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딸의 관계를 다룬 4권의 책

<나는 나, 엄마는 엄마>,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엄마가 힘들다>

주말에 몰아 읽은 모녀관계를 다룬 책.

이 외에도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 <엄마를 미워해도 

될까요?>, <상처주는 엄마와 죄책감 없이 헤어지는 법>, 

<엄마와 딸 사이>,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

라는 책도 있어요.

마지막 2권을 빼면 모두 일본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하면서도 일본 사회가 우리보다 

더 전통을 중시하고, 집단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지 않을까, 

히키코모리가 많은 것도 이런 문화와 관련있지 않을까 싶네요.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부분은

출산과 양육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나옵니다.

다양한 역할에서오는 정체성의 혼란이죠. 

엄마로, 주부(또는 직장맘)로, 누군가의 부인으로, 

며느리로 살다보면 자신이 사라지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가 됩니다. 사회의 은근한 압력도 한 몫합니다.

그 과정에서 위로받을 사람은 같은 길을 가는 딸 뿐이니, 

엄마의 삶이 자연스럽게 딸의 삶에 포개집니다.

여성은 타자의 욕구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중단하도록 학습한다. 

마찬가지로 타자의 욕구와 자신의 욕구가 충돌할 경우 인내하는 

쪽에 세워진다. 우리 사회는 타자를 배려하고, 타자의 욕구를 

감지하며, 타자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여성의 

바람직한 자질로 여기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여성을 훈련한다. 

이를 거부하면 이기적이다, 제멋대로다, 상냥하지 않다'는 

비난을 받는데, 비난 또한 훈련의 일환이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 151쪽

남편이나 아들을 돌보는 입장인 엄마에게는 오로지 딸만이 

가정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뒷받침해주는 존재다. 

엄마는 딸에게 자신의 고생담을 들려준다. 딸은 마치 엄마와 

동시대를 살아가듯이 엄마의 필터를 통해 사건을 판단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자란 딸은 엄마의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여 아빠를 혐오하거나 아빠와 엄마 사이를 

중재하려 노력한다. 딸은 엄마의 불행을 흡수할 때처럼 

엄마의 분노나 소화하기 힘든 감정까지도 흡수해나간다. 

그렇게 딸은 엄마의 불행이나 정당성을 증명하는 존재가 된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 212쪽

사회로부터 아무리 '아이를 잘 키웠다'는 말을 들어도 

아이 입장에서는 ‘최악의 엄마'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엄마라는 정체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아이에게 좋은 엄마라는 

인정을 요구한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 215쪽

아마도 밑줄친 부분이 엄마와 딸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엄마의 불행이나 정당성을 증명하는 존재!”

남편이나 아들이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돈 버는 역할에만 머물며 가정에 무관심할수록, 

아내와 육아, 가사일을 등한시하고 아내의 희생만 강요할수록 

엄마의 딸의 관계는 희생자와 증인의 관계로 변해갑니다. 

결과는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되죠. 

자아가 사라지고 있음을 깨달은 여성은 자신이 무력해짐을 

느끼며 타자 우선으로 채색된 환경에 조바심과 짜증을 낸다. 

조바심이나 짜증은 아이를 향한 분노가 되기도 하는데, 

자아를 성찰하는 습관이 있다면 이 분노가 사실은 

비협조적인 남편이나 이해심 없는 부모를 향한 분노라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 202쪽

지금은 엄마와 거리를 두고 있어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제 안에 있는 엄마가 주술처럼 저를 옭아매고 있어서 

남편과 아이들을 대할 때 문제가 돼요. 엄마와의 관계가 

안정적이지 않아서인지 남편에게 이래도 될까, 아이에게 

이래도 될까하는 불안을 느끼고 심할 때는 남편에게 

불같이 화를 내거든요. 또 엄마와 난투를 벌인 적도 있어서 

아이를 때리지는 않을까 늘 스스로가 불안해요.

<나는 엄마가 힘들다> 중 다부사 에이코의 말

모녀 갈등의 다른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옵니다.

엄마가 살던 시대와 딸이 살아갈 시대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살던 시대의 가치를 딸에게 강요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구를 딸을 통해 이루려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이중 메시지를 만들어내게 되요.

