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큰아이 혜교는 42개월의 지칠줄 모르는 체력의 소유자입니다.  책과 강연의 말씀처럼

제일 예쁘면서도 호기심 넘치고 지칠 줄 모르고 놀고 그럽니다.

그런데 동생이 태어나고서(2개월) 조금 힘든가 봅니다.

동생이 사랑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데, 자기만 모든 사랑을 받다가 동생이라는 어마어마한 존재가 늘 엄마 옆에 있으니 힘든가 봐요.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고, 요즘은 자기도 곰돌이를 낳았다며 저랑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같이 젖 주고, 담요로 싸주고, 흔들침대에 눕혀주고... 등등..

우리 혜교는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더 사랑받고 큰 아이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1, 모든 것을 다 본인이 하고 싶어 하지만 특히 먹을 것과 입에 대한 몰입(?), 집착이 엄청 강합니다. 음식을 하면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자기 것이 제일 많이 가득 담고, 다른 사람은 자기가 남긴 것이나, 쬐끔씩만 줍니다.

21세기 학생백과에서도 빵, 케익, 사과, 오렌지, 초콜렛 페이지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저희 가족은 한번도 혜교한테 빼앗아 본적도 없고, 다른 아이로부터도 소유를 충족해주었는데 아직도 더 채워주고 기다려주면 언젠가는 가족들과 편하게 맛있는 것을 나누며 먹을 날이 올까요? 걱정이 돼요.

2. 이사도 하고 둘째도 태어나서 바쁜데, 블럭놀이하자고 그럽니다. 블록놀이 할 때는 자기가 하라는 블럭만 해야 되고, 자기가 더 잘했다고 칭찬해야 되고, 대사도 지정해주는 대사대로 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같이 놀 때도 지어낼 필요도 없어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알려주거든요. 근데, 엄마 바쁘다고 좀 기다려달라고 다른것 하다보면, 블럭놀이하다가 책을 읽어요. 제가 안 놀아주면 좋아하는 책을 엄청 많이 읽어요.  같이 놀거나 다른 사람이 오거나 놀 꺼리가 있으면 적게 보구요. 같이 놀아줘야 하나요? 아님 방치(?)해도 되나요?

3. 힘든 시기라 그런지 떼가 많이 늘었는데요,

얼마 전에 아빠가 퇴근하고서 생협가자고 난리 난리 쳤어요. 감기도 심한데 가봤자 아이스크림이랑 과자 잔뜩 골라서 몇날 며칠을 밥 안 먹을거기 때문에 아빠가 못 들어준다며 집밖으로 도망가버렸어요. 할머니한테가서 대성통곡하니 할머니가 너무 안됐다며 '우리 아기 딱하다..아기 아기 아기...'이러면서 업어주니 언제 그랬냐는듯 뚝 그칩니다.

이거 괜찮은건가요?  아님 들어줘야 하나요?

4. 생떼 쓸 때 감정에 공감해주고,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말씀이 잘 이해가 안되네요.

가령, 아기 젖주고 있는데 놀아달라고 생떼 쓰면, '엄마가 아기만 젖 주고 혜교한테는 젖 안줘서 속상하구나' 여기서 그치면 되나요?

온종일 집안을 어지르고 쓰레기통에 쓰레기  안버리고 그러는데, 그것도 공감해줘야 되나요? 쓰레기통에 정리 좀 하자고 하는 건 가르치려드는 건가요?

양치질도 엄마랑 같이하면 무엇이든 잘했는데, 요즘 안하려고 해요. 그럴때 "그래 , 양치질 안하고 싶구나.. " 이렇게 공감해주고 안해도 되나요? 아님, 충치세균 생긴다고 가르치려 들면 안되나요?

제일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5. 부모가 아이 대신해서 막아주어야 할 때와 아닐 때는 언제인가요?

주위에서 아이가 예쁘다며 인사를 건네면 눈말 말똥말똥하고 인사를 안해서 제가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만하고 맙니다. - 이럴때는 부모가 모범을 보이고 "인사해야지" 하면 막아주면 되지요?

6. 하루종일 말을하고, 아니면 말을 노래로 부르는데 정말 책읽는 시간만 빼고 온종일 말과 노래를 합니다. 이런 아이도 있나요?  괜찮나요?

