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6개월 된 여아를 미국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보통 4-5 단어 문장을 말하고, 아기 인형을 친구 삼아 간혹 우리 둘 사이에 나눴던 대화 몇 문장을 통째로 혼자 다 말하기도 합니다. 책도 좋아하고, 특히 요즘은 동화책보다 21세기 학생백과를 더 좋아하는데 볼 때마다 항상 로켓부터 보기 시작해서 곤충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두어달 전부터는 끝없이 자신의 동작에 세밀하게 변화를 주며 "보배 지금 뭐해?" 라는 질문을 하루종일 틈만 나면 해대기 시작했고, 몇 일 전은 자신보다 조금 큰 아이가 유모차에 우는 것을 보고 "언니 왜 울어?"라는 질문을 함으로써 why 질문도 시작했습니다.

1. 이런 걸 보면 아이가 말을 잘 하는 것 같은데, 가끔 절 당혹하게 할 때가 있는데, 아이가 동물 그림이나 사물을 보고 "이건 아빠야, 이건 엄마야, 이건 보배야." 라고 할 때입니다. 이게 상상놀이일까? 싶기도 하다가 괜히 이거 애가 갑자기 왜 이러지? 덜컥 겁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속으로 어떻게 답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응, 그래? 이게 아빠고, 이게 엄마야?" 라는 반문을 하면, 아이는 "응, 이건 아빠구, 이건 엄마구, 이번 보배야." 라고 다시 답을 합니다. 그 정도 선에서 그치고 넘어가곤 하지만 "아니야, 이건 백곰이고, 이건 수달이고, 이건 뽀로로잖아." 라고 답해야 하나...고민하게 됩니다. 어느 날은 흰곰을 보고 자꾸 아빠라고 우기길래, 아니야, 이건 흰곰이야. 아기 친구야. 라고 했더니. "이건 아빠 아니구? 이건 친구야?" 라며 책을 볼 때마다 그럽니다. 상상놀이겠거니..하고 "그래, 이건 아빠구나.."라고 했어야 했는데 제가 잘못한건지..T.T

2. 아이가 눈 (snow)을 무서워합니다. 눈이 안 내린 날도 "눈오면 엄마랑, 아빠랑, 보배랑 같이 있지?" 라고 묻곤 합니다. 눈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데, 무서워하여 만지기는 커녕 내려 놓지도 못하게 찰싹 달라 붙습니다. 생전 처음 눈을 본 날부터 그럽니다. 그냥 무서워하는 것을 인정해주고 넘어가야 할지, 아니면 공감해주되 무서워하지 않도록 자꾸 만져보기를 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 아이가 물놀이를 지.나.치.게. 좋아합니다. 시도때도 없이 작은 의자를 갖고 와서 세면대 앞에 놓고 물 틀어 달라고 해서 흐르는 물에 손 씻고, 몇번이고 비누칠하고, 각종 컵으로 물을 담았다가 여기 저기 옮겨 담고..(말리지 않으면 30분이고, 1시간이고 끝도 없이 하려 듭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co-op preschool에 데리고 다니는데, 거기서도 항상 물놀이부터 시작하여 물놀이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water baby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너무 물을 좋아하고 희열을 마구 느끼는 것 같은데 자꾸 말리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내내 물을 틀어 놓을 수도 없어서 몇일 전에 kitchen set를 사주어서 싱크대에 물을 담아 주어 설겆이를 하고 놀게 하는데, 잘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눈 뜨자마자 설겆이부터 하겠다고 달려들거든요. 어느 정도로 허용을 해야 건강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적당히 놀게 하다가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리게 해야 할런지...

