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아버님 언제쯤 답답하지 않고 행복해질까요?

아버님 24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웃을 때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해맑게 웃는 이쁜 아이입니다.

근데 전 그 아이 때문에 힘듭니다. 사실은 저 자신 때문에 힘든 것이겠지요.

아이와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지루하고 힘듭니다.

남편은 새벽에 저희가 잘 때 출근해서 빠르면 10시전 늦으면 11시가 넘은 시간에 퇴근을 합니다. 일이 많아 요즘은 더더욱 퇴근시간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계속 추운 날씨

저희 딸과 저의 일상은 이렇습니다.

8시 전 아이가 일어나면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물을 찾는 아이에게 물을 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옆자리에 이불 덮고 다시 눕습니다.

피곤을 잘 느끼고 체력이 약한 전 추위핑계로 몸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밥을 찾으면 억지로 일어나 밥을 차려줍니다.

그때 저도 같이 간단히 밥을 먹거나 커피한잔으로 정신을 차립니다.

아이반찬은 그래도 만드는 편인데 제 반찬은 게으름 탓에 거의 만들지 못합니다.

먹을 게 없어 대충 한끼 때우는 일이 허다하지요..

밥을 먹고 나면 거실에서 아이와 얼른 놀아야지~생각보다 설겆이가 눈에 더 먼저 들어옵니다. 설겆이를 할려고 고무장갑을 끼면 아이가 와서 안아달라고 팔을 내밀 때가 많습니다.

그럼 아이를 안아 잠깐 봐주다가 설겆이를 하러 가곤 합니다.

티비를 틀어놓거나 컴퓨터에 dvd를 틀어주거나 하면서요..

동영상 노출이 아이에게 얼마나 안 좋은지 뻔히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이 제어가 안 됩니다.

아이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내 몸 편하자고 틀어줍니다.

어쩔 땐 장시간 노출시켜 놓을 때도 많습니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를 같이 하는 건 하나도 재미가 없습니다. 억지로 조금 놀아주다가 또 슬슬 빠집니다. 그 시간들이 지루해 전 컴퓨터를 하고 컴퓨터로 아이는 dvd를 틀어주며 시간을 보낼 때가 허다합니다.ㅠㅠ

아주 부끄러운 이야기지요..ㅠㅠ

제 행동을 보고.. 제 마음을 아이가 다 느끼고 제게 더 매달리는 것이겠지요..

여자아이라 '이거는 안 했음 좋겠다~' 이런 식으로만 이야기해도 삐집니다.

어쩔 땐 그 행동이 귀엽고 이쁘다가도 짜증도 나구요..

큰방에 침대매트리스랑 바닥엔 요를 깔아놨는데 밤에 잘 때 바닥에서 잔다고 누웠다가 매트로 올라간다고 했다 서너번은 왔다 갔다합니다.

응~그래~ 하다가도 어쩔 땐 피곤해죽겠는데 자지 않고 왔다 갔다 하는 아이가 미워서 화를 냅니다.

돌까지 아이 잠 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워낙 잠도 많고 체력이 약한 저인데 신생아 때부터 항상 몇 시간씩 안아서 엎어서 재워야만 간신히 잠들고 바닥에 눕히면 잠을 깨고 그러다가 돌쯤 되니 바닥에 누워서 잠을 잘 잤습니다.

그 뒤로 아플 땐 항상 안겨서 자야하더니 요즘은 낮잠을 거의 바닥에서 누워 못잡니다.

품에 안겨서 잘려고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제가 아이를 밀어내니 더 저에게 집착하는걸까요?

얼마 전엔 깊이 잠든 것 같아 내려놓았더니 깨길래 예전처럼 계속 안고 재우지 않고 바닥에 내려놓아버렸더니 계속 울더군요. 몇분을 그냥 울게 내버려두고 자리를 피해버렸더니 따라와서 계속 울더니 혼자서 그쳐버립니다.

