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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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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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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실의 호기심 쑥쑥] 영·유아엔…
뉴 스 명 : 중앙일보 / 등 록 일 : 2001/09/07
"아기에게 책을 얼마만큼 사 줘야 좋을까요?"
책 이야기를 하고 나면 으레 받는 질문이다. 한참 망설이다가 "너무 많은 책은 필요치 않습니다" 라고 말한다.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닌 눈치다. 한두 돌 아기들은 인지 발달상 '감각운동기' 의 특징을 지닌다. 보고 듣고 만지고 물고 빨며, 맛보고 냄새 맡는 감각운동을 통해 사물을 익히는 시기라는 뜻이다. 그러니 아기들에겐 보여주고 들려주고 만지게 해주고 엄마 아빠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게 제일이다. 그림책은 대개 보여주고 들려주는 부분만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책이 모두' 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장가나 옛날 말놀이를 되풀이해 들려주는 것도 좋고 그저 함께 놀아주는 게 좋다. 아기에겐 책도 물고 빨고 만져볼 수 있는 장난감 같은 것이다. 자기 주변에 무언가 모양과 색깔이 있는 것이 있고, 손으로 넘기면 계속해서 다른 그림이 나오니 신기해하고 관심을 갖는 정도다. 아기는 놀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부모는 불안해한다. "20권 정도가 적당할까요, 30권 정도가 적당할까요?"
나의 대답에 만족 못한 부모가 책의 권수까지 대며 다시 묻는다. 콕 집어 말해주길 바라는 눈길 앞에서 나는 또 망설인다. 아무리 설명해도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아기들 특징 중 또 하나는 그림책을 되풀이해 본다는 것이다. 보통 한 펼침 면에 하나의 장면이 단순하게 들어있는 그림책을 아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해보고,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보고 또 본다. 그러니 아기에겐 그다지 많은 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더 많은 책을 주어야 한다고 느낀다. 아기들이 '책을 통해 학습' 한다고 여기고 있고, 학습은 '많이 할수록'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부모들 중에는 만 한두 돌 된 아기를 위해 미리 대상연령이 높은 책들을 전집으로 들여놓는 경우도 있다. 혹여 내 아이가 이 책을 미리미리 읽게 될지도 몰라 하고 기대하면서…. 하지만 책읽기에 예습은 없다. '적절한 시기에 만난 적절한 책' 만이 그 아이의 책이 된다. 그리고 되풀이해서 보는 책이 그 아이의 책이다. 제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을 입거나 큰 신발을 신은 아이가 잘 뛰고 잘 놀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소화할 수조차 없는 음식을 먹이면서 "우리아이는 남보다 뛰어나니까 이걸 먹고 더 빨리 성장할 것" 이라며 좋아하는 부모도 없을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책, 너무 어려운 책은 아이의 정신을 억누를 수 있다.
아이에겐 얼마만큼의 책이 필요할까? 영양학자가 음식양을 말해주듯 콕 집어 말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저 "너무 많이 먹이지 마세요" 하고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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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푸름이아빠의 글을 보고 늘 불안해 했죠. 우리아인 안 그런데...하면서 말이죠. 근데 어느날 푸름아빠의 의견과는 상반된 글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푸름 아빠를 알고부터 아이에게 책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몇 달간을 보냈는데 이 글을 보니 마음이 조금 느긋해 지는군요. 아이를 키우는데는 정답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것은 당연한 엄마마음이죠. 다 나름데로 아이를 키우듯이 저도 제 소신껏 아이를 키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솔 어머님...
책과 음식은 다릅니다.
음식은 많이 먹으면 과식이 되지만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 책 읽는 것을 쉽게 만들어 줍니다. 책은 지적성장단계에 맞게 주어질 때는 아무런 문제를 만들지 않지만 너무 한꺼번에 강요로 주어질 경우는 절대 그 책을 읽지 않게 됩니다. 물론 두 돌을 지나기 전에는 중요한 책 몇 장을 가지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읽지만 그 시기가 지나게되면 어느 경우에는 15일 단위로 60권의 책을 요구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단계별로 6~7세까지 적절하게 주면 그 때는 완벽하게 독서할 수 있는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는 누구나 자기나름대로의 발걸음으로 걸어갑니다. 제가 강의하면서 누누이 말씀드린 것은 절대 누구와 비교하지 말라는 내용을 들으신 기억이 있으시죠! 형제사이도 비교하지 말라. 만일 형의 반만큼만 하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하면 동생은 평생을 열등감속에 살게 됨으로 절대 비교하지 말고 그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재능을 인정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그 능력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진정한 영재교육임을 강조했습니다.
진솔 어머님!
부모마다 교육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교육에는 왕도가 있을 수 없으며 제 교육도 제 자식에게 맞는 교육임을 이야기했고 제 교육방식을 나름대로 자기 자식의 교육에 적용했을 때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음은 여러 군데에서 보입니다. 다만 제가 놀란 것은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엄마가 이런 강박관념을 갖게되면 아이는 책 읽기를 싫어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제 강의 도중 "길동이가 길떠나기 전에 책 읽어주는 것을 그만 두십시요. 만일 책을 펼쳤는데 아이의 몸이 꼬이면 그 자리에서 덮으세요"라는 말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책은 읽기 원할 때,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정신이 맑을 때 등, 책 읽는 것이 가장 즐겁고, 유쾌하고, 기분좋은 시간을 골라 싫증이 나지 않도록 잠깐씩 들어가면 어느 사이 책 없이는 살 수 없는 진솔이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만난 적절한 책'이란 이미 가지고 있는 책중에서 그 아이의 지적수준에 맞는 책을 말합니다. 집에 책이 없다면 그 적절한 시기를 아이는 만날 수 없습니다. 이 사회에 여러 가지 의견들이 존재합니다. 어떻게 보면 제 교육법도 사회의 주류의견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힘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