딸이 친구나 주변 사람의 자녀보다 잘 되길 바라지만, 

엄마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딸이 똑똑하길 바라지만, 주변사람의(시댁) 

사랑을 받는 범위 안에서 잘 나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이런 사회적 맥락 외의 문제들, 즉 나르시시스트 엄마, 

딸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엄마 등 수전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가 되지마라>에 나오는 내용과 

중첩이 됩니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에는 6쌍의 모녀관계가 나옵니다.

전반부에는 딸의 입장에서 사연을 소개했고, 후반부에서는 

각 에피소드마다 엄마가 살아온 과정을 돌아봅니다.

에피소드별로 딸과 엄마의 스토리를 왔다갔다 읽다보면, 

엄마의 삶이 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똑 부러진 해결책이나 정답은 없다는 것.

경계를 정하는 것, 엄마에 대한 기대를 단념하는 것,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 사랑받을 다른 대상을 찾는 것 등 

큰 맥락에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책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어요.

간섭을 애정과 헷갈리지 마라

엄마는 딸에게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생을 걷게 함으로써 

딸의 인생에 자신을 투영해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합니다. 

딸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만들기 위한 구속을 

엄마도 딸도 어느 시점까지는 애정이라고 믿습니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36쪽 

“엄마를 설득하지 말고 단호하게 말해라”

엄마에게 자신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쓸데없는 

시도일지 모릅니다. 엄마를 이해시키기는커녕 야단을 맞거나 

말꼬리를 잡혀 오해받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 

딸은 이론을 내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엄마의 

간섭에서 자신을 지키는 벽을 쌓아올려야 합니다. (56쪽)

딸이 엄마 뜻을 따르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의사를 밝히는 순간, 

엄마는 혼란스러워합니다. 때로는 패닉 상태에 빠질지도 

모르지만 딸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는 딸이 괴로워할 만큼 상처받지 않습니다.(58쪽)

엄마의 속박을 참을 수 없다면 각오를 하고 “아니요” 하고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다만 엄마에게 싫은 소리를 듣거나 

눈물 작전을 당할 준비는 해두어야 합니다. 

싸움을 피하려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면 

끝까지 엄마와의 적정 거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56~59쪽

엄마에게 부정적 감정을 품은 딸은 죄책감을 느낀다. 

딸에게 부정당하는 엄마도 이런 관계에 불만을 품는다. 

그리고 많은 엄마가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고 말한다. 

언뜻 자신을 부정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부정하는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딸이다. 엄마는 딸을 도와주는 대가로 

딸이 자신에게 고마워하기를 기대한다.(212쪽)

딸에게 툭하면 전화를 거는 엄마는 딸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스로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것뿐이다.(225쪽)

딸은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죄책감과 싸워야 하지만, 

이 죄책감은 여태껏 엄마의 뜻대로 행동해왔던 내가 

엄마의 뜻이 아니라 스스로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는 신호다. 

그러므로 그 행동은 자신을 위한 행동이다. 죄책감이 내 인생을 

걷기 시작한 증거란 사실을 알면 괴로움도 조금은 누그러진다. 

(233쪽)

엄마를 불행 속에 방치한 사람은 엄마 자신이다. 

시대적 · 환경적 한계가 있었을지언정 묵묵히 불합리함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분명 다른 방법은 있었을 테다. 

딸에게는 엄마의 불행에 대한 책임이 없다. 

자녀라면 당연히 엄마의 행복을 바라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이나 인생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그러다간 엄마가 걸어온 인생과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된다.

(235쪽)

결혼생활에 쌓인 분노를 저주처럼 딸에게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엄마의 불행은 딸의 책임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걸 무엇보다 우선하고, 엄마와는 관계를 

끊기를 권한다. 연락을 두절하는 것만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다. 

다키코의 사례처럼 엄마를 간호하면서도 

마음을 열지 않는 것 또한 관계를 끊는 방법이다.(237쪽)

딸이 관계를 끊으려 하면 '은혜를 모른다, 불효녀다 등의 

비난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엄마는 아무리 헌신해도 

절대 고맙다거나 효녀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긍정적인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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