7. 기분나쁠 때 방문을 탕탕 벽에 치고, 아무말도 하지마.. 나한테 말시키지마.. 이러는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싫어하는 벽지도 쬐끔씩 뜯고 그래요. 제가 그걸 기겁하니까 더 그런 것 같애요. 이럴땐 어떻게 하나요?

8. 마지막으로 아이 아빠이야기입니다.

인사를 안 시키기로 하고 푸름이 교육법도 너무나 잘 따라줍니다. 그런데 할머니나 다른 분께 인사시키길래, 나중에 왜 그랬냐고 하니까,, 안 그랬답니다.  이건 뭔가요?

자기의 형이 오랜만에 와서 혜교가 "이 아저씨 누구에요?"  라고 말했어요. 혜교는 너무나 오랜만에 봤거든요. 그랬더니 핀잔을 주면서 큰아빠잖아 이러는 겁니다. 애가 일부러 그렇게 물은것도 아닌데요.. 아이의 당황하던 눈빛이 역력했어요. 혜교 30개월도 안 됐을 때였어요.

아이 아빠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지만 부모님이 맞벌이 하시느라 방치형으로 자랐어요. 아버지와 자라면서 대화한적이 한 번도 없답니다(그럴 수도 있나요?) 어머니와는 장난치고 재미있게 지냈지만요.

9. 혜교와 주일학교를 가는데, 우리 교회는 24개월도 안된 아이들이 울며불며 영아부에서 지냅니다. 정말 보기 안쓰러울 정도죠. 24개월되면 모자실에 같이 있을 수 없게합니다. 혜교는 저랑 안 떨어지려고 해서 제가 영아부에서 늘 같이 예배드리다가(엄마는 저만 있어요). 5살이 되어 유치부에 가는데 제가 혜교가 보이는 방에 앉아있으면 가끔씩 예배드리다가 저를 보러 오기는 해도 잘 있었어요. 근데 동생이 태어나고 저랑 같이 모자실에서 있다보니 유치부 예배를 안 드리려고해서, 아빠가 같이 가자고 해도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같이 모자실에 있을까요?  동생 태어나서 엄마랑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도 있고 모자실에서 과자 얻어먹고 돌아다니고 하는게 재미나서 그러는 거도 있고... 유치부 안보내도 될까요?

요즘 갈팡질팡 저도 힘든 시기인데, 생각보다 혜교가 동생 때문에 힘듦을 잘 이겨내는 것 같아 더 잘 받아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질문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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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배꽃향]

배꽃향님.

"와" 대단한 아이를 키우시네요. 우울증이 날아가 버렸다니 저도 기쁘네요.

질문의 순서에 따라 답합니다.

1.무법자의 전형적인 특징 입니다.발달이 빠른 아이들은 그 시기의 특징을 최대한 겪으며 지나가지요. 무법자는 전능한 자아가 우세합니다. 전능한 자아는 자신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 하지요.

배움의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방식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 입니다. 선생님이 있지요. 어떻게 보면 책도 선생님 입니다.다른 방식은 모색이나 시행착오를 하면서 배우는 방식 입니다.이는 자신이 원하고 좋아해서 거리낌 없이 수많은 시도를 해보는 것 입니다.성공할 때 까지 실패를 계속 합니다. 두 번째 방식이 아이들이 좋아하고 배우는 방식 입니다.전능한 자아가 발달하지 않으면 한번 실패하면 시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호기심과 창조성이 넘쳐 납니다. 뭐든지 만지고 조작하려 하지요. 무엇이든 시도하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 합니다.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걱정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을 무기력하게 하게 만드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아이들에게는 없습니다.

혜교가 본인이 하고 싶어 하고 본인의 소유를 확실하게 주장하는 것은 전능한 자아가 확실하게 발달하는 과정 입니다.이는 시간이 지나면 유능한 자아로 발달할 것입니다. 그때는 누구보다도 남에게 잘 나누어 줄 것 입니다.채워야 할 의존욕구를 다 채웠기에 가지려고 연연해 하지 않습니다.

2. 두 번째 질문도 첫 번째와 같은 맥락의 질문 입니다.전능하기에 아이는 모든 것을 지시해 줍니다. 그때는 아이 키우기가 쉽지요.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요. 그 역을 충실하게 해주세요. 아이는 이미 자신을 위로하는 기술을 발달시키고 있네요. 엄마가 블록 놀이할 시간이 없으면 책을 보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즐거움을 찾는 능력이 있다는 것 입니다.엄마가 놀아줄 시간이 있으면 놀아 주세요.그러면서 사랑받는 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 합니다.그러나 그럴 시간이 부족하면 서서히 혼자 있게 해도 괜찮습니다.