4. 어딜 가나 땡깡 안 피우고 시끄럽게 하는 법 없이 얌전히 혼자 놀다가 주변 사람들과도 놀다가...하면서 잘 놀아 어딜 데려가나 사랑을 많이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4개월 위인 30개월 여아와 play date을 시작했는데, 그 아이와는 좀 많이 부딪힙니다. 그런데,둘 다 서로를 좋아하는 것은 같습니다. 문제는, 보배는 항상 장난감을 자신이 좋아하는 걸로 먼저 갖고 놀기 시작하는데, 그 아이는 보배 손에 들려진 것을 항상 뺏으러 온다는 것입니다. 뺏고는 가만 들고 있다가 갖고 놀지도 않고 보배가 만지는 다른 장난감을 또 빼앗곤 해요. 그래서 어느날은 2시간 같이 노는데, 보배가 10번 정도 울어서 중간에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난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놀이터에서도 보배는 누군가를 먼저 밀치는 일이 없이 항상 다른 아이들이 먼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기 순서가 되면 놀거든요. 그래서 놀이터에서 놀면 안 부딪히겠지 싶어서 놀이터에서 만나 놀게 해보았는데, 이번엔 그 아이가 밀고 좀 심하게 당겨서 보배가 넘어지고 주저 앉아 버린 등의 작은 사고가 생기고 말았어요.  그래서 서너번 울었구요. 이럴 경우, 계속 함께 놀게 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이럴 경우 제가 중간에 어떻게 중재를 해야 할런지요? 참고로 그 어머니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라 늘 보배를 더 먼저 걱정하는데, 어떻게 현명하게 그 분과도 조율해야 할지도 알고 싶습니다.

답해주시면 육아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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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My precious ]

My precious님.

딱딱 떨어지는 질문이네요. 저도 딱딱 떨어지는 형식으로 댓글을 달겠습니다.^^

아이는 안정되게 성장하네요. 따뜻 합니다.

1.아이는 상상력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곰을 아빠라고 하는 것은 이미 상징을 이해하고 있는 것 입니다.언어도 상징이지요. 아이의 언어 발달도 좋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어머님도 따뜻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 안에 부모 중의 한사람이 격식을 갖추고 약간의 엄격함도 있는 집에서 자란 것이 아닌가 싶네요. 단지 추측이라 안 맞을 수 도 있습니다. 아이가 상상놀이를 하면 그 상상의 친구를 인정 하세요. 아이는 그 친구들과 지금 함께 하는 것 입니다. 아이가 지금 자신을 무엇이라 상상하고 있는 지를 주목하고 헷갈리지 않도록 하세요. 아이가 개라고 상상하면 개 취급하시기 바랍니다. 사람취급을 하시면 수치심을 가질 수 있지요. 개처럼 밥을 먹고 싶은데 사람처럼 먹으라고 강요하면 아이의 상상의 힘은 죽습니다. 언제까지나 개로 살지는 않지요.

2. 아이가 눈을 무서워한다면 책을 읽거나 아니면 일상에서 눈과 관련하여 두려움을 주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 입니다.엉뚱한 것과 관련이 있는데 엄마가 찾지 못하는 것이지요. 아이가 눈을 무서워하면 그 감정을 받아 주세요. 일부러 두려움을 증가시켜 극복하게는 하지 마세요. 감정을 받아주면서 아이가 눈을 무서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보세요. 그 원인을 알았다면 그 감정을 아이가 반복해서 표현할 기회를 주어 두려움의 감정이 몸 밖으로 배출되게 하세요.

3. 건강한 아이 입니다. 성장의 어느시기에 물에 미치는 아이가 있습니다. 푸름이도 오랫동안 물에 미쳤습니다. 저도 이 나이까지 물을 너무 좋아 합니다.물은 흐르고 형체가 변합니다. 지자는 요수라 했습니다. 다만 물값이 너무 많이 나가면 경제적으로 힘드니까 그렇게 현명하게 조절 하면서 물과 놀 시간을 주시고 인생을 즐기게 하세요.

4. 아이는 배려 받았기에 남의 것을 빼앗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하면 아이는 난폭해지거나 위축 되지요.나중에 아이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한 엄마에게 분노하게 됩니다. 하지만 엄마에게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니까 자신에게 분노를 돌리게 되고 아이의 자존감은 낮아지게 됩니다. 아이가 차안에서 그런 상황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상처받은 감정을 털어내는 과정 입니다.엄마가 그나마 공감해주니까 상처를 치유 할 수 있습니다.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인생을 통해 반복 됩니다.

엄마가 개입해 아이를 보호해 주세요. 그 아이의 엄마가 미안해하는 것 때문에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님이 남에게 좋은 이웃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아이를 희생시키는 것 입니다.그 아이의 엄마는 자신의 분노를 억압한 사람입니다. 자기 자식의 감정보다 남의 자식의 감정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는 버림받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요. 그래서 그 아이는 남의 것을 빼앗는 것 입니다. 엄마가 아이의 감정에 먼저 공감해주고 그 다음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 엄마에게 부정적인 관심을 받으려 하지 않지요.

많이 공부하시면서 아이를 키우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발달이 좋으면 좋을수록 엄마에게 큰 그릇을 요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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