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는 서로에 대한 마음이 애정, 가여움, 원망, 불신으로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가 힘들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둘다 내적불행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남편은 어린시절 너무나 불쌍하게 자랐습니다...
형제들이 많았고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편히 등을 눕힐 곳이 없었답니다...
땅은 있었지만 사기를 당해 집지을 자금을 날려버려 한동안 천막생활도 해봤답니다...
사고를 당하신 아버님때문에 어머님은 2년 넘게 병원뒷바라지를 하셔야 했고
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셔야 했습니다...
어린시절 남편은 엄마가 자기를 버릴까봐 언제나 엄마의 치마를 손에 칭칭 감아 다녔고
일하러 나간 엄마를 대신해 어린나이인데도 자기보다 어린동생에게 손수 계란만 넣어서 볶은 볶음밥을 해주고 김에 김치만 넣어서 김밥을 해먹었답니다...
당신께서는 억척스럽게 자기 몸뚱아리 보살피지 않고 사셔서 그런지...
제법 재산을 모으셨지만 병환을 얻으셨고 제가 결혼한지 2년반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신랑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이 강합니다...
엄마가 원망스럽고 너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는 엄마가 미웠을까...
얼마나 외로웠니라고 얘기하면...
자기는 엄마가 절대 원망스럽지 않다고... 우리 엄마같이 불쌍한 사람 없다고...
자기는 엄마가 너무너무 불쌍해서 미칠 것 같다고...
자기의 어린 시절로 인해 생긴 애정 결핍과 분노...는 다 자기때문에 생긴 것이지...
엄마때문에 생긴것이 아니라고 하네요...
그러면서 저의 어린시절 가여웠던 저의 내면의 아이에 대한 얘기를 하면...
그래도 넌 밥은 먹었잖아. 그래도 넌 유치원도 다녔잖아. 그래도 넌 엄마가 옆에 있었잖아...
이렇게 얘기합니다...
신랑은 자기 어린 시절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신랑의 불쌍한 어린아이를 보듬아 주고 싶습니다.
거부하는 남편 어떻게 할까요...
자기에게 연민을 가지는 것조차 자존심 상해하고, 강한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리고 한가지 성격이 감정적이고 불같고 화를 참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억압받고 충분히 자기의 마음을 공감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해서 일까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사치였을까요...
그래서 이렇게 폭발하는 걸까요...
남편의 화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남편과 정말 행복해 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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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완소호진 ]
완소호진님.
남편에게 눈을 돌릴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을 축하드려요.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네요. 누가 더 많은 불행을 가지고 있는지를 내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내적불행이 남편보다는 큰 것 같네요.^^
저는 남편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압니다. 바로 나의 모습이니까요.
남편은 엄마가 너무 불쌍할 것 입니다.그래서 엄마에 대해 조금이라도 뭐라하면 분노가 치솟아 오를 것 입니다.그 상황에서 엄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것을 먼저 인정해주어야 합니다.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엄마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아이의 소망과 욕구, 감정이 어떠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거기까지 입니다. "당신의 내면 아이가 외롭고 불쌍했겠다 "라고 말해버리면 그때는 남편의 경계를 넘어가는 것 입니다.이전에 푸름이 엄마는 나의 내면 아이를 위로해준다고 나를 아기라고 부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화가 나서 "당신은 몇 살이야?"하고 물었습니다.
엄마를 돌본 소년가장은 강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조금이라도 약하게 보이면 안되 지요.아내가 연민을 보이면 자신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분노하게 되지요.
우리가 부모에 대한 우상화를 깬다는 것은 부모로 인해 자신이 받은 상처를 인지하여 치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못하면 부모를 거부하거나 밀어내는 것으로 오해 할 수 있습니다.부모가 사랑해준 것은 확실하게 인정하지만 부모의 미숙함과 여러 상황에 의해 받은 상처를 결산하여 부모를 인간으로 온전하게 사랑하는 과정 이지요.
소년가장은 이 우상화를 스스로 깨기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아내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받고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갈 용기를 얻어야 비로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많은 시간이 필요 하지요.
특히 어릴 때 가난한 사람은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먹고 살기 바쁠 때는 감정은 사치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감정을 강하게 억압 합니다.저도 얼마나 감정을 억압했으면 십이지장에 상처가 깊어 피를 토하고 기절을 세 번이나 하고 보름 넘게 검은 변을 보았는데도 부모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않았습니다. 엄마가 걱정할 것 같아 말을 안 한 것 입니다.
감정을 억압했으니 분노가 많은 것은 당연하지요. 분노 할 때는 자신이 강한 것처럼 느껴지지요. 사실 그 분노 안에는 외로운 아이가 있는 것 입니다.그 아이를 안아주어야 하는데 남편이 안아 달라고 요청 할 때 까지는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것이지요.
남편이 가끔가다 내면 아이를 이야기 하면 그때는 진심으로 공감해주세요. 그러나 일부러 내면 아이를 이끌어 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것보다는 님의 성장에 집중 하세요. 그러면 부부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서 남편은 변화를 시도 하려 할 것 입니다.
부부가 함께 산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내면 아이를 보았다면 좋은 날이 곧 올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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