3. 할머니와 감정이 통했습니다. 위로 받은 것 입니다.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감만은 받아야 합니다. 아이가 잘 성장한 배후에는 할머니 같은 조력자가 있었네요.

4. 가르치려 한다는 것은 아이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가르친다는 의미에는 지시하고 평가하고 훈계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 입니다.부모역할훈련 이라는 책을 읽으면 그런 행동의 부작용이 잘 나와 있습니다. 공감은 아이를 믿는 것 입니다.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부모가 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자랍니다. 부모가 양치질을 하면 아이는 따라 하지요. 아이가 스스로 하려는 마음을 부모가 존중해 주고 그 아이의 마음에 진정으로 공감해주면 아이는 분별의 힘이 강해 질 뿐만 아니라 높은 자존감을 가지게 되지요. 푸름이교육은 높은 자존감이 아이의 행동을 조절하게 하는 교육 입니다.

아이가 생떼를 쓴다는 것의 의미를 잘 생각해 보세요.아이는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입니다.그 욕구를 표현 할 때, 아이의 감정도 함께 따라오는데 엄마가 그 감정을 읽지 못해 공감해 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의지로 뒤집어지는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공감받은 아이들은 엄마와의 감정소통이 이루어지기에 행동으로 자신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질문에서 할머니가 업어주니까 언제 그랬냐하고 똑그쳤다는 것이 진정한 공감이 일어난 순간 입니다.말로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하나가 되고 감정이 하나가 되어야 하지요.

5. 혜교는 지금 남을 경계하는 시간 입니다. 자신의 공간을 남이 침입하는지를 살피는 것이지요.이때 인사를 강요하는 것은 아이의 경계를 침입하는 것 입니다.엄마가 인사하는 모습만 보여주어도 나중에는 인사 잘하는 아이로 성장 하지요.남이 아이를 평가 할 때 분명하게 막아주고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어떤 아이가 소방차를 좋아헤서 매일 소방차를 보려가니까 소방서장이 아이를 불자동차에 태워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질겁을하는 것 입니다.소방서장이 "이런 겁장이구나"하니까 옆에 있던 엄마가 "우리 아이는 겁장이가 아니에요. 밖에서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라고 말했답니다. 남이 내 자식을 평가하도록 나두지 마세요.

6. 흥이 있고 상상력이 강한 아이 입니다.창의력도 엄청 날 것 입니다.저는 그런 아이를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발달이 빠른 아이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 입니다.지금까지 하는 모든 행동은 푸름이 어릴 때 행동과 똑 같습니다.그러니 더 잘 알지요.

7.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사랑으로 지켜봐 달라는 것 입니다.엄마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엄마지만 화를 조금 억압한 면이 있네요. 엄마 안에 화가 있으면 아이의 화를 지켜보기가 어렵습니다. 말없이 연민의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8. 혜교 아빠의 내면 아이는 혜교에게 질투 할 수 있습니다.자신은 그런 사랑을 받아 본적이 없기에 무의식에서 질투가 올라오는 것이지요. 혜교 아빠는 이것을 감지하기는 어려울 것 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실수처럼 툭 튀어 나올 것 입니다.저도 몰랐는데 푸름이에게 질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푸름이가 일본 대학에 원서를 넣을 때 저는 가난해서 서울 대학교 원서를 한 장밖에 못 넣었는데 그때 제 내면 아이가 질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받은 상실이라 알아차리기 쉬웠지만 어릴 때는 기억이 없어 질투가 난다는 것은 자신도 모를 것 입니다.

9. 일부러 아이에게 상처를 주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엄마하고 같이 있게 하세요. 그렇게 깊은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엄마와 떨어질 때는 엄마가 서러울 정도로 독립 합니다.그 시간이 긴 것 같지만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어릴 때 받은 상처가 훗날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면 그렇게 아이를 떼어 놓고 예배를 보기는 어려울 것 입니다.

님의 질문은 명쾌하네요. 엄마의 정신이 맑고 분명 합니다.

공부 많이 하고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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