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겨우 두돌이 지나긴 했지만,

2년간의 나름의 배려와 소위 푸닷식 교육으로 아이는

이제 부모인 제가 보기엔 상당히 자기주도적으로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기주도적으로 자란 아이가

몇 년 후 어떤 식으로 공교육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신생아때부터 모든 과제를 자기가 선택하고, 소위 학습자 중심으로 놀이를 하고,

공부(?)를 해온 아이가 딱딱한 공교육에 어떻게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도 교사이긴 했지만, 그리고 대부분의 좋은 이론들은 알지만

마흔명의 아이들을 정해진 교육과정이 있는데,

학습자 중심으로 끌고가긴 무척 어렵거든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관심영역은 더 확대될테고,

이런 식으로 삶과 배움을 즐기는 것이 몸에 베인 아이가

학교에 가서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하는 것은 고문일 것 같습니다.

푸름이나 초록이 다른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적응을 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큰 그림이 있으면 더 당당히 자신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때, 그러니까 벌써 십수년 전 일이지만,

발도로프 슈타이너 교육이라고 대안교육의 하나인 그 교육을 배우러 스위스에 갔었습니다.

철학도 공부하고 실제 수업도 참관했었지요.

과제야 학교에서 주어지지만 교실에서 행해지는 수업보다는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 훨씬 많고,

아이들이 스스로 피아노나 첼로 등까지 만들어

고등학교 때는 연주를 하고, 양들을 키워 그 우유를 마시고 하는 것을 보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대부분이 공교육에서 탈선한 아이들이었고,

결국은 사회인이 되었을 때 다시 슈타이너 학교의 교사가 된다거나

자유로운 직업을 가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걸로 기억이 됩니다.

소위 의사 변호사라던가 하는 딱딱하지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그런 직업을 가지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내 아이가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그 자유로움으로 행복해질 수 있겠다하는 막연한 믿음은 생깁니다만,

이런 대안학교가 아무 곳에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대안학교를 보내는 것만이 대안도 아닌 것 같습니다.

딱딱한 수업시간에 가만히 의자에 못 앉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이 많겠어요.

머리 속에는 하고 싶은 일이 가득차 있을텐데.

저번 주에는 문화센터 수업 끝나자마자

자기가 저만치 앞장서서 버스정류장 가더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갈 때까지 안 내리겠다고도 했었습니다.

버스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에 무지 놀랐었습니다.

이런 아이가 갑자기 학교 들어간다고 변하는 건 아니겠지요.

푸름이 아버님,

푸름이와 초록이도 상당히 자유롭게 컸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지루한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나갔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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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스미레94 ]

스미레94님.

그렇게 자기주도적인 아이들이 어떻게 딱딱한 그리고 수동적으로 따라 가야하는 공교육에 적응할지는 숙제이기도 하지요.

일단 그런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잃어 버리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가서 제일 뚜렷하게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는 아이들은 자기주도적인 아이들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이들은 수동복사만 아니면 배우는 것이 즐거운 아이들이라 즐겁게 배우려 하지요.

만일 선생님이 이런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면 가르치기 가장 쉽고 재미있는 아이들이 될 것 입니다. 많은 설명을 안 해주어도 되지요. 아이의 능력에 따른 도전 과제만 주면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무척이나 즐거워 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교육적 편견에 사로잡혀 꽉 막힌 사람이라면 이런 자유로운 아이를 미워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자유로움이 선생님의 두려움과 수치심을 건드리지요.

푸름이의 학교생활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즐겁기도 했고 힘이 들기도 했습니다.자유롭고 도전을 주는 사랑이 풍부한 선생님을 만나면 그 학년은 천국이고, 수치심이 내면화된 편견이 가득하고 좁은 교육관을 가진 선생님을 만나면 그 학년은 힘들지요.

그러나 배려 깊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고통을 견디는 힘도 강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 근거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기 때문 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선생님은 바뀌게 되지요. 아이들은 부모만 흔들리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힘을 이미 어린 시절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 하면서 축적 했습니다. 얼마나 강한 아이들인지는 지금은 잘 모릅니다. 어릴 때 상처받은 아이들은 두려움이 가득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한번 쓰러지면 일어나지 못 합니다. 그러나 사랑받은 아이들은 끝없이 도전 하지요.

푸름이는 초등과정을 다니면서 집에서 한번도 숙제를 하거나 학교공부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학교 공부는 학교에서 끝마치고 집에 와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중. 고등학교도 마찬가지 입니다.그래서 아이는 지치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저렇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에 몰입하고, 몰입하기에 성취하지요.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들어가면 정말 무섭고 빠르게 배웁니다. 요리든, 일본어든, 군사학이든, 컴퓨터분야든 정말 대단한 속도로 배우면서 도전 합니다.

저는 푸름이의 세상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생각 합니다.그는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든 최고의 성취를 이룰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아이 때 가지고 있는 배움에 대한 즐거움이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님이 유야를 키우고 나중에 복직을 한다면 님의 성장만큼 아이들을 이끌어 줄 것 입니다.교실 환경이 아무리 딱딱해도 배움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즐겁게 배우지요. 그리고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를 이해하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지요.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릴 때부터 간직한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꺽지는 못합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긍극적으로 공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자신의 내면을 보고 아이들을 존재로 사랑해줄 때 이 나라의 교육은 변하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나 공교육의 기초는 결국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요. 푸름이교육법은 아이의 내면의 힘을 극대화 시켜 공교육의 불합리를 뚫고 나가게 하지요. 어떻게 보면 구름잡는 교육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교육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고 아이가 원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루게 하니까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부에 대한 두려움을 아이에게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저는 요즘에 공자님이 하신 말씀을 이해하기 시작 했습니다.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지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종종 아이의 행동을 바로 잡으려다 아이의 영혼을 파괴 합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현재 유야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과 몰입을 제한하지 마세요. 선생님도 최선을 다했지만 님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님의 마음에 정직해야 하지요. 그것이 공감대화 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느낍니다.

유야가 아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지금 이 나이가 되어도 제대로 조절 할 수 없는 감정을 우리마음 처럼 통제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 그 아이는 부모에 의해 절대적으로 보호 받아야 하지요.

아이는 성장하면서 내면의 빛을 보여 줍니다.그 빛을 따라 가세요. 님의 글에서 이전과는 다른 성장이 느껴집니다. 그 성장도 게을리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몰입하면서 즉각적으로 충족되어야 하지만 학교 갈 나이가 되면 기다릴 줄 알고 배려 받은 만큼 남을 배려합니다. 이런 분별력 있고 자기주도적인 아이가 많으면 선생님도 목소리 높일 일이 없어지지요.

푸름이닷컴에 그런 선생님이 많이 계시지요. 저는 공교육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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