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쾌(快)’자는 ‘마음 심(心)’변에 ‘결(夬)’이
합쳐진 단어에요. ‘결단할 결(決)’은 손(又)에 무기나
연장(丿)을 쥐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죠.
무기든 농기구든 행동을 통해, 성취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어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
이라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어요.
인간이 추구해 온 쾌락은 단순한 쾌락이라기 보다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쾌락
(= 짜릿함, 전율, 진동)이고, 인간은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느끼며 성장해 가는 동물인 것입니다.
육아를 통해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것은 그 과정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공부가 즐거워지는 것도,
높은 산을 등반하는 것도, 창업을 하는 것도 단순한 쾌락의
추구가 아닌,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취했을 때 얻어지는
기쁨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고난이 없고 힘들지 않으면,
그만큼 성취의 즐거움도 사라진다는 말이 됩니다.
세상이 평화롭기만 하고 아무런 위기도 없이 단조로운
생활이 지속되면 사는 것이 권태롭고 무의미해집니다.
존재의 공허함을 마주할 때 살아갈 의미나 목표가 사라지죠.
안정된 복지국가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도 삶의 의미를
잃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마약을 하며
더 큰 자극을 찾는 이유도 마찬가지일지 모르죠.
남극의 최고봉을 오른 슈테판 글로바츠의 글을 보면
등반이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에서 이루어집니다.
텐트를 치고 자는 동안 블리자드가 불면 산 위에서
얼음 덩어리가 떨어집니다. 얼음 덩어리가 텐트를 덮치면
즉사하는 것이고, 텐트를 빗겨가면 살아남는 우연에
몸을 맡긴 채 정상을 오릅니다.
인간은 왜 이런 자발적인 고난에 뛰어들까요?
예일대학교 심리학 폴 블룸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쾌락의 욕구는 뻔합니다. 음식과 섹스를 즐기고
안전하고,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분을 누리고 싶은 상태죠.
반면 고난은 다채롭고 흥미로워요.
매운 음식을 먹거나, 가학적·피학적 성적 취향에 빠지거나,
등산을 하거나 끔찍한 공포 영화를 보러 가는 것처럼
자발적으로 추구하는 불편한 감각을 '고난의 쾌락
(The Pleasures of Suffering)'이라 부릅니다.
우리 뇌는 고통과 쾌락의 최적점인 ‘스윗 스팟’을
찾으려고 합니다. 고통과 쾌락의 균형점에서 '고난의
쾌락’이 오기에 인간은 기꺼이 고생을 선택합니다."
우리의 본성에는 안락함을 추구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성장을 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겨낼 수 있는 고난에는 기꺼이
몸을 던진다는 것이죠.
폴 블룸 교수는 자신의 주장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1. 선택적 고난은 기쁨의 근원이 된다.
2. 고난을 이겨낸 삶이 단순한 쾌락을 추구하는
삶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충만한 삶을 살아가려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고난과 역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가 고플 때 음식이 더 맛있고, 고생한 후 목욕탕에
들어갔을 때 더 큰 행복을 느끼고,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보다 ‘힘들지만 추억에 남는 여행을 선택하는 건
인간의 뇌가 쾌락만큼이나 의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밀키트나 조립식 가구처럼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경험을 더 선호하는 이유도 노력을 들였을 때
기쁨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몰입’ 개념이 나옵니다.
힘이 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집중하는 ‘몰입’에서
쾌락과 노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그런 즐거움을 맛 본 사람은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보다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역경이 있을 때 즐거움은 더 커지고,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의미가 생긴다.
인간이 쾌락에만 머물지 않고 고통을 이겨내며
더 나은 세계를 추구한 것이 인간을 발전시켜 온
진화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고통과 역경을 환대할 수 있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고난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고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삶은 가치 있는 만큼 고통스럽지만,
고통이 없으면 그만큼 살아갈 가치도 떨어집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을 날씨 대하듯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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