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30개월 여자아이 입니다 나름 배려하면서 키우려고 노력했는데 모르겠습니다.
2달 전에 제가 좀 아팠었는데 몸이 아프니까 만사가 귀찮더라구요
근데 그때 이후 아이가 징징대는 게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TV밑에 뭔가를 꺼내고 내렸는데 아이 손이 끼었어요. 새끼 손까락이 움푹 들어갔거든요. 혹시나 뼈가 다쳤을까봐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했었는데 다행히 이상은 없더라구요
그런데 그날 밤 잠자다가 정말 공중 부양하듯이 튀어올랐어요. 아이가 “엄마 무서워요. 안아주세요, 아빠 손잡아주세요, 엄마 꼭 안아 주세요, 이불 덮어주세요, 더 세게 안아 주세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떨더라구요. 다음날 물어보니 호랑이가 어흥하면서 쫒아 와서 도망갔다고 하더라구요.
그날이후 안방에는 호랑이가 산다고 합니다. 요즘에 저희 가족은 거실에서 잡니다. 무섭다는 말을 수시로 하고 호랑이가 어흥 하지 않고 야옹야옹 하고 울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아빠가 문밖에서 막대기로 호랑이 때려서 혼내줬고 호랑이가 야옹야옹하면서 도망갔다고 문밖에서 실감나게 연극도하고 저도 수시로 호랑이는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요즘은 외출할 때도 업고 다닙니다. 엄마가 꼭 옆에 있어야하고 심지어는 화장실도 가지말라고 합니다. 뭘 해도 엄마가 해줘야하고 아빠는 싫다고 합니다. 아빠가 만지는 건 무조건 자기 꺼라서 안 된다고 하고 아빠가 삐질 정도입니다.
도통 잠을 자려고 하지 않습니다. 낮잠을 안자 는건 괜찮은데 안 자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한 가지 놀이에 집중을 못하고 이것 저것 만지기만하고 수시로 먹을 걸 달라고 하고 부엌에서 맴돌면서 싱크대 위에 올라가서 엄마랑 같이 보자고 합니다. 졸리면 자면 좋겠는데 산만함이 극에 달하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짜증내고 울어댑니다.
태어난 이후로 밤이고 낮이고 수월하게 잠든 적이 없었는데요. 낮잠을 저녁 8시에 자도 꼭 다시 깨서 놀다가 잡니다. 어떤 땐 2시간씩 업힌 채로 자기도합니다. 낮잠을 늦게 자니까 밤에는 거의 1시가 다 되서 잡니다. 아침은 7시면 깹니다. 한밤중에 거의 비슷한 시간 새벽 3시쯤 일어나서 업어달라고 합니다. 아~~ 정말 지칩니다
제가 궁금한 건 다섯 가지 입니다.
첫째는 아이가 뒷꿈치를 들고 걸어 다니는데요 3달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건 아닌지 혹은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건지 궁금합니다. 혹시 불안해서 그러는 걸까요?
둘째는 무서워하는 감정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낮에도 안방에는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고 문만 열려있어도 닫으라고 합니다 우리 집에 호랑이가 있다는 말도 하고... 밤새 불을 켜고 잡니다. 아무리 설명하고 이해시켜주려 해도 안 되네요.
셋째는 어떻게 하면 예민함을 들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파트라 어쩔 수 없이 소음이 없을 수가 없는데 조금만 소리가 나도 움찔움찔합니다
옆집에서 물내리는 소리 문 닫는 소리 걷는 소리 정말 다른 아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작은 소리에도 엄마 이건 무슨 소리야? 일일이 그 물음에 답해주는데 다른 분이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고 묻는 아이도 대답하는 엄마도 둘다 대단하다고 하더라구요. 화장실 물내리 것 부터 조금만 소리가 커질 것 같으면 미리 예고하고 합니다.
넷째는 집에서는 엄마 곁을 떠나지를 않습니다. 태어난 이후 20분 이상 혼자 놀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데 30분하다가 50분으로 늘렸습니다. 수업시간 내내 엄마를 찾지않구요. 선생님은 아이가 집중력도 좋고 또래보다 표현도 그렇고 인지도 그렇고 빠르다고 합니다. 수업시간 내내 엉덩이를 떼지 않고 잘 하고 선생님과도 노래도 부르고 즐거워하고 상호작용도 잘 됩니다. 다른 집에 놀러 가면 엄마를 찾지 않고 잘 노는데 유독 집에서는 왜 그러는지 궁금합니다. 심심하다는 말도 하는데 심심해서 그럴가요? 엄마하고만 놀아서 생각이나 호기심이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이끄는 대로만 끌려갈까봐 걱정됩니다.
다섯째는 이런 것들 때문에 혹시 아이의 자존감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요즘은 아이가 눈치보는 게 보이고 목소리가 기어들어갑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모든 바램이겠지만 똑똑한 아이도 잘난 아이도 아닌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아~~ 요즘은 한숨을 달고 사네요
도와주세요
[닉네임: 아현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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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이집님.
1.아이가 발뒷꿈치를 들고 다니는 것은 소리와 연관 있는 것 같네요.소리에 민감한 아이라 아파트에서 뛰면 엄마의 표정이 변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2.아이의 무서움은 화를 내지 못해서 온 것 일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의 화 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엄마가 억압한 화를 아이가 표현하는 것 입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화를 내자 못해 위장된 화인 짜증을 부립니다. 또한 두려움은 허락되기에 화를 두려움으로 바꾼 것이지요.꿈을 꾸다 호랑이가 쫒아왔다는 것은 무의식이 엄마에게 낼 수 없는 화를 호랑이로 바꾼 것 일 수 있습니다.이해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 입니다.
3.소리도 두려움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소리에 대해 사실을 말해주고 그 소리가 무서운지 물어 보세요. 그리고 아이의 두려움을 몰아내려 하지 마시고 두려움에 공감해 주세요. 아이는 스스로 용기를 내려고 합니다. "엄마 내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가 두려움에 대면하고자 하는 용기로 느껴집니다.
4.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 정말로 나를 사랑 하나요"를 묻는 것 입니다.
5. 아이가 엄마를 돌보는 역할을 하면 아이의 자존감은 낮아지지요. 아이가 엄마의 감정을 돌보느라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지금 님은 아이의 자존감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사실은 님의 자존감에 대한 질문을 하신 것이 아닌가 싶네요.
좀 더 깊이 자신이 어떤 분노를 억압하고 있는 지를 보시기 바랍니다. 밖으로 나오는 화가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에 억압한 분노 입니다. 자신에게 보복 할 수 없는 아이에게 내는 화는 내면의 억압된 분노를 감추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낼 때는 힘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 입니다. 그런면에서 분노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제 글이 너무 냉철해 님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몇번을 고민하다 글을 씁니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님이 성장하고 아이와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