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서엄마(25M)입니다.
토요일 강연 정말 즐거웠습니다. 꼭 한번 뵙고 싶었거든요.
현서를 낳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자 지침서로 정말 육아책을 많이 봤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혼란스러운 점도 많았습니다. 그때 푸름이 아빠가 쓴 책을 접하고 저 나름대로의 확신이 서게 되었답니다. 때문에 현서와 함께 지내는 나날이 훨씬 즐거워졌고, 제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게 되었지요. 저두 푸름이 아빠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따르고 있습니다. 다른 육아책을 읽어도 제 원칙을 가지고 보니 더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토요일 강연은 제게 힘이 되었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좀 아쉬웠던 점은 푸름이 아빠께 꼭 여쭤보고 싶었던 사항을 뒤로 한 채 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제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점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몇 달을 생각해도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네요.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 어머님께서 저희 집에 오셔서 현서를 봐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3개월 후면 현서를 봐주실 수가 없는 문제가 생겨서 현서를 놀이방에 맡겨야 한답니다. 지금 현서가 정말 중요한 시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저로써는 정말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네요. 남들이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공무원이다보니 제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집안에서 아이랑 하루 종일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다.... 등 등...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생각이 다르거든요. 직장은 나중에 또 다닐 수도 있지만 아이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죠. 출퇴근시간이 너무 길어서 현서가 새벽부터 밤까지 정말 하루 종일 놀이방에 있어야 합니다. 현서는 지금 책의 바다에 빠기지 직전의 상황인 것 같거든요. 제가 정말 몸살이 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밤을 세서 책을 읽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현서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주질 못합니다. 어제 밤도 엄마가 너무 피곤하니 내일 또 읽어주겠다고 달래도 서럽고 울다 잠이 들더군요. 저는 직장을 과감히 그만 두는 게 후회를 안할 것 같은데.... 정말 옳은 생각인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푸름이 사이트에 이런 비슷한 질문에 관한 답변을 읽어보았는데 조심스러운 문제지요. 푸름이 아빠의 말씀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정말 객관적인 답변을 듣고 싶답니다. 제가 결정할 테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날 푸름이 아빠나 엄마와 얘기를 못 나누고 온 게 무척 아쉬움으로 남네요.
푸름이 아빠가 가슴이 떨린다는 그 책, 새로 쓰신 책은 2월 말쯤에 서점에 나온다고 하셨는데... 저두 빨리 보고 싶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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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Mom 님

사실 어려운 질문입니다. 부모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리고 아이의 발달을 얼마나 이해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일 엄마가 교육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지겨워 야단만 친다면 오히려 엄마가 직장을 다니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쏟아부울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아이가 부정당하는 기회가 줄어들겠지요.
그러나 엄마가 아이의 성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엄마가 충분한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면서 아이가 가지고 있는 성장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 낼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어떤 직업이 주는 만족보다 큰 만족을 주며 하나의 전문직업입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엄마의 결정에 달려있지만 아이의 성장발달이란 측면에서 볼때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태어나서 18개월까지라면 저는 직장을 다니는 것 보다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이를 맡겨 키워야하지만, 그리고 누구에게 맡기느냐에 따라 다를수 있지만, 18개월 이전은 아이가 세상에 대한 신뢰와 불신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절대적으로 사랑을 받아야 하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어느 누구도 부모만큼 사랑을 줄 수는 없습니다. 조부모의 사랑이 더해지면 그것은 더욱 좋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느낄 때 비로서 아이는 부모를 놔두고 탐색을 시작하며, 이것은 훗날 평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자신에 대한 믿음의 기초를 만들게 됩니다.
만일 이때 외롭게 보내게 되면 그 다음에 아이는 정작 떨어져야 할때 떨어지지 않고, 그때 못채운 사랑을 물질로서 보충하려 합니다. 아이는 성장해서도 자기것만을 찾으며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잃는 것이 너무 많게 됩니다.

19개월에서 36개월까지는 엄마 하기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와 설겆이나 밥을 하는 것과 같은 일상의 일보다는 아이와 집중할 수 있는 순수한 시간을 적어도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갖고, 아이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한글을 배워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때는 엄마가 직장을 다녀도 아이의 성장 발달에 그렇게 문제가 안됩니다. 아이는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힘을 어느 정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는 아직 규칙을 강요해서는 안되는 시기일뿐만 아니라, 제1반항기로서 아이의 감정이 혼동스럽기 때문에 아이를 맡아 길러주는 기관이나 사람이 따스하게 아이를 받아줄 수 있다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내부의 힘에 의해 성장할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현서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놀이방이라는 기관이 아니라, 그 놀이방 안에 얼마만큼 따스하게 아이의 시각에서 아이의 성장을 도모하는 선생님이나 원장님이 계시느냐 하는 것입니다. 정말 아이를 사랑하는 분이 계신다면, 놀이방에 맡겨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집에 와서는 엄마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저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반대합니다. 힘든 시간은 잠시며 부모가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다면 그외의 나머지 것은 아이에게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36개월 이후라면 그때는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놀이방이나 유치원에 보내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이때 아이는 사회적인 규칙이나 예의범절을 받아들이고 서서히 자신의 충동을 조절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아이가 너무 예민하여 다른 아이들과 부딪치지 않는다면, 그래서 정서적으로 심한 상처를 받지 않는다면, 아이를 교육기관에 보내면서 이 시기의 발달과제를 수행케함으로써 엄마는 직장과 육아를 조화롭게 병행시킬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할 것은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고 엄마가 죄책감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아이는 엄마의 그 마음을 읽을 뿐만 아니라, 그 죄책감을 이용하기도 하고 엄마의 죄책감이 아이에게 전이되기도 합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뿐입니다. 엄마는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고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 부모로서 해줄수 있는 것을 아이에게 해주세요.

현서의 기초는 든든합니다.
지금부터 3개월 후까지 현서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줄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혼자 책을 보는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책만 있으면 심심해하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 읽을 수 있다면 고민할 문제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