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저희아이 이야기는 아니지만, 친한 신랑 네 아이 문제라서요.
문제가 되는 것은 어린이집 담임이 아이가 "유사자폐증상을 보이고 있으니
가정 내에서 신경 좀 써주세요."하고 부탁을 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아이 엄마가 문제인 것 같아서 문의드립니다.
이 아이는 지금 39개월 되었구요, 올해 5월이면 동생이 생깁니다.
18개월 무렵 엄마의 직장복귀로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는데 엄마가 임신하면서 퇴사하고
집에 있는데도 여전히 아침 여덟시에 가서 여섯시에 집에 오고 있구요.
아이가 워낙 산만하고 공격적이라 모임을 하면 굉장히 문제되는 행동을 많이 보여 왔었습니다.
뭐 때리는 건 물론이고 보이지 않게 괴롭히고 물건은 다 뺏고,
그래도 혼내지 않는 부모를 보며 훈육을 좀 해줘야 한다는 충고 정도만 해줬는데
그래도 말도 잘하고 인지도 빠른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는데요,
연말모임에서 아이엄마인 언니가 저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볼 땐 우리 아이가 너무 똑똑하고 순한데, 남들은 공격적이고 버릇없다고 한다고
기분이 나쁘다고 하며 어린이집 선생님이 자꾸 귀찮게 면담요청을 해서
반년동안 피해오다 어쩔 수 없이 갔는데 아이가 여덟시에 어린이집 차에 타면서
여섯시에 하원가기까지 말을 한마디도 안하고 또래들과도 어울리지 않으며 너무나 겉돌고 있다고,
심지어는 바지에 똥과 오줌을 싸더라도 선생님이 발견할 때까지 아무 말도 안하고,
덩치 큰 친구가 때려 얼굴에서 피가 나도 찍 소리도 안내고 무표정하게 있다고,
약간의 유사자폐증상을 보인다며 집에서 잘 안 놀아주시냐고 했다는군요.
둘째가 태어나면 이런 증상은 더 악화되니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 보다 더 좋은 건
부모님이 상호작용을 많이 해주고 사랑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는데
문제는 이런 말을 들었으면 아이를 정규반으로 바꾸고 일찍 데려와 대화도 많이 해야 하는데
오히려 아이에게 과외교사를 붙이겠다고 하더군요. 자기는 힘들어서 절대 아이와 놀아줄 수 없다며...
모임에서도 그 아이만 빠지면 굉장히 평화롭고 아이들 모두 즐거워하던 터라
솔직히 저는 그 아이를 조금 미워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아이보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도 눈감아주고 오히려 아이의 기를 세워주는
언니가 더 못마땅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아이가 왜 이리 안쓰러운지 모르겠습니다.
내 아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언니는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것보다 지금 몇 살이 되면 반년에 한번은
해외어학코스 연수를 어디로 보낸다, 지금 영어수업 몇 개를 들어야한다
이런 계획 세우는 것에 목메고 있는데.... 너무 한숨이 나오고 안쓰럽더라구요.
제가 몇 마디 충고해줬는데, 소용이 없네요.
나이도 제가 네살이나 어리고 본인의 아이보다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나 봐요. 그래도 아동심리니 뭐니 하며 이야기 하면
조금 듣는 눈치라 전문가의 조언이 절실합니다.
[닉네임: 엄댕양 ]
엄댕양님.
담임선생님이 유사자폐증상을 보인다고 말한 것은
아이를 정확하게 보고 한 말이라는 느낌입니다.
유사자폐는 애착형성장애이지요.
이는 주애착자인 엄마의 감정이 억압되어 있어
아이의 감정을 나무토막처럼 취급 할 때 일어나지요.
엄마의 감정이 억압되어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지 못하고
끊임없이 아이를 배신하기에 아이는 감정적 상처로 인해
자신 안에 달팽이처럼 움켜들게 됩니다. 세상이 두렵습니다.
아이가 애착형성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여러가지가 있네요.
먼저 엄마의 태도에서 "자기는 힘들어서 절대 아이와 놀아 줄수 없다"는 말이 걸립니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 종일제 어린이 집에 아이를 보낸다는 것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아이를 버린 것입니다.
고아원에 버려야만 아이를 버린 것이 아닙니다.
아이와 놀지 못하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지 못하고
아이와 함께 있지 않아도 아이를 버리는 것이지요.
아이가 집에서는 아주 순하다는 말은 집에서 매를 맞거나 야단을 맞았다는 의미이지요.
이는 어린이 집에서 덩치 큰 친구에게 매를 맞아도
아무 소리도 안하고 순응하는 결과를 보이는 것입니다.
선생님 만나기가 두려워 회피하는 것도 엄마의 무의식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아이는 무척이나 불안하네요.
소유가 충족되지 못했기에 남의 것을 빼앗아야 하며,
똥과 오줌을 싼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이 억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이 억압되면 육체도 경직되어 대소변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지지요.
아이가 산만한 것도 상처받은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를 표출적 행동이라고 하지요.
아이 엄마가 아이의 발달을 눈치채지 못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마 자신이 어릴 때 학벌을 중시하고 공부를 잘해야만 사랑받는 환경에서 자란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있기 때문 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엄마의 감정도 억압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조금 듣는 눈치를 보인다는 것은
그 엄마의 아버지가 엄격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기에 그렇게 키우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오히려 아이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지요.
이런 사람에게 충고를 해주면 오히려 분노하지요.
특히 아이를 키우는 문제에서는 자신이 자랄 때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배려 깊은 사랑에 대해서는 듣기만 해도 몸에 알러지가 날 수 있기에
말을 할 때는 아주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아이가 왜 이리 안쓰러운지 모르겠습니다."란 말은
그 아이에게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엄마가 그런 사실을 모른다고 해도 옆에 누군가 아이를 존재로 사랑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아이는 잘못되지 않습니다.
알리스 밀러는 그런 사람을 간접 보호자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만나게 되면 간접 보호자 역할을 님이 해주세요.
아이의 지금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해주면 아이는 님을 따르게 될 것 입니다.
그 영향이 훗날 아이가 성장하는데 있어 밑거름이 되지요.
이제 조금 지나면 제가 강연한 테이프가 나오게 됩니다.
그 테이프가 나오면 한 번 들어 보게 하세요. 아무런 의도 없이 그냥 주어 보세요.
내용을 들어보고 그 엄마의 마음이 바뀌면 님에게 요청 하고 질문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선택은 그 어머님의 몫이지 님의 영역은 아닙니다.
오히려 선택을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면 분노만 일으킬 것입니다.
다른 감정은 몰라도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다는 것은 귀신처럼 알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예쁘니 남의 아이도 소중해 지지요.
남의 아이를 연민으로 바라보는 님을 칭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