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12-24 00:00:00
-
새연뽀뽀
-
조회수 9456
저희 아이는 23개월반의 월령입니다. 19개월에 책의 바다를 경험했던 거 같은데, 여전히 책 좋아하고 점점 책에 대한 태도가 성숙해져 가고 있기는 합니다.
전 빈틈이 아주 많고 덜렁거리는 반면, 무엇이든 타당성을 찾아야 그것을 순조롭게 받아들이는 이상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약 3개월간 엄청난 양의 책의 읽어댔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책의 바다에서 건져냈습니다. 사실, 그렇게 읽어야 하는 제가 너무나 피곤했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렇게 읽히다 보니 조금 두렵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읽어야 하나 하는 우문이 저를 주저하게 만들더군요.
제가 질문드리고 싶은 요지는 책의 바다에서 책을 탐닉한 아이와 그냥 책을 벗삼아 항상 책을 즐기며 지난 아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너무 바보같은 질문인가요???? 그런데,,저에겐 이 문제가 요즘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제가 이렇게 바보같은 질문을 푸름이 아버님에게 직접 드리고 싶은 이유는 항상 푸름이 아버님은 질문을 하면 주저없이 결론부터 답하십니다. 그리고 거기에 너무나 숙응이 가는 타당성을 제시해 주십니다. 제 생각으로는,, 전 지금 그런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답변과 숙응이 가는 타당성이 간절히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의 우문 답답하시더라도 답변 부탁드립니다.
새연뽀뽀님,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는 태어날 때 성인인 우리보다 훨씬 풍부한 신경세포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것은 아이가 미래에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르기 때문에 자연이 만들어 준 일종의 배려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특정한 자극이 주어지면 그 특정 자극을 관장하는 두뇌의 영역에서는 점점 시넵스가 튼튼하게 가지를 치면서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질뿐만 아니라 정확해집니다. 그러나 자극이 주어지지 않은 부위는 쇠퇴하면서 그 분야의 재능은 자그러지게 되지요.
아이의 두뇌는 한꺼번에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아이의 발달연령을 12개월, 18개월, 36개월, 72개월로 구분한 것은 그 시기마다 두뇌의 발달부위가 다르며, 따라서 그에 대한 아이의 행동이 이전의 시기와는 구별되는 다른 행동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이미 밝혀진 과학적 사실이기에 뇌생리학에 관한 책을 몇 권만 읽어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책의 바다에 빠지는 것이 대개 18개월을 전후한 시점에서 오는 것은 두뇌가 어느정도 발달하여 종합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시점이 왔기 때문입니다. 그 시기에 부모가 아이가 자연스럽게 원하는 책읽어주기를 거부하지 않으면 두뇌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정보를 처리하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집니다.
책의 바다에 빠졌던 아이는 특정한 시기에 뇌의 발달을 풍부하게 한 결과로 굉장히 잘 만들어진 고속도로이지만, 이 시기에 부모가 책읽어주기를 거부했거나 책을 안읽어주었다면 그 분야에 관해서는 고속도로가 아닌 옛날 시골길같은 울퉁불퉁한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책의 바다에서 책을 탐닉한 아이와 그냥 책을 벗삼아 책을 즐기며 지난 아이의 차이를 물으셨는데 저는 그 질문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책의 바다에 빠졌던 아이들은 그 특정시기가 지나도 이미 잘 닦여진 고속도로가 두뇌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어느 경우든 책을 벗삼아 책을 즐기게 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이 줄 수 있는 것보다 강한 즐거움과 기쁨을 아이에게 줍니다. 따라서 아이는 TV나 컴퓨터게임 보다도 책에서 얻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TV를 끄고 책을 보려할 것입니다. 책을 보면서 아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되지요. 겸손해야 한다는 것도,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도 모든 것이 책에 있습니다. 그것을 더욱 빠르게 이해하고 실천합니다.
그러나 특정한 두뇌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이 자연스러운 발달이 거부되었거나 자극에 대한 노출이 부족했다면 아이는 그 이후에 깊은 집중력을 갖지 못하고 그저 설렁설렁 책을 읽습니다.
유아기때의 깊은 집중을 깨지마세요.
하나에 집중했던 힘을 가진 아이들은 다른 분야에도 깊은 집중력을 갖게 됩니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책을 벗삼아 항상 즐길 수 있는 아이는 책의 바다에 빠져 깊은 즐거움을 맛 보았던 아이들만 가능한 것입니다.
두뇌는 민감한 시기와 결정적인 시기가 있어 그 시기가 지나가 버리면 훗날 다시는 그런 경험을 주고 싶어도 일정한 한계를 갖게되어 있습니다. 한두살의 변화와 성인된 이후의 변화를 관찰해 보세요.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는지 직감으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은 그런 환경이 주어지면 누구나 그런 특성을 보이게 됩니다. 저는 지난 6년 동안 너무도 많은 경우를 보았기에 이제는 주저없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자! 모든 것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 반응하세요.
아이의 빠른 발달에 대해 두려워 마세요.
우리에게 주입되었던 이전의 사고를 벗어던지고 아이의 눈빛을 보세요.
진정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주저함없이, 내 아이의 발달을 남과 비교함없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