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준 테이프로 푸름아빠의 강의를 듣고 저희 은빈이가 백일만 지나면 직장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던것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3,4살되어 가르쳐도 안 늦다며 직장에 나가길 권유하고 시댁어른도 언른 맞벌이 해서 집장만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라 처음부터 맞벌이할 생각이였는데 푸름아빠의 강의가 제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남편은 제가 하고자하는데로 해 주는 사람입니다. 강의를 듣고 저의 태도가 달라지니깐 "어허 또 한명의 치마바람 아줌마가 나왔네~ 큰일이군~허허허" 이럽니다. 남편도 어릴땐 영재였거든요.
그런데도 기대를 안합니다. 오히려 걱정을 합니다.
"절때루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말은 곧 남편의 경험이였습니다.
어릴때부터 책을 스스로 읽고 앵~ 하고 울어서 책을 던져주기만하면 뚝~ 그치고 웃으며 책을 보던 장남이라, 부모님의 요구사항이 자기의 주관과는 관계없이 작용하게 되었고 커갈수록 자기의 의사는 죽어가고 뭐든지 물어서 행동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하고싶은것보다 타인이 원하는데로 해주는 습관인데 싫으면서 하는 아주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현재 교회 다니는것도 안다니면 불효니까 다닌다고 합니다. 매사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저희 부부는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로 다니고 있습니다. 저도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남편이 원하니까 다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매사에 착하고 말 잘듣는 아들이 커서 어른이 되니까 저같이 반대의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였습니다. 저는 매사가 제가 우선이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습니다.

1) 푸름이 부모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고 지도해줄만한 성향이 된다면 또는 능력이 된다면 좋겠지만 제가 두려워하는건 남편의 부모님처럼 글을 읽도록해 놓고는 다음부턴 너가 무얼읽든지 넌 다른아이보다 책도 일찍보고 터득하고 속독하고 독서광이니까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한다, 넌 할수 있어! 뭐해 어서 시작하지 않고! 해해~! 넌 박사야 할수있단 말이야!!!
정말이지 저는 남편과 결혼하기전에 집안 분위기를 보고 놀랐습니다.
남동생에겐 무시하는 말투를 서스름없이 하시면서 남편은 걍 가만히 있기만해도 올라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대학원논문을 아직도 제출안하고 아니 아예 하지도 않고 걍 내버려두고 직장에 다니면서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논문도 하고싶은 분야가 아닌데 교수님이 해라고해서 받아노코 걍 세월아 내월아 하고있고, 아버님이 아주 엄하신데 논문애기를 하시면 회사가 바쁘다 나중에 한다 이러케 저러케 핑계를 대고 하기싫단 애긴 절~때루 안합니다. 그런데 저랑 애기하면 하기싫다고 합니다 보기가 안타까워서 나중에 한다고 하면 하겠지 싶어 지켜보고있으면 겜하고 티브이 볼 시간은 있어도 논문은 완전히 관심밖이며 책꺼풀에 손도 대기 싫어합니다. 거기다가 지난주엔 "논문을 안하면 따로 따로 지내자"고 협박하면 "알았다 할께" 그럽니다. 지금요? 그대답하고 집으로 와서 언제 그런애기 했냐는듯 보통때와 똑같이 논문은 저 세상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부모님한테는 언제나 어릴적부터 온순한 양처럼 굴어왔기에 결국 거짓말만 되풀이 되고 본인도 스트레스 쌓이고 시댁에 가면 논문애기가 나올까봐 걱정부터하고...저도 그런 부모가 될까봐 걱정이며

2) 우리 은빈이 3~4살 되어서부턴 제가 집에서 키운다면 푸름이처럼 해주지 못해서 후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을 봤을땐 차라리 제가 직장에 나가는게 좋겠다 싶은데.. 즉 영재되는걸 포기한다는 거죠. 정말이지 헤깔립니다. 조언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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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님
보내주신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팬더님과 저하고는 비슷한 성격이군요. 저도 제가 궁금한것은 안해보고는 못하는 성격이라 사업을 두번이나 망해 죽어라고 푸름이 엄마 고생시킨 적이 있습니다. 저처럼 속은 안썩이는 남편을 만난것은 그저 행운이라 생각하세요. 그리고 남편이 자기와 다름을 인정하시고 결혼 생활을 해야 마찰이 없습니다.

남편의 경험-"절대로 강요해서는 안된다."-은 하루이틀이 아닌 오랜시간에 걸친 세월 속에서 나온 경험입니다. 존중 받아야 할 경험이며 교육의 기초가 담겨져 있습니다.
부모는 변화의 중계자 역할을 해야하며 아이는 스스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모든 교육학자들이 공통으로 인식하는 교육원리 입니다. 몬테소리교육도 프뢰벨교육도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내부의 힘을 환경에서 만들어 줌으로써 적절하게 끌어내고자 하는 교육입니다.

남편의 성장과정속에서 주목할 것은 시아버님이 엄한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교육은 절대 엄해서는 안됩니다. 그럴경우 순응하는 자식을 키울 수는 있어도 스스로 조직하고 창조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성장하지 못합니다. 부모의 기준이 좀더 넓어 아이를 받아 들이면서도 부모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데서 오는 신뢰성을 통해 아이를 움직여야 자기의 주체성을 가지면서도 남들과 어울리고 어른으로 성장 합니다. 이것이 제가 지난 10년동안 수많은 책을 보고 자식을 키우면서 배운 경험입니다.

직장과 영재의 문제는 별개의 영역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런 분위기, 즉 넓은 기준과 신뢰감 사이의 균형이 이루어진 분위기를 창출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물론 직장을 다니면서 예민하게 아이를 배려하거나 아이에게 적합합 환경을 창출해 내는 것이 오직 육아에 전념하는 엄마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집에 있으면서도 육아에 관한 공부를 게을리하고 야단만 치는 엄마가 만들어내는 환경은 오히려 더욱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낼수도 있습니다.

저는 부모가 얼마나 공부해서 아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일분 일초를 아껴가며 아이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장은 너무도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것은 강요가 아닙니다. 치맛바람도 아닙니다. 오히려 강요와 차맛바람은 아기 내부의 힘을 죽이게 되어있습니다. 부모는 인내해야하며 남고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대구 경산에서 한 어머님이 저에게 찾아 오셨습니다. 푸름이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었고 푸름이처럼 책을 좋아하고 속독하는 자녀를 두신 어머님 입니다. 자식을 잘키워서 부러워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세월을 인내하면서 왔는가가 존경스러워 그 존경을 표하기 위해 오셨다는 말을 하실 때 저는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그 어머님이 어떻게 자식을 키워왔는지 얼마나 인내 하면서 왔는지 저 또한 분명히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부모의 손이 미치는 시간은 그렇게 긴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만들어 줄수 있는 최고의환경을 만들어 주면 그것으로 족한것이 아닐까요! 아이를 키우면서 이미 부모로서의즐거움을 누렸다면 그 이상 아이에게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그런면에서 저는 푸름이가 커서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적이 없습니다.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할때면 푸름이는 저에게 얽매여 진정 자기가 살아가야할 삶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할 테니까요.
저에게는 저의 삶이 있고 푸름이에게는 푸름이 삶이 있습니다. 다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