바로 제 마음이 괴로워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ㅜㅜ

지금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어린이집은 보내지 말자~ 다짐했었는데 요즘은 어린이집에 맡기고 서로 떨어져있는 게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나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엄마들 처럼 일주일에 한~두 번씩 문화센터에서라도 시간을 보내야하나? 싶기도 하구요..

잘 지치고 피곤해지는 저이지만.. 올해 초 육아계획 같은 걸 세웠습니다.

올 한 해가 제 딸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알기에 tv나 인터넷은 아이가 깨어있을 땐 틀지 말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자, 살림은 뒷전으로 미루고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자, 인지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주기위해 바깥활동을 많이 하자.. 등등..

하지만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많고 행동으로 실행이 안 됩니다.

제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제 아이를 짐처럼 귀찮아하고 하루에도 열 두번 소리 지르고 짜증내고 하루하루를 시간 떼우는 식으로 지루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방금 전엔 중요한 통화중인데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 거리고 시끄럽게 하길래 볼을 살짝 쳤습니다.ㅠㅠ

제가 컴퓨터나 전화를 할 때 아이가 방해가 되면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게 됩니다.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괴롭습니다.

제가 행복하지 않으니 제 딸도 행복하지 않겠죠?

언제쯤 저희 둘 다 행복해질까요? 눈물이 납니다.ㅜㅜ

얼마 전 남편의 권유로 정신과를 같이 갔었습니다. 의사와 상담 끝에 우울증이 심하진 않다고 3개월 정도 약을 복용하면 될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약은 3주정도 먹다가 지금은 먹고 있지 않습니다.

우울증을 병원약이 아닌 아이와 부딪히면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약을 끊었는데요..

푸름아버님~ 저 이겨낼 수 있을까요?

힘든 육아가 아닌 아이와 즐겁게 육아하고 계신 맘들도 도움 글 좀 주세요 ^^

                                                                                                           [닉네임: 천천히걸어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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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걸어가자님.

아이와 관련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님의 무의식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싸우는 과정에서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먼저 아이와 보내는 하루가 지루하고 힘들다고 했습니다. 지루하다는 것은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님이 어릴 때 부모님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기제 입니다.

둘째, 엄마 마음이 괴로우면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면서 아이의 감정을 회피합니다. 이는 님의 감정이 억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억압된 감정이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는 것이지요. 죄책감도 많습니다. 이 죄책감은 사실은 그 아래에 있는 수치심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 입니다.

셋째, 아이를 짐스럽게 생각하면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방해하면 짜증을 냅니다. 짜증은 분노를 수동적으로 표현하여 남을 공격하는 것 입니다. 그것은 이미 님의 내면에 억압된 분노가 많다는 것 입니다.

넷째, 우울증도 일종의 방어성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에 무의식은 내가 공식적으로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아이를 잘 키워하고 남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훗날 아이에게 엄마는 아픈 가운데서도 네게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님의 글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무기력 함이 느껴집니다. 님의 무의식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저 자신 때문에 힘든 것이겠지요"라는 표현이 그냥 스쳐 지나가며 나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 됩니다.

아이와의 행복은 그냥 오지는 않습니다. 님이 행복을 선택 할 때 오는 것 입니다.

행복을 선택하려면 먼저 님의 내면 아이의 감정에 대면해야 합니다. 그리고 억압된 감정을 밖으로 배출해야 하지요. 지금은 감정을 억압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님은 내면에 여러 가지 생각이 많습니다. 생각으로도 감정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생각하고 있으면 감정을 안 느껴도 되지요.

감정은 몸으로 겪어야 하는데, 실제로 몸으로 겪는 과정을 글로 설명 할 수가 없네요. 님의 몸에 축적된 분노만 풀어내도 생기를 찾을 수 있는데, 그런 과정을 혼자서 거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네요.

분노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정모에 오셔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