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유치원을 가고 제 마음은 회오리를 칩니다..
처음인듯한데. 제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저의 엄마는 시부모님, 시동생, 시누이, 아주버님의 이혼으로 인해 그의 딸 아이를
모시며 저희 3남매를 키웠어요..
저희 아빠는 외국엘 다니는 배를 타셔서 일년에 한두번 집에 오셨지요..
대 가족 속에서 엄마 혼자 많은 고생을 하셨지요..
할아버지의 술주정, 밥상 엎음. 어른 눈치보느라 바쁜 엄마에게
어린 저희는 감정적인 상처를 많이 받으며 자랐습니다..
오빠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오빠는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엄마를 항상 감동시키는 존재였지요..
지금도 엄마의 종교이다시피한 오빠입니다.
저는 말수 없고 항상 내성적인 책만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아기 때도 흔들어깨우지 않으면 젖달라 울지 않고 계속잠만 잤답니다..ㅜㅜ
제가 엄마 배속에 있을 때 술주정뱅이 시동생이 엄마머리채를 잡고 돌에 찍고 온갖폭력을 했다 하는데 저는 아마 태아 때부터 상처를 입은듯합니다..
엄마는 시집살이의 힘듦을 저에게 화풀이 한듯합니다..
엄마 본인의 우울증과 열등감도 있었고,
저희 3명제는 아빠없는 일상에서 엄마에게 감정적인 학대를 당한 것 같아요..
엄마가 차려준 음식(곰국,볶음밥...)을 맛없다고 하면 난리가 났었지요..
곰국같은 기름기를 싫어하는 저희에게 억지로 먹게 해 방바닥에 토하다가 얻어맞고 그랬네요. 초등학생때는 사슴피를....방에불까지끄고 저희입에 억지로 부었습니다...
7살인가 학습지를 억지로 시키며..글자를 잘 모른다고 머리도 맞고 울면서 학습지를 풀었네요.. 엄마가 얼마나 무섭던지요..
다니기 싫은 피아노학원을 울면서 분노하면서 다녔습니다..
지금에와서 피아노를 얼마나 보냈냐고 하니 3년보내고 포기했답니다..ㅜ.ㅜ
3년이라니...그시간동안 얼마나 분노가 일었는지 모릅니다..
어린시절 너무너무 외로웠어요. 유치원에 억지로 가도 재미가 없고..
엄마는 너무 무섭기만 하고..
엄마는 오빠만 좋아하고 동생만 귀여워해..
아빠는 일년에 한번만 왔다가 가버리고...
어느날 밤 배가 뒤틀려오고 어린 저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방을 기어다니며
"제발 병원데려가줘"
"엄마 제발..""죽을것같애" 울며 매달렸지요..
엄마는 무서운 눈으로 쳐다만 봅니다..
그날 밤 병원엘 갔는지 어쨌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엄마의 그 무섭고 냉정한 눈빛은 아직 기억이 납니다..
제 아이를 낳고 옆에계신 엄마에게 한 첫마디는
"엄마 나 어릴 때 배아팠던것보다 애 낳는 게 더 안 아퍼,,"였어요..
산고보다 더 배가 아팠던듯해요....
무서운엄마..아빠의 관심을 받는 큰딸이 싫은 엄마..
아빠는 엄마앞에선 저를 안지도 못했지요..
반면 아빠는 제 여동생을 싫어했어요..
언니처럼 얌전하지 못하다고....
심리책들을 읽을수록 무섭습니다..
아무에게도 존재로서의 사랑을 받지못한 저..
아직까지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인데..
아직도 가슴이 텅빈 듯해..외로워 죽겠는데..
종교에 쇼핑에 독서에 몰입해보지만 항상 원점입니다..
저는 아직도 엄마가 무섭습니다..
아직도 엄마는 자신이 다 옳습니다..
..........................................................
[닉네임: 수행]
수행님.
어제 이글을 읽었습니다.그리고 내내 글의 느낌을 마음에 담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정제된 차분한 글안에 요동치며 절규하는 님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님은 엄마가 아직도 무섭다고 하셨는데 제게는 그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분노로 다가 옵니다.그 분노조차 이성으로 차단하고 분노를 두려움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님의 분노의 시작은 아주 오래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아기 때도 흔들어 깨우지 않으면 젖 달라 울지 않고 잠만 잤다는 그 말이 제 안에 있는 연민의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 작은 누나가 그랬습니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아이는 원초적 부정으로 인한 상처를 잠으로 이겨 내고 있다는 것을 지금은 너무나 분명하게 알지요.
님의 내면에 얼마나 큰 외로움과 공허가 있는지도 느껴집니다. 그 외로움을 종교로, 독서로, 쇼핑으로 채울 수는 없습니다. 채워지지도 않습니다. 원초적인 부정은 너무나 고통스럽기에 무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 억압되어있습니다. 감정의 파도가 아무리 거세게 쳐도 바다 속까지 뒤집어 놓기는 어렵습니다.
닉네임이 수행이시네요. 이상하게도 제가 님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저도 오랜 시간 고통 속에서 수행을 해왔기 때문에 그럴 까요.
심리서를 읽을수록 무섭다는 말에 깊이 공감 합니다. 님은 님의 분노를 감지하고 있습니다.그 분노가 폭발할 것 같고,모든 것이 재가 되어 무너질 것 같은 예감이 들 것 입니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님이 가장 깊게 억압한 분노에 대면 하시기 바랍니다. 몸으로 분노할 때만 자신의 존재감을 내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줄 한줄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님의 분노와 외로움을, 공허함을 그리고 존재에 대한 사랑을 채워가는 과정을 지켜보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