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내려가기로 한 금요일.
은찬이가 금요일부터 내게 오지 않는다
"아빠!! 아빠!! 아빠!!"
"엄마 저리가!"
"아빠가 제일 좋아!!"
주말만 되면 아빠를 찾던 은찬이가
대구를 내려간 이번 주말은 더 심하게 아빠를 찾는다.
나는 곁에 오지도 못하게 한다.
대구에서 집으로 올라오는 마지막날.
신랑과 단둘이 잠깐 밖이라도 나가고 싶은데
그마저도 나가지 못하게 아빠를 찾아댄다.
"아빠! 아빠! 아빠!!!!!!!!!!!"
독하게도 아빠를 찾는다.
얽매여서 나갈 수 없는 내처지가 불쌍하다.
내가 아닌 아빠만 찾는것도 미치게 서운하다.
화가난다.
아빠
아빠
아빠
나도 아빠 있다고
!!!!!!!!!!!!!!!!!!!!!!!!!!!!!
라고 외치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알겠다.
신랑을 독차지하지 못해서,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아이가 보내주지 않아서 화가 난줄 알았는데
나도 아빠가 있는데..
나도 아빠가 있는데..
질투의 맘이 올라와서 서러웠구나 라는 사실을.
아빠를 독차지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를 찾아주지 않는 서운함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에 맘이 쓰린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빠를 온전히 독차지 하지 못한
내 아픈 아이의 상처가 건드러졌나보다.......
나도 아빠 독차지 하고 싶었는데
나도 아빠랑 같이 놀고 싶었는데
내 어린 시절에는 그런 아빠가 없었어..
은찬이가 너무 부럽다.
아빠 옆에 딱 붙어서 아빠와 종알종알 말하는 은찬이가
너무너무 부럽다.........
외로움인줄 알았는데,
글을 쓰다보니
여전히 환상속의 아빠를 놓지 못하는,
상실을 경험하지 못하는 내 어린아이의 슬픔이였구나.
대구에서 나를 곁에도 오지 못하게 했던 아이가
집에 올라오자마자 나를 찾는다.
자기곁에 엄마는 오지도 못하게 하더니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내 옆에 붙어 있는다.
대구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요동치는 내 내면을
아이는 기가막히게 읽는다.
나도 의식하지 못했던 불안과 분노를
아이는 정확히 감지하고
자신을 보호한다.
안전한 아빠의 곁에서 자신을 지키며
엄마를 비춰준다.
집에 와서 내 맘이 편해지니
아이는 내 곁에서 종알종알 대며 말을하기 시작한다.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나를 쳐내던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온순한 양이 되어있다..
자기전에 은찬이에게 고백했다.
"은찬아, 엄마가 너가 아빠한테만 가니깐
서운해서 못되게 굴었어. 미안해.."
그랬더니 아이가 말한다.
"나도 미안해. 사실은 엄마한테 가기 싫었어.
이제 아빠한테 안갈꺼야 ㅋㅋㅋ"
아이는 나보다 나를 더 잘안다.
불편했던 내 마음을,
그리고 여전히 엄마, 아빠를 놓고 싶지 않은,
상실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를 정확히 비춘다.
'엄마, 엄마도 외할머니랑 분리되서 살 수 있어요.'
'엄마, 엄마도 아빠가 있어요.'
'엄마, 엄마도 상실을 경험하세요'
라고 아이가 말해 주는 것 같다.
아이와 딱 붙어서 상실과 외로움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가 있다.
아이에게 엄마의 사랑과 아빠의 사랑을
채우고 싶은 내가 있다.
아이와 분리되고 싶지 않은 내가 있다.
부모인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줘야하는데
나는 여전히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에게서 채우려 한다.
아프지만...
바라보아야 한다.
근원의 아픔을.
근원의 외로움을.
근원의 상실을.
나는 독립된 존재로 아이옆에 바로 서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