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8월 코칭때 저를 착취하고 이용했던 엄마의 이미지가 흡혈귀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꿈에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그 꿈은 저의 의존이 엄마로부터 언니를 거쳐

제 아이에게 이르는 것을 너무나 선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꿈에서 어딘가 가는

엄마를 쫒아가 무언가 간절한 부탁을 했으나 엄마가 갑자기 치매 환자로 변하더니 저의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부탁을 거절한 것 뿐 아니라 더이상 저를 보살펴줄 수 없다 했고 저쪽으로 가서 혼자 해결하라 했습니다.

엄마는 치매환자였기에 전 더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엄마가 환자니까 날 받아줄 수 없는 것이다

생각한 것이 꿈의 일부였습니다. 꿈을 깬 후 저는 사건은 기억이 없지만 엄마에게 존재를 거절당했던

슬픈 감정에 휩싸였고 결국 제 아이의 사랑을 움켜쥘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 존재로 사랑받지 못했습니다. 존재로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들하나 더 낳고자 했으나 제가 태어났으며 공부를 잘하는 자식을 원했으나 전 공부를 못했습니다.

엄마는 엄마의 조건에 맞지 않는 저를 거부했고 수치스러워 했습니다.

저의 감정이나 욕구는 전혀 중요치 않은, 제 존재는 하찮고 부담스러운 것일 뿐이었네요..

요즘들어 부쩍 아이가 저에게 화만 내고 퉁명스러운 엄마라 얘기했습니다.

기억도 안나는 예전 얘기를 꺼내며 왜 그렇게 화를 많이 냈었냐며 매번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사과를 해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아이의 요구가 지겹기까지 했습니다.

전 배려하며 키웠다 생각했는데 아이는 왜 화만냈었냐며 따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엄마와 마찬가지로 전 아이를 존재로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배려깊은 사랑을 한다고 했으나 저도 느끼지 못하는 저변에 깔려있는 분노로

매순간 아이의 존재를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때는 아이가 예뻐보이고

어느때는 아이가 미워보이고 그랬나 봅니다. 매우 많은 조건이 걸려있었음을 알았습니다..

흡혈귀로 보였던 엄마가 저였습니다. 엄마와 똑같습니다.

엄마가 절 보던 시선으로 아이를 보고 있습니다. 제 아이 역시 흡혈귀네요.

엄마는 절 사랑으로 낳은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낳았을 뿐이고 원하던 모습의 자식이 아니던 저는 

주저없이 버려졌습니다. 저의 존재는 그저 마트에 진열된 바코드찍힌 상품과 다를바가 없네요.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으나 하자가 있는 불량품에 불과한 존재네요.

이렇게 살다 패기처분되면 재활용되어 다른 유기체로환생하는건가요... ㅠㅠ

저 역시 제 아이를 좋은 상품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뿐이고 그 좋은 상품으로

저라는 불량품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중증 나르시시스틱 엄마였음이 너무나 자명해졌네요..

꿈으로 인해 거부된 존재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 슬프네요.. 존재가 도대체 뭔가요?

그리 쉽게 거부당할 수 있는 것인가요? 아이를 사랑해주고 싶은데 안되네요..

애초에 사랑할 수 없는 심리구조를 가지고 있었네요. 흉내만 내면 될 줄 알았는데

아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네요. 아이가 부담스럽고 귀찮습니다.

집에서 분노를 풀어내도 아이의 존재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제 존재가치가 회복되는 것이 먼저라 생각되지만, 이 무가치한 느낌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수치심이나 분노가 크게 올라오지 않는 것은 아직 감당이 안되서 일까요?

누가 저에게 존재감을 심어줄 수 있을까요? 

제 자신이 절 재양육해야 하는지, 아니면 푸름부모님이 대리부모로 생각하고 사랑받아야 하는건가요..

전 순도 100%의 사랑을 원합니다. 조금의 불순물도 없는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아직 엄마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인지 제가 절 사랑하기 전에 누군가로부터 받아보고 싶고..

받지 못해 무가치해진 것이 억울할 뿐입니다. 

어제 강연듣고 깨질듯 아팠던 머리가 아직도 아픕니다.

새벽에 두시간 울었는데도 두통이 가시질 않네요..

아버님.. 저의 상태.. 조언 부탁드립니다. 

[닉네임: 쎄미형]

쎄미형님.

강연을 듣던 날 잘 들어갔는지요.

슬픔 자체였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네요.

어제 두시간 자고 대구 강연을 갔다가 이제 들어와서 조용히 글을 읽었네요.

존재가 부정 당한 슬픔이 느껴지네요.

그 슬픔이 너무나 커서 머리로 절제한 글의 행간에서도 뿜어져 나오네요.

느껴야 할 슬픔이기에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슬픔이 끝나면 자신이 존재로 부정 당했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지요.

존재는 누가 부정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존재의 고귀함은 신의 속성입니다. 이는 육체가 사라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요.

그런데 자신의 존재가 고귀하다는 것은 누군가 그 고귀함을 비추어 주어야 합니다.

그 최초의 누군가는 엄마입니다.

그러나 엄마가 깨진 거울이라면 깨진 거울로 비추어주게 되고

아이는 깨진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을 자신의 존재로 착각하는 스토리를 쓰게 되지요.

환상을 사실과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있기에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지요.

이를 애초에 사랑할 수 없는 심리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지요.

애초에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아이는 엄마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사과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엄마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쎄미형님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기에 절망의 마음이 드는 것이지요.

변화는 어느 시점을 지나야 합니다.

임계점이 있지요. 그 임계점을 넘어야 빠르게 진행 됩니다.

그 때는 자신이 버림 받았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느끼며 살인의 분노와 억울함,

짐승의 울부짖음이 나올 것입니다. 그 울음이 끝나면 꿈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더 이상 엄마의 사랑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 것입니다.

무의식은 이미 알고 있기에 엄마를 치매환자라는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사랑 받으려는 일말의 집착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환자라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은

버림 받은 상실의 고통을 아직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 입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머리가 아픈 것은 강연 내용에서 무의식이 알고 있는 사실이 건드려졌지만

방어기제가 저항했기 때문 입니다.

저항하려면 근육은 긴장해야 하지요.

순도 100 퍼센트의 사랑은 누구에게서 받을 수 있는 사랑이 아닙니다.

이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완벽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수치심이 내면화 되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인간은 완벽할 수 없지요.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 들여 온전해질 수 있을 뿐 입니다.

누군가가 주는 작은 사랑에도 감사해야 하지요.

이는 선택의 문제 입니다.

그런데 작은 사랑에 감사하는 과정이 쌓이게 되면 임계점에 이르게 되고

그 때는 가슴으로 분별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말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험해야 알수 있는 말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에 대하여 많은 지식이 있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지요.

자전거를 타야만 타는 것입니다.

매순간 마다 자신의 내면을 보고 사랑을 선택하세요.

우리 부부가 쎄미형님을 비추어 줄수는 있어도 선택은 님이 하는 것입니다.

원래 인간의 내면에는 누구나 원더풀 아이가 있기에 스스로 성장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모를 뿐이지요.

님의 슬픈 모습을 보면서 저는 마음 속으로 기뻤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님이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기쁜 것입니다.

이전에는 그저 얼음 처럼 차갑게 느껴졌지요.

그 얼음이 많이 녹았다는 사실이 기쁜 것입니다.

고통 앞에서 굴복 하지 마시고 앞으로 나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