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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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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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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726
오늘 포항 강연 너무 좋았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할 시간을 주셨지만 애들이 올 시간이라 아쉬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이렇게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강연 내용중 9세된 큰 아이와 너무 흡사한 내용도 많아서요. 저희 애는 초등 2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저희 애에 대해서 평소에 걱정이었던 몇 가지 특성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일단 행동이 느립니다. 담임선생님께서도 항상 행동이 느리다고 말씀하시고, 저희 부부도 몇년동안 질책을 했지만 지금은 그걸 고칠 수 없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학교 공부시간에도 발표는 무조건 할려고 욕심을 부리는데 선생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질문과 방향이 다른 대답도 한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자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많은데 그게 정리가 안 되는 것 같고 상황에 맞지는 않아도 표현을 해야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은 것 같고 혼자서도 집에서 블록이나 레고 등 자기가 창작해서 모형을 만들어서 노는 편입니다. 푸름이 아빠께서 강연 때 혼자 중얼거리면서 노는 것을 그냥 두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저희 애도 블럭을 만들어서 책도 펼쳐놓고 혼자 나름대로 너무 재미있어 하며 중얼거리면서 가끔 소리도 지르면서 신나하며 노는 모습이 저로서는 아니다 싶어 혼자 중얼거리면서 놀면 다른 사람들이 너를 이상한 애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 억압을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희 애는 자기가 아니다 싶으면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편이라 문을 닫아 버리곤 또 자기 세계에 빠져 중얼거리고 놀기를 고집합니다.
혼자 노는 것이 그리 재미있는지 가끔 동생이랑 같이 놀다가는 꼭 동생이랑 의견충돌이 생기곤 합니다. 친구들이 가끔 놀러와도 잠깐은 재미있어 하지만 한참이 지나면 나름대로 노는 방향이 틀려서 그런지 재각기 놀곤 합니다. 제가 의식적으로 친구들이랑 어울리게도 하려고 했는데 저희 애는 혼자 노는 게 더 편해 보입니다.
담임선생님 말씀이 공부시간에도 가끔 멍하니 다른 생각에 잠기곤 한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해야할 일을 가끔 잊어버리고 자기생각에 빠지곤 하는거죠. 담임선생님은 저희애가 공부나 지능이 하위권이면 쉽게 말해서 얘가 모자라는 아이가 안닌가 싶겠지만 학교 공부도 중상위는 되는 애니까 그냥 지 보자고 하셨지만 가끔 저희 애를 이해할려다가도 우리 애는 왜 저럴까 하는 걱정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블럭이나 레고로 만들기를 하고 놀았으면 그걸 그 다음날도 아니 며칠동안 계속 연결해서 노는 편이고 만들걸 치우지 말라고 합니다.
참고로 저희 부부는 애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 문제없이 화목한 가정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최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렇게 해줄려고 노력합니다. 주말이면 항상 야외로 나가는 편이고 저희 남편은 아들 둘에게 엄할때는 엄청 무섭지만 같이 어울려 놀때는 정말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 싶습니다. 둘째아이는 재치도 많고 행동도 빠르고 눈치도 빨라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상대적으로 큰애가 느리고 엉뚱한 면이 저희 부부의 걱정거리이고 종종 부딪히곤 합니다.
하고픈 말은 너무 많지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좋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오늘 강연을 듣길 잘했다 싶고 많은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
수한모님
아이의 특성으로 보아서는 영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전에 얼마만큼 책을 읽었는 지를 알 수 없어 확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동작이 느린 것과 지성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동작은 운동의 영역이기에 지능지수가 높아도 동작은 느릴 수 있습니다. 푸름이와 초록이를 비교해도 초록이는 무척이나 빠른데 비해 푸름이는 항상 느긋하고 느립니다. 학교에 9시에 땡하고 들어가면 잘하는 것입니다. 늦어서 어떻하나 싶으면 교문에 들어갈 때만 뛰는가 싶더니 몇 발자국 걷지 않고 곧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리게 걷습니다.
혼자 노는 것은 푸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초록이도 혼자서 잘 놉니다. 둘이서는 더욱 신나게 놀고 가끔가다 의견이 안 맞아서 툭탁거리고 싸우지만 곧 "형아 미안해""어휴 귀여운 초록이"하면서 화해합니다. 혼자 놀아도 심심해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있는 쓸모없는 물건이 푸름이에게는 모두가 놀이감입니다.
혼자 놀 수 있고 남과 어울리지 않아도 심심해하지 않으면 그때는 일부러 남과 어울려 놀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인물들은 남과 떼거지로 어울려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독립적이었으며 더불어 남을 배려했지만 전적으로 중요한 자기의 시간을 남과 어울려 다니는데 쓰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끔가다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푸름이와 같은 특성입니다. 푸름이도 대답은 해놓고 뭔가 다른 생각에 몰두 하다가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상하기를 좋아하고 상상한 것을 만화로 표현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자기가 만든 작품에 애착이 강하며 별로 공부는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성적은 좋은 편입니다. 부모님에게서 무척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 모두가 영재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무조건 발표를 하려 하는 것은 아직까지 정서가 지성을 못 따라가 그런 행동을 할 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에까지 생각이 못 미치기 때문에 하는 행동입니다.
이런 특징을 보일 때는 음악, 책, 자연, 칭찬을 통해 지성보다는 정서를 키워주는데 주력하시면 초등학교 4-5학년이 되면 훨씬 더 남을 배려하면서 남들이 뭐라해도 상처받지 않는 아이가 될 것입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을 부모의 의식한계 내에서 평가하지 마시고 그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받아들이세요. 그것이 자녀의 발달을 위해서 좋은 환경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고 지금도 책을 좋아한다면 아이는 영재일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습니다. 선생님이 뭐라하던 엄마는 아이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