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안 제게 아주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말로 글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무언가 힘들었습니다. 오늘 문득 나의 이 고민이 내가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기분 맞추려 제 욕구와 감정을 억압했습니다. (기분을 맞추지 않으면 가만히 쉴 수가 없었지요..) 내 행동을, 내가 하는 것을 부모님의 틀로 판단하고 평가하셨지요. 그리고 제 느낌을 부정한다고 하셨지요. 이것은 아마도 제가 무엇을 하는데도,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는 데에도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은 의도가 있는 것은 모두 다 순수하지 않다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내가 그 의도에 맞추지 않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이것이 제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말을 할 때도 저는 상대가 상처받지 않도록 하려합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기도 하겠지요. 나도 상처받기 싫은 맘에, 그리고 어릴 적 엄마의 기분을 언짢게 하면 너무나 힘들었기에 그 영향이겠지요?
누군가 판단을 하였을 때 '아니다,'라든가 기분 나쁜 것, 또한 강요에 대해서도 바로 거절하지 못하고 어찌 피해야할지,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합니다 .또 긴가 민가 헷갈려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힘이 듭니다.
이제 부모님을 대하고 싶은 맘도 있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없습니다. 나와 내 가족의 경계를 넘어올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경계를 넘어올 때 감정적으로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말로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싫습니다..그건 제가 할 일이지요. 아닙니다..등등?) 요즘 남편과도 얼마나 내 경계가 없이 살았나, 그것 때문에 서로가 참 힘들게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할 것도, 남이 할 것도 경계를 넘나들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감정뿐만이 아닌, 생활에서 해야 하는 것도 그렇게 하고 있는 제가 느껴집니다. (이제 밥을 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내가 책임져야할 일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힘들 때는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요. 남편에게 안 도와 준다 레이저를 쏘거나 화를 내지 않습니다.)
내 부모에게 배우지 못해서 이겠지요? 그러나 이제 제 노력으로 극복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내 경계를 쳐야할지, 어떻게 나를 보호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상처받기 싫습니다. 상처 받을 수도 있지만, 예전처럼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고 싶은 맘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얻고 싶습니다. 그리고 타인에게도 상처주고 싶지 않습니다. 상처받기 싫어, 상처주기 싫어 언제까지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갑자기 아이가 떠오르네요...)
판단에 대해 요즘 제가 힘든 것이 기존에 제가 믿고 있던 것(부모의 우상화처럼)과 새로이 받아들여지는 것 사이에서 제 나름의 확신이 서지 않는 것 같습니다(행동함에 있어서..)
한번 옳다고 여겼던 것(사람, 믿음...)을 깨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그 끈을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다른 면도 있다는 것을 저는 생각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여러 가지,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이 저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머리가 아프네요. 이거면 이거, 저거면 저거 뭐 이런 것이 편했지요. 다양성이라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이 드네요..
제가 요즘 이 다양함 때문에 힘이 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도 늘 아프고, 어찌해야할지 몰라 힘들고, 결론은 안 나고...답이 나와야하는데 답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기다려야하고...그 답을 찾아 헤매고 있었네요..
기다린다는 것, 답이 없이(모르고) 간다는 것, 다양함, 복잡함....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
결국 해봐야 알고, 부딪쳐봐야 할까요? 겁이 나네요.
예전엔 뭣 모르고 그저 부딪쳐봤지만, 지금은 좀 겁이 납니다.
[닉네임: 하얀빛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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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빛 자유님.
이미 많은 자각이 일어나고 있네요. 이전에는 경계가 없었기에 남이 님의 경계를 침입하도록 나두었고 님도 남의 경계를 넘어 갔습니다.그러는 과정에서 상처가 있었기에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이 두려워 애초에 도움 자체를 봉쇄 했지요.
도움을 받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요청하는 것 입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서로 도우면서 살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신의 자리가 아닌 인간의 자리에 서 있는 것 입니다.
흑백의 논리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입니다. 모든 것이 분명해야만 안도 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통제 할 수 없는 것도 통제 하려 하지요. 그러나 세상의 98페센트는 회색이지 흑백이 아닙니다.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 입니다. 교육이 역설이듯 각자 모두는 옳을 수 있습니다.
역설의 세상에서는 감정이 길을 안내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감정만큼 정확하게 길을 안내하는 것은 없습니다. 억압된 감정이 해소되면 지혜로운 감정이 알아서 판단의 근거를 제공 합니다. 감정이 살아 있으면 의지만 날뛰지는 않습니다. 감정이 살아나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정확하게 감지하기에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겁이 난다는 것은 이제 감정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방어 감정 이지요.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보호하기 위한 감정 입니다. 겁이 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만 신중 할 수 있지요.
사랑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입니다. 님은 그렇게 할 것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