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뿡맘 2011-02-27 00:52:01 102
저희 신랑도 발톱까지는 아니지만 손톱을 늘 물어뜯어서 개구리 손이 되었답니다. 시어머님 말씀으로 둘째 낳고 젖몸살이 나서 큰집에 한달을 맡겨놨는데 그 이후부터 물어뜯는 게 버릇이 되었다네요. 과연 그 일로 해서 고질적인 물어뜯기가 시작된 걸까요?
참고로 저희 시부모님은 참 다른 성향의 부부십니다...아버님은 군인출신의 매우 권위적이고 우익에 잔소리가 정말 정말 심하십니다. 반대로 어머님은 말 그대로 자유방임이십니다...두 아들이 해달라면 모든 다해주시고 세 남자를 하늘처럼 떠받들며 살아오신 분이구요....시부모님의 취향이나 습관, 취미, 모하나 비슷한 게 없으셔서 그런지 두 분은 늘 사소한 말다툼으로 소일 하시구요....어머니는 스트레스를 푸시려고 두 아들들한테 거짓말을시키고는 아버님 몰래 자주 화투를 치러 다니시곤 했구요. 집안은 정말 제가 첨 인사하러 갔을 때 정말 정리 정돈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너저분한 상태였는데 그걸 우리 신랑도 고스란히 배워서 써먹고 계신지라 제가 늘 쫓아다니며 치워야 될 정도이구요...온 시댁 식구들이 소비벽이 매우 심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시댁 욕을 제대로 했네요^^;;
문제는 손톱을 물어뜯는 것보다 우리 남편의 이중생활입니다. 밖에서는 너무나 좋은 사람, 젠틀한 사람인데 집에만 들어오면 시아버님이 빙의 되셔서 매우 무뚝뚝하고 집안에서 웃는 얼굴을 보기 힘들고 앉은 뱅이 생활을 일삼으며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저를 부려먹네요. 그럼에도 딸바보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사람을 15년 가까이 봐왔는데 단 한번도 우는 모습을 본적이 없습니다. 태생이 심각한 게 없고 긍정적인면도 있지만 때때로 공감능력도 떨어져보이고 동정심도 없어 보일 때가 있어요...자기도 울고 싶을 때가 있지만 눈물이 나오질 않는 다네요. 어지간해서 화도 거의 잘 내지 않아요. 남편을 화낼 수 있게 하는 사람은 저뿐이랍니다^^;;
시아버님을 닮아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그런걸까요? 남자들은 원래 잘 울지 않나요?
울 남편은 대체 무엇에 억압받고 있는 걸까요?
창피함 무릅쓰고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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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서뿡맘 ]
서뿡맘님.
저 그런 사람 잘 압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울지 못하는 이유는 감정이 억압 받아서 그렇습니다. 특히 우는 감정은 이 사회가 남자에게는 허용하지 않지요.
아버지에게는 억압받고 엄마에게는 방임받았습니다.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너무 축적된 분노가 많아서 입니다.한번 폭발하면 터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화를 내지 못하지요. 자신 안에 화가 있는지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다만 분노를 억압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기에 집에 와서는 꼼짝을 하지 못하는 것 입니다.
그나마 님에게는 화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내에게는 보복을 받을 위험이 적기 때문 이지요.
남편은 외로운 사람 입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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