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때문에 글 남기기 참 어렵고
또한 이 질문이 사소한 질문일 것 같아 걱정이 되지만 용기를 내어보았습니다..
저는 이제 36개월이 다 된 지헌이가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답니다.
흔히 몸에 좋다는 김치나 된장찌개 같은 건 아예 먹지 않아요.
단 음식, 싱겁고 허옇게 생긴거... 정말 저의 식성과 꼭 닮았지요.
그래도 어찌 어찌 겨우 겨우 먹이며 지내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산책을 나가면 꼭 한번씩 아파트 상가의 수퍼마켓에 들러서
뭘 하나씩 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우유를 꼭 하나씩 사더니
이젠 쥬스(합성착향료가 잔뜩든 쥬스들)사탕, 소세지 등을 삽니다.
나름 유기농으로 먹인다며 집에 생협에서 사둔 쥬스, 소세지들도 있는데
우리 아들은 수퍼마켓을 지나치지 못합니다.
밖에 나가면 아예 거기 간다고 생각해요.
늘 수퍼를 찾아 몸에 안 좋은걸 너무 먹고 싶어하는 딸에게 화가 나요.
제가 어릴 때 맛없는 밥 먹는 게 저에겐 참 고역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먹는것에 걸려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근데 지금 이건 뭘까요
아이가 수퍼마켓에서 물건사려고 할 때 느껴지는 이 불편함, 못마땅함,
지금 지헌이가 수퍼에가서 뭘 살 때 그냥 사주기 싫은것은 아닌 것 같아요.
몸에 안 좋은걸 먹는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아요.
유기농 매장에 가서는 먹고싶은 거 골라 와도 화가 나지 않거든요.
몸에 안 좋은 것을 먹으면 아이에게 정말 안 좋을 것 같은 불안감..
그런 것까지 완벽하게 신경써주고 싶은 욕구일까요?
먹거리 제대로 안 해 주면 아이의 건강을 나 몰라라 하는 나쁜 엄마가 될까봐?
방치형 부모 밑에서 자란 저라서 내 아이에게만큼은
제대로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걸까요?
제 마음이 그래서 그런지 그럴수록
지헌이는 그런 음식에 대해 더 집착하는 것 같아요.
지헌이는 먹는 것도 먹는 거지만 수퍼마켓 안의 그 화려함,
다양함에 완전히 매료되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다른 엄마들은 수퍼가서 잘만 사주는데 난 왜 이렇게 늘 마음이 불편할까.
정말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무지 큰것 같아요.
집에서도 김치나 된장찌개 같은걸 먹지 않는 것에 늘 마음에 걸려했거든요...
강박인가요?
..........................................................
[닉네임: 담담하게]
담담하게님
아픔, 죽음, 건강에 대한 두려움으로 느껴지네요.
건강 책을 많이 보면 불량식품을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요.
우리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햄버거, 자장면은 일년에 한두 번 정도 먹고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지 않았던 것이 지나고 나니까 다행이었네요.
고구마 감자 옥수수가 우리의 간식이었네요.
초록이가 일곱 살 쯤 강연을 하느라고 힘들어서
저녁에 외식을 며칠 계속하니까
하루는 엄마 김치하고 밥 달라고 한 기억이 나네요~~^^
음식은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지요.
무조건 허용하기에는 건강이 염려되고
허용을 안 해주자니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지나고 나면
활화산처럼 터져 나옵니다.
될 수 있으면 불량식품 생각이 나지 않는 환경을 만드시고
그래도 먹고 싶은 욕구를 자연스럽게 막을 수 없다면 사주면서
음식이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지, 불량식품을 먹으면 몸에 왜 안 좋은지
스스로 절제할 수 있도록 책을 보여주세요.
지금 먹고 싶은 것을 지나치게 억제시키면
초등학교 가서 엄마의 감시에서 벗어나면 통제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지헌이가 슈퍼에서 화려하고 다양함에 매료되면
대형마트에 가서 실컷 구경하여 욕구를 충족시켜 주세요.
가지전에 먹을 것 하나 선택하기 등 미리 약속하고 가시고요.
저는 먹는 것, 사고 싶은 것은 무조건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한계를 넘어가면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주고
왜 안 되는지 알려주고 오늘은 참을 만 하다 생각 될 때는
욕구를 지연시켜서 억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욕구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고 판단 될 때는 그 욕구를 들어 주었습니다.
무조건 허용도 기술의 한 방법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행동을 하기 전에 감정이 안내를 하는데
지금 당장 욕구를 충족시켜야 되나 지연 시켜서
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지를 님의 감정과 직관을 사용해서
아이의 욕구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억제시킬 것인가 훈련해 보세요.
..........................................................
푸름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