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에 정말 죽을 만큼 힘듭니다.
여태까지 배려로 키운 아이를 공들여 공감이니 허용이니 열심히 따라했는데,
오늘밤 하루 만에 모든 걸 날려버린 거 같아 너무 눈물이 납니다.
아영이는 이제 28개월입니다.
아토피가 심해져서, 한약을 먹이게 됐습니다.
약을 안 먹이고 식이요법만 가지고는 완치가 될 런지,
언제 될 런지 모른다는 한약사님 말씀에, 3개월 열심히 약 먹이기로 했습니다.
약도 먹여야 하고, 녹즙도 먹여야하고, 보습도 시켜야 하고,
약재를 끓인 물에 목욕도 시켜야 하는데,
지금 반항기가 절정이고, 뭐든지 시키는 건 다 안 할려고 하고,
모든 걸 다 강요할 수 없기에, 전 약 먹이는 것 하나만 단호하게 하겠다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약 먹이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약도 정말 쓰거니와, 양약처럼 양이 적은 것도 아니라 양도 많고,
아기 때와는 달리, 이제 억지로 먹이는 게 전혀 되지 않습니다.
꽉 붙잡고 억지로 떠먹이는데, 울고불고 토하고 뱉아 내고 악을 쓰고,
제가 아이를 고문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계속 공감하고, 설명하고, 아토피 있는 아이들 사진,
약 먹고 나은 아이들 사진 계속 보여줘 가며, 나름대로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운다고 대강 봐주고 넘어가면 결국 안 먹게 될 거 같아서,
단호하게 먹을 때까지 계속 억지로 먹였습니다.
토하고 뱉으면 다시 약을 데워와 먹이고..
그러기를 1시간 반동안 했습니다.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결국 제대로 먹지 못하고, 울다 지쳐 잠들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먹어도 절대로 아이를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아이가 정말 너무도 힘이 세고, 너무나 의지가 강했습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했지만
엄마는 너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끝까지 먹을 때까지 먹일 거다 했지만..
결국 다 못 먹고, 끝까지 뱉아내고, 아이는 너무 울고 악을 써서 재울 수밖에 없어서
제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이 오락가락 하는 게 문제인거 같습니다.
단호하게 하겠다고 했으면 맘 약해지지 않고 단호해야 하는데,
저렇게 고문 받는 것처럼 괴로워하는 아이를
이렇게 의지가 강한 아이를 꺾는 것이 괴롭습니다.
약을 먹이는 게 유일무이한 해결책인가,
아니면 빨리 낫게 하고 싶은 나의 욕심인가, 계속 의심하는데요,
이것도 필요한 의심인지 아니면 약 먹이기 힘드니까
나약한 마음에 의심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약을 단호하게 먹이는 게 배려인가요?
아니면 조금씩 스스로 먹어야겠다 마음먹고 먹을 수 있게끔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게 배려인가요?
시간을 아무리 줘도 안 먹는다면 (이미 약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니까요.) 어떡하지요?
약에 조청도 타주고, 단것이랑 같이 먹게도 해줬는데, 모두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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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감동복만사랑 ]
감동복만사랑님.
저는 당뇨병 약을 한보따리 가져 왔지만 약을 먹지 않고 음식만 조절 하여 당뇨병이 없다는 진단을 얼마 전에 받았습니다. 약을 먹고 안 먹고는 제가 선택한 것이지요.
그러나 아이는 그런 선택을 할 능력이 안 됩니다. 왜 이약을 먹어야 하는지 엄마가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의 감정에 연결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사생결단으로 먹이면 아이는 아토피보다는 감정의 상처가 더 오랫동안 후유증으로 남을 것 입니다.
우선 엄마가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세요. 꼭 그날 다 먹여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아이가 먹기 싫어하면 그 먹기 싫어하는 마음을 그대로 비추어 주세요. 엄마가 "먹기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너무 싫어. 우리 누구 약 먹기 싫어"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주면서 아이의 감정과 접속 하세요.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료수가 있다면 그 음료수에 약을 타서 쉽게 먹을 수 있게 만들고, 다른 음료수병에도 약을 타서, 어느 것은 절대로 먹지 말라고 하고 어느 것은 먹으라 하세요.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먹지 말라는 것을 먹으려 하고, 먹으라고 하는 것은 먹지 않으려 할 것 입니다. 그러면 못이기는 척, 다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아이의 욕구를 들어 주세요.
아이를 속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강제나, 위협, 설득이 아닌 아이의 감정이 상처를 받지 않으면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라는 뜻 입니다.
엄마가 아이의 약 먹이는데 목숨을 걸지 않아야 아이는 약을 먹지요. 좀 더 유머스럽게 접근 하시기 바랍니다. 누가 들을 정도의 소리로 우리 아이가 약을 너무 잘 먹어요. 같은 옆문을 이용하는 방법도 사용 하세요.
약을 먹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도 깊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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