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 아버님께

아이의  한글 때문에 처음 이곳에 들어왔다가  그것보다는 다른 것들을 더 많이 알게 된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는 이제 28개월 입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들어왔을 때는 아무 고민 없이 아이에게 한글을 어떻게 가르칠까 하는 것뿐이었네요.

언제부턴가 아이랑 하루하루 보내는게 무기력하고 아이를 예쁘게 보지 않는 제 자신을 느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아이 키우는 게 힘든가 싶었고, 아이랑 놀아주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푸닷을 찾게 되었습니다. 게시글을 읽으면서 저는 내적불행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내 자신이 내적불행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가난...이게 제 내적불행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다른 것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를 감으면서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을 보면서 내 내적불행은 무엇에서 온 걸까 문득  생각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푸름아버님의 답변들을 무수히 읽어보아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항상 아들인 오빠를 귀하게 여기고 언니와 나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여져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 매를 많이 맞았던 제 모습이 떠올랐고 매를 맞을 때 누군가가 엄마를 말려주거나 나를 감싸줄 사람이 있길 바랐지만 그 누구도 없다는 것에 맞으면서 느꼈던 서글픈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사는 게 바쁘셔서 엄마와 놀아본 기억이 없고 엄마가 나를 귀하게 여겨주는 말 한 마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이 귀한 줄 도 모르고 여지껏 살아왔던 것이었습니다. 그걸 아는 순간 가슴에 덩어리를 안은 양 입을 무겁게 다물고 고개 숙인 어린 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착한 딸이 되기 위해서 매 맞으면서 제 욕구나 감정은 억압되었고 싫은 것 싫다고 말도 못하고 살아왔고 화가 나도 나 뭣 때문에 화났다고 말도 못하고 살아오느라 제 가슴엔 분노만 무겁게 쌓여있었습니다.

자기 아들 생각 한번 안하고 자기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시 아버지에대한 불덩이 같은 분노도 결국엔 나를 귀하게 여겨주지 않았던 내 부모에게서 온 것이었고, 강압적이고 자기 생각대로 사람을 조종하려하는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도 그 뿌리는 내 어릴 적 나를 귀하게 여겨주지 않고 사랑받지 못했던 내 가정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설 때 이런 마음으론 친정에 가도 예전같이 식구들과 얼굴 볼 수 없을 것 같아 가지 말까 하다가  그냥 가자 괜찮겠지 하곤 갔는데 저는 친정에서 결국엔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엄마가 나에게도 이것저것 챙기고 걱정 많이 하시는 것 아는데, 오빠네 이것 저것 챙기시는 것 보고는 또 소외된 마음이 들어 혼자 방에서 울다가 언니에게 보였고 그길로 그냥 집에 와버렸습니다

그렇게 와버려서 엄마 언니 새언니 전화하고 문자하고 하는데 안 받았습니다.

늙으신 엄마, 걱정 많은 엄마, 잠 못 자고 걱정할 것 아는데 다른 사람 감정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만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며칠 간간히 화장실에서, 아이 잘 때 울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 엄마 걱정이 점점 되네요. 근데 엄마가 미운 것도 아니다, 오빠가 미운 것 도 아니다, 나 맞을때 말려주지 않았던 언니가 미운 것도 아니다 ,아빠가 미운 것도 아니다. 엄마에게 말해야하는데 용기가 나질 않아요.

내 아이는 밝고 자기 정 표현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아이와 만나는 게 두려웠었습니다.

읽으려고 사놓은 `내적불행`도 몇 달 째 서랍 속에 있었습니다.

아버님

이젠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닉네임: 우윳빛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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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빛깔님.

자신의 내면에 상처받은 아이를 만나는 순간에는 누구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이 거짓에 기초한 삶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곤 합니다.

억압된 분노가 터져 나오고, 내면 아이가 너무 불쌍해 눈물이 흐르지요. 눈물을 그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불행을 준 부모가 미워 만나가도 싫지요.

우리 사회는 효를 강조하기에 가슴은, 몸은 분명히 분노 하는데, 머리는 부모를 공경하라는 도덕관 때문에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분노가 끝나기도 전에 분노를 덮어 버리지요. 몸에 남아 있는 분노는 반듯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 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적불행은 다음 세대에 무의식적으로 전달되어 지지요.

저는 부모를 쉽게 용서하지 말라고 말 합니다.부모를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쉽게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 쉽게 용서하면 부모를 사랑하는 척은 할 수 있어도 진정으로 사랑 할 수는 없습니다. 분노와 사랑이 한가슴에서 양립 할 수는 없지요.

당분간은 님의 감정에 집중하고 분노를 풀어내세요. 코칭은 자신의 몸에 기억된 분노를 풀어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과정 입니다.머리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자신에 대한 사랑을 체험하는 과정이기에 코칭이 주는 변하는 굉장합니다. 저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에게 말 할 단계는 아닙니다. 님이 부모님에게 말을 했을 때, 그 말을 부모님이 부정해도 님의 감정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후에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금은 부모님에 대한 분노를 글로 쓰면서, 아니면 부모님을 대체한 다른 상징물에 대해 분노를 풀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화가 나고 힘든 부분을 기록하면 자신의 내면 아이가 받은 상처가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지요.그 상처를 알아야 치유는 시작 됩니다.

내적 불행, 독이 되는 부모, 천재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 착한 아이의 비극, 아이 마음속으로, 수치심의 치유, 아직도 가야 할 길,가족의 심리학 등등 추천서를 읽으시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성장을 하세요.

두렵습니다. 아마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이 자신의 내면 아이를 만나는 것 일 거예요. 하지만 그 내면 아이를 만난 후에 삶은 이 땅이 천국이 될 것 입니다.

평생 자신 안에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까요.

지금은 두렵고 고통스럽지만 님은 이미 사막으로 들어 왔습니다. 이제는 건너야 하지요. 돌아가지는 못 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님은 자신의 인생 최고 순간이 내면 아이를 만난 시간이라고 회상 할 것 입니다.

눈물이 저절로 마를 때 까지 우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걱정하면 아이 때문이 아니라고, 너를 잘 키우고 싶어 운다고 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