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면서 많은 난관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책읽기나 몰입과 같은 대주제가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한 허용입니다..
근데 이것 참!! 수시로 화가 납니다. 제 기준을 넓히고 아이의 일은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넓게 봐서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시작된 허용인데.. 많이 어렵습니다..
1. 음식의 양 채우기
오래전 '엄마, 아빠 밥은 많은데 왜 내 밥은 조금이야?'로 시작된 밥의 양에 관한 문제입니다.
제 딸(39개월)은 본인의 그릇에 항상 밥이건 국이건 음식을 가득 담아주길 원합니다.
가만 보니 그릇의 크기는 상관없이 무조건 가득 담아야 하길래 작은 그릇들을 준비하여 채워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작은 그릇이라도 가득 담으면 아이가 먹지 못할 만큼 많이 담겨지지요.
조금씩 양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는지 요즘은 차고 넘 칠만큼 담아달라고 합니다.
2. 군것질
군것질에 대해서도 나름 허용했는데요.. 먹고 싶은 것은 언제고 꺼내주었고 집에 없을 땐
슈퍼에 데리고 가서 사주기도 했습니다. 너무 심하다 싶을 땐 '좋지 않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몸도 약해지고 밥도 잘 못먹게 되어 걱정이 된다.'정도로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아랑곳없이
먹고 싶은 것만 계속 먹습니다. 딸기잼에 밥을 비벼먹기도 하고 케이크 시럽을 원샷하기도 하고..
케찹을 접시에 덜어 퍼먹기도 합니다. 뜬금없이 이런 저런 것이 먹고 싶다하여 차려주면 손도 안댈 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모습들을 보면 제가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것입니다.
정말 약이 올라 죽겠다는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는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해주고 있고,
아이에게 좋지 않은 말로 쏘아붙인 적도 있구요. 아이는 본인의 행동이 엄마를 화나게 한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구요. 그래서 더욱 저를 건드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허용을 시작한지 3개월 정도 되어가는데 변화가 없는 아이의 행동에 더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제가 너무 성급한 것일까요? 도통 마음이 편해지지 않습니다.
허용이라는 것을 시작했다가 오히려 덫에 걸려버린 느낌입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닉네임: 쎄미형]
쎄미형님.
엄마는 심각한데 질문이 재미있네요.
1. 엄마의 내면에 음식을 남기면 안 되는 아이가 있네요.
저도 푸름이 엄마와 음식버리는 문제로 다툰 적이 있습니다.
제 내면에는 음식을 남기면 죄를 받는다는 관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관리하지 못해 버리면 화가 나곤 했지요.
다른 것에는 인색하지 않은데 음식만은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난해서 그랬을 것입니다.
지금 아이에겐 가득이 중요하네요. 소유를 분명하게 배우네요. 그러면서 조절하고 있습니다.
작은 그릇으로 가득 주세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담아서 가득 주세요. 아이는 그 사랑을 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어른인 우리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2. 아이의 몸은 스스로 먹고 싶은 것을 조절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습니다.
정말 아이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음식은 애초에 냉장고에 갖추어 놓지 마세요.
아이가 다양한 음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먹으려 하는 것은 호기심이지요.
우리 부부는 푸름이의 그런 호기심을 죽이지 않았기에 지금 푸름이는 일본에서 혼자 현미밥에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여 먹습니다. 메일이 오면 오늘은 어떤 요리를 개발하여 먹었다는 내용이 오지요.
저도 푸름이 요리를 먹고 싶은데 그것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푸름이가 개발한 요리는 맛있습니다.
허용은 님안에 어떤 규정을 두는 한계의 덫이 아닙니다.
덫이 되어버리는 님 안의 분노의 원인을 잘 살펴보시고 다스려나가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님의 내면을 볼 수 있게 해주어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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