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66개월 딸아이 입니다. 딸아이는 말 그대로 올빼미형 아이입니다.

밤8시 이후가 되면 더욱 눈이 반짝반짝 말똥말똥 해지는

분명 그 눈은 나 더 놀고 싶어 혹은 나 지금부터 책 많이 읽고 잘래, 뭐 이런 눈 입니다.

다음날 유치원 가야하는데11시가 넘어 "엄마 나 00책 읽고 잘래"하면 저는

"낼 아침에 유치원가야해서 지금은 좀 곤란해." 라고 하고 반강제로 재우거든요.

그게 맘 쓰여 유치원방학이었을 때는 밤에도 그냥 책 읽도록 놔두었습니다.

그랬더니 기본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은 스스로 책을 읽고 잡니다.

책 읽는 것도 그렇지만 뭘 만들고 싶다던지, 모두 다요..

오늘 아침에도 유치원 가야하는데 자고있는 아이 그대로 들어서

변기에 앉히는 것부터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변기에 앉히면 짜증을 내고 전 또 그런 아이에게

"네가 빨리안 자니 이런 일 이런 일이 생기잖아"라고

아침부터 아이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악순환입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밤에 더 또렷하고 더 생기있는 아이를 강제로 재워야하고.

제가 무리해서라도 생활패턴을 바꾸는게 좋을까요?

아님 아이에 따라 유치원에 지각하면 지각하는 대로 그냥 놔둬야할까요?

사실 유치원에 가면 또 굉장히 즐거워합니다.

또 넘 늦잠 자는 날에는 버스 먼저가게 하고 제가 태워주기도 하구요. 

질문 드리는 김에 하나더 드려도 될까요?

우리아이는 부끄러움을 넘 많이 탑니다.

아니 엄밀히 말씀드리자면 많이 만난아이들 앞에서는 거의 대장 노릇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놀이 할 때도 본인이 친구들에게 넌 학생 할래? 난 선생님 할께 하면서

자신이 그 놀이를 주도해 갑니다.

옆에서 보기 조금은 민망할 정도로 바른말도 해가면서요.

그러니깐 익숙한 아이들 앞에서는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완전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부끄럼이 아니라 거의 오줌 쌀 지경까지 가는 걸 봤어요.

물론 아이도 어른들도 낮선 환경에서는 부꾸럼타는 게 맞습니다.

그 정도가 넘 심하다는 거죠.

몇 달 전 모 모임에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아이한사람씩 나가서 발표하면 엄마아빠가 듣는 그런 발표회요.

제 딸아이 나이벌 되는 다른 아이들은 좀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끝까지 자신감 있게 발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유독 제 아이만

그 자리에서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얼음이 되어 발표를 끝내고 내야왔습니다.

맘에 속상함을 감추고 잘했어 라고 얘기해 줬지만, 맘속엔 정말 고민이 되더라구요.

무엇이 이아일 이렇게 두렵게 만들었을까 하구요.

사실 그 모임가기 전에 제가 잘해야 한다는 강압감 준적도 없거든요.

암튼 앞에 나가서 뭐 하자 이러면 모두 그런 식입니다.

다른발표회 때도 이런 적이 있구요.

낯선 사람 앞에서는 아예 나가려고 하질 않거나 오줌 쌀 지경이 되는 아이 어떡하면 좋을까요

(유치원발표회 때 거의 20명이상이 한꺼번에 나와서 할 땐 얼굴에 웃음가득 즐거워하더라구요)

그러니깐 제가 안타까운 건, 자기 자신 내면에 있는 힘(?)을, 자기가 할 수있는 일을,

일종의 자기자랑(?)을, 낯선 사람들 앞에선 거의 표현하지 못한다는 거죠.

제가 넘 고민 같지 않은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전 이두가지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네요.

넘 두서없는 글이라 제가 잘 말씀 드렸는지 모르겠어요. 

 [닉네임: 그대에게]

그대에게님.

이런 질문은 제가 잘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경험했으니까요.

밤만 되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지지요. 그리고 집중하는 힘도 강해집니다.

푸름이도 그랬습니다. 아니 아직도 그렇습니다.

낮과 밤이 어느 주기를 그리면서 바뀌지요.

밤에는 책만 읽는 것은 아닙니다. 놀기도 잘 놀고, 만들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지요.

그리고 집중력도 길러지지요. 몰입하는 힘이 대단 합니다.

푸름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우리 부부는 방학만 기다렸습니다.

방학이 되면 이것저것 걸리는 것 없이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주변에서 푸름이를 아는 사람은 저러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에도 밤을 세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래서 푸름이는 유치원도 가지 않았습니다.

초록이는 푸름이 와는 달리 낮에는 놀고 밤에는 자는 아이라 유치원을 마쳤습니다.

푸름이도 올빼미형이라 밤에 초롱해 졌기에 저는 그 시간을 즐길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러다 유치원에 늦을 수 있습니다.

유치원에 늦으면 아이가 늦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연의 결과로 배웁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이렇게 늦고 그래서 이런 결과가 오는 구나,

다음에는 좀 더 일찍 자야겠다를 아이가 깨닫고 실행 한다면

아이가 스스로를 조절하는 내면의 힘이 강해지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이를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여름을 지나야합니다.

그런데 아이보다는 엄마가 급합니다. 엄마는 늦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렇게 자랐습니다.

아이가 자꾸만 늦으면 나중에 잘못 될 것 같은 불안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제 내면에 완벽하게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그 강박을 이겨내는 것이 요즘 저의 성장 입니다.

어릴 때부터 소년 가장의 역할을 해왔기에 빈둥거리는 것이 너무 불편 했습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이 올라오곤 했지요. 제 삶에 휴식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빈둥거리고 늦게 까지 자다가 학교에 늦는 것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존중 받았고 자기 마음대로 해봤습니다.

당연히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이 자존감은 행동을 조절하게 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해야 하는 것은 하지요.

하지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늦을까요. 늙어 죽을 때 까지 늦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은 누구나 떨립니다.

저는 3000회가 넘는 강연을 했지만 아직도 강연을 하기 전에는 긴장되곤 합니다.

이 긴장은 몸이 최선을 다하기 위한 준비과정입니다.

저는 아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아이의 감정이 억압받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사회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그 또래에서 놀이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친근한 사람과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낯선 사람은 경계 합니다.

이는 두려움이라는 방어 감정도 억압받지 않았습니다.

만일 엄마 마음에 이런 부분이 걸린다면 그것은 아이의 문제가 아닌 엄마의 문제 일 것입니다.

엄마 안에 억압된 감정이 있다면 말은 강압을 준 적이 없지만

아이는 엄마의 억압된 감정을 읽고 표현하게 되지요.

이는 어머님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 내면의 원더풀 아이가 손상되지 않았고,

아이의 밝음이 어머님의 그림자를 비추고 드러내는 것이지요.

어머님 자신의 내면 아이를 만난다면 분명하게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지요.

아이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