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8개월 무렵 처음 푸름이 아버님의 책을 접하고...
그 후로 쭉 배려깊은 사랑으로 아이를 키워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해 주고 배려해 주고 의사를 존중해 주고...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뭔가가 어긋났나봅니다.
이제 꼭 48개월.
아이는 커갈수록 고집이 세어지고 엄마에 대한 집착 의존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너무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세서 매를 들었습니다.
그 후로 매는 정말 틀린 방법인 것 같아 매는 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면의 내 어린아이를 되돌아보면서
떼쓰고 울며
엄마에게 매달리는 아이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고
또 아이가 엄마사랑을
부족해하는 것 같아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이 안아주었습니다.
전 오후3시까지 일하는 직장 맘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이와 많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을까요.
아이는 여전히 무언가 엄마의 사랑이 부족했는지
늘 "엄마 엄마, 안아줘, 안아줘"하고
한번 고집부리고 울기시작하면 토하거나 쉬할 정도로 성질을 부리고,
길면 1시간까지 주저앉아 울기도 했지요.
심지어 울다가 그냥 잠든 적도 있었습니다.
원래 그랬던건 아니었고 한 2~3주정도 전부터 유독 심해졌어요.
그전엔 어쩌다 한번씩 진짜 심하게 떼쓰거나 잠 올 때 그러는 정도였는데
요새는 하루에 2,3번 정도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니 하루가 너무 힘이 듭니다.
오늘은 출근을 안 할 수가 없어서
우는 애를 그냥 시어머니께 맡겨두고 나와 버렸습니다.
제가 있으면 아이에게 희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그냥 나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정말 제가 없으니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놀았답니다.
시어머니와 주변사람들은 결국 제가 너무 관대하고 다 받아주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
정말일까요?
그게 잘못된 것일까요? 그렇다면 진짜 배려깊은 사랑은 뭔가요?
아이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고 아이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러면서도 뭔가 엄마의 위엄과 안 되는 건 안된다고 해야 하는..
엄한 뭔가가 필요한건가요??
[닉네임: 천사예진]
천사예진님.
아이가 고집이 세진다고 하셨는데 어떤 고집인지요?.
고집인지 자기 주장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특히 아이를 배려 깊게 사랑해주다가 어느 개월 수를 지나
훈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엄마와 아이는 충돌하게 되지요.
배려깊은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독립적 입니다.
감정이 존중받았기에 자신이 느끼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지요.
그런데 그 나이에 순응된 엄마에게는 아이의 감정표현이 벅차다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엄마가 아이를 배려하는 것과 희생하는 것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희생은 받기 위해주는 것이지요.
이는 엄마가 아이의 사랑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아이의 권리와 공간을 엄마가 침입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남에게 피해를 주어 선을 그어주어야 할 때, 아이가 울면
그 울음을 참지 못하여 엄마가 울음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아이의 욕구를 채워주지요.
아이가 스스로 하려 할 때 기다리지 못하고 엄마가 대신해 줍니다.
밥을 스스로 먹으려 할 때 엄마가 더렵혀지는 것을 참지 못하여
아니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대신 먹여주면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엄마가 왜 대신해줄까를 생각해야 하지요.
아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자신이 못나서 그렇다고 생각 합니다.
희생하는 엄마는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지요.
특히 분노를 억압 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의 분노를 대신 표현하면서 뒤집어 지지요.
아이가 갈수록 고집이 세어진다는 것은
엄마가 아이를 바라볼 때 분노가 있다는 표현 입니다.
엄마의 무의식에 분노가 있다면 아이는 그 분노를 감지하고
엄마와의 감정의 접속이 차단되니까 더욱 거세게 엄마와의 연결을 시도하려 할 것 입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기에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특히 배려받은 아이일수록 내면의 빛이 강하기에
자신이 느끼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지요.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리는 것은
엄마와의 감정적인 연결을 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이제 그만 아이가 엄마로부터 떨어지기를 원합니다.
말하지 않지만 아이는 그것을 느끼지요.
아이에게는 그 떨어짐이 찢김으로 느껴집니다.
익어서 자연스럽게 분리 독립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밀어내는 것이지요.
엄마는 그런 아이의 행동을 엄마의 사랑이 부족한 것으로 자책하고 있습니다.
자책은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죄책감에 아이들과 더욱 친밀하게 놀아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 놀이는 엄마가 아이와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아이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보상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이와 놀아준 것의 동인은 엄마가 아이에게 좋은 엄마의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마음이지요.
이는 희생이 될 수 있지요.
이만큼 놀아 주었으면 엄마가 바라는 대로 독립하고 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반대로 행동하니 엄마는 화가 나지요.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와 놀아줄 때 그동안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받았기에 친밀감을 느끼고 엄마를 더욱 믿게 되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지요.
아이가 뒤집어지는 것은 그동안 쌓인 욕구와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입니다.
뒤집어 지는 마음을 받아주면 아이는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배려깊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큰 아이들이
배려깊은 사랑을 받으면 반듯이 뒤집어지고 퇴행의 과정을 거쳐 가게 되지요.
엄마를 믿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배려깊은 사랑에는 분노가 없습니다.
아이를 존재로 사랑해주지요.
이는 아이의 영혼을 살리는 것 입니다.
그래서 높은 자존감을 가지게 되고 그 자존감이 아이의 행동을 바르게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이의 행동을 바로 잡아 아이를 남 보기 좋게 키우려 하지요.
그러는 과정에 영혼이 파괴되지요.
지금까지 아이를 키운 것이 희생을 기초로 한 것인지
아니면 존재에 대한 사랑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