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 책이나 다른 맘들 글에서 보면,
"어릴적엔 엄마가 옆에 있어주는게 좋다"라는 걸 읽은 적인 있습니다.
그 어릴적이라는 정확한 나이대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아인 지금 33개월이고, 맞벌이라 친정엄마꼐서 수고를 해주시고 있습니다.
갑자기 애 아빠가 하는 말이, "애 옆에 엄마가 있어 주는게 나을 것 같다구요..
지금까지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돈은 줄여 쓰자, 애를 영재로 만들거나
책에 빠져 지내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정서상 그게 좋을 것 같다구요"
(푸름이 책을 같이 읽은적이 있는데 그 자극일런지도 모르지요)
특별히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구요.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아빠가 있슴 무지 좋아합니다.
그 뒤론 잘 떨어질려구 안하죠. 아침엔 엄마는 없다 라고 생각하는것 같아요.
오빠네가 가까이 사는데 따라간다고 자주 그래요. 저흰 그럼 보냅니다.
보통 다른 아이는 절대 안떨어질려구 하는대 저희 아인 떨어지는덴 참 익숙한 편이거든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냈는데 괜챦은거죠?
참고로, 제가 5일간을 아들을 돌 본적이 있는데 저녁에만 와서 보는거랑 확실히 틀립니다.
애를 더 알게 된다고 할까요? 우리 둘만이 아는 것 이런 공감대가 생기더라구요.. 아주 잠시지만..
그뒤로 제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주위에 의견을 들어보았지요.
축약하자면, 애 다 키워놓고 직장 못 구해서 난리인데, 왜 거꾸로 관두려고 하는냐..
벌다가 빠듯한 살림 한번 해봐라 스트레스 만만치 않다. 애기꺼 뭐 하나 쉽게 살 수있느냐..
집이나 사놓고 관둬라, 여자도 직장이 있어야 한다…등등. 참 이상하죠..
시댁은 손주를 생각해서 관두라고 하고, 친정은 너(저)를 생각해서 다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지난 2달 동안 여러 의견을 들으며 고민하다보니 갈팡질팡입니다.
애 아빠는 자기 의견은 밝혔으니 저보고 결정을 하라고 합니다. 강요할 수없는 일이므로…
어제 회사를 관두자라고 결정을 해 놓고도, 제가 여전히 이렇게 망설이는건,
엄마가 가장 필요한 3년이란 시간이 얼추 다 지나갔는데,(물론 엄마의 몫이 발달 단계마다 있지만요)
지금 시점이 늦은건 아닌지, 저도 관두고 아이랑 같이 있으면 좋지만…
다른걸 포기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되는지.. 어리석게 자꾸 저울질을 하게됩니다.
졸업 후 몇번 직장을 옮겼지만 한번도 휴식없이 직장생활 10년입니다… 지겨울 때도 됐죠?
목메어 하고픈일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일을 놓는 다는게 겁이 나는지요…
일단 모든걸 접고 저희 애옆에 제가 있어주어야 할까요?
조언 좀 꼭 부탁 드립니다. 제가 내린 결정에 확신할 수 있는 좋은 말씀이라도 꼭 부탁드립니다.
ABC님 어려운 질문이시군요.
아이의 발달상 18개월까지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해서 사랑을 충분히 받는 것이
중요하므로 그때까지는 엄마가 돌봐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연장한다면 36개월 이전에 아이의 기본적인 성향이 결정되기에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본 방향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그때까지도 엄마가 키우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36개월이 가까이 오는 시점이라면 그때는 몇 가지 발달상의 이해만 있다면
직장과 육아 모두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직장에서 돌아와서는 모든 것에 우선하여
아이와 친밀감을 갖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방을 치우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스킨십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전적으로 아이에게 몰두하는
시간을 최소한 30분 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빠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빠가 집안이 깨끗하길 원하면 아무래도 아기에게 집중할 수 없습니다.
집안일은 함께 해치워 엄마의 손을 덜어주고 질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갖게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한글을 재미있게 가르쳐 스스로 책을 읽게 만드세요.
한글을 배워 스스로 책을 읽게 만드세요. 한글을 배워 스스로 책을 읽으면
아이는 자기 세계가 만들어지니까 독립적으로 되갑니다.
엄마가 직장에서 늦게 들어와도 심심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엄마로부터 간섭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챙기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보상심리로 자녀를 키워서는 안됩니다.
엄마가 직장 때문에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갖게되면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줄 뿐 아니라 아이도 엄마가 나 때문에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죄책감을 같이 느끼거나 그것을 이용하려 합니다.
엄마는 당당하게 자신이 하는 일을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고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당당함을 배우게 됩니다.
엄마는 교사가 되어서는 안되고 변화의 중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아이를 지적하고 이끌어가는 것보다는 아이의 내부의 힘이
발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볼 때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무척이나 열심히 아이를 키우는 어머님들을 저는 무척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방향이 잘못되면 엄마의 노력이 오히려
아이와 조금 떨어져서 아이를 독립시켜 주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