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출근하는데 전쟁을 치렀답니다.
둘째녀석이 이젠 제 고집이 생겼다고 아주 확실하게 도장을 찍네요.
바입지 않겠다고 떼부리더니 안되니까 아예 드러눕고
그래도 제가 입어야한다고 하니까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며 누워버리네요.
울다 토하기까지하며 다른 잠바로 바꿔입히고
(결국 그 잠바가 싫었던건가봐요.어제 아침까지도 멀쩡하게 입더니...ㅠㅠ)
겨우겨우 진정이 됬는데, 그러는사이 저나 이모에게 너무 버릇없이 반항적으로 굴었거든요.
식식거리며 흘겨보고, 손도 대지 못하게 마구 뿌리치고, 표정도 장난이 아니었어요.
특히 이모에겐 정말 제멋대로 인사도 안한다고 버티거든요.
제가 버릇없이 구는건 처음부터 바로잡아야한다고 생각하고,
큰아이를 키울 땐 별 무리가 없었어요.
큰아인 특히나 순한편이었고,인사도 잘해서 동네에서 유명했거든요.
근데 작은아인 남자아이라 그렇다고해도 넘 달라서 처음엔 정말 힘들었답니다.
그래도 여기와서 글들도 읽으며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푸름아빠의 칼럼이 정말 많이 반성하도록도 했구요.
그래서 처음 몇번은 매가 필요하단 생각이 있었는데, 체벌은 안하기로 마음먹었죠.
큰아이를 몇번 때려준 적이 있는데,아이에게 좋지 않다는걸 저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구요.
덕분에 오늘 아침엔 정말 한번 때려주고 싶었는데,참았답니다.
대신 아이가 일부러 머리를 찧으며 누워버리는걸 모른척 해버렸거든요.
먹히지 않는 방법이란걸 보여주려구요.
또 달래다보면 화가 나는 걸 참지 못하고 때려줄 것 같았어요.
근데, 동생이 아이에게 무심코,
"우리 엄마는 먹히는데, 너네 엄마는 이런거 소용없어~"하고 얘기하는데,
내가 정말 모질고 냉정한 엄마인가, 엄마 자질이 부족한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가끔 아니다 싶으면 정말 냉정한편이거든요.
동생도 제게 그렇게 말을 하고 저도 스스로 느껴질 때도 있구요.
끝내 이모에게 잘못했다 인사시키고 아줌마에게 데려갔어요.
근데 아줌마한테는 그렇게 하라고 못하겠어요.
아줌마는 아이가 조르는데로 달래가며 맞춰가며 봐주거든요.
남의 아이라 혼내는 것도 조심스러운거 저도 잘 알구요.
근데 저도 아줌마가 아이를 냉정하게 혼내는거 싫을 것같아요.
아이가 혼란스러울까 걱정도 되긴하는데 이렇게 해도되는지도 걱정이네요.
보통 아이들이 할머니할아버지랑 엄마아빠랑한테 떼쓰는게 다르잖아요.
알아서 적응할것같기도 하고, 할머니할아버지도 잘따르고
전 어른들이 응석받아주시는것도 싫지 않거든요.
하지만 어른들에게 버릇없이 굴땐 혼내주는 편이구요.
어리다고 놔두라시지만 마지못해 벌은 안세우더라도 야단은 치는 편이구요.
오늘같은 일이 또 생기면 어쩌나 정말 걱정되요.
제가 모른척하고 내버려두니까 곧 울음도 그치지만 아이도 쉽게 고집을 꺾지 않더라구요.
결국 잠바도 바꿔 입히고 마스크도 못 씌웠어요. 이모한테 사과하는거 하나 했네요.
제가 진작 그 잠바를 안 입겠다는걸 알았다면 덜했을텐데 싶기도 하고,
그래도 드러누워 머리를 찧는건 고쳐야한다고 생각되구요.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네요.아이를 키우는게... 직장에서도 지치구요,
그만 다니고 싶은 마음도 요즘 너무 많이 들어서 걱정인데,아이들 교육비 생각하면
과감하게 사표도 못쓰겠고...에구 넋두리가 되고있네요.
지수네님
전혀 힘들 이유가 없는데, 엄마가 힘들게 만들었네요.
어머님은 지금 본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의 틀안에 아이를 맞추려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여자라 틀안에 가두려하면 격렬하게 반항하지 않지만
둘째는 남자라 그 반항의 격렬함이 심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엄마가 어떻게 아이가 성장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지금 제1반항기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제1반항기는 아기로부터 어린아이로 발달을 이루면서
어느 곳에 머물러야 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아이는 '싫어', '안 할래', '안 돼'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엄마에게 어느 것이 옳은지를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이때 아이는 아주 간단한 문제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부모는 무척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물을 컵에 주면 밥공기에 달라고 하고
밥공기에 주면 다시 컵에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 경우에는 잠바를 입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때 엄마가 "잠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지"하면서
아이의 마음에 적극적으로 공감해주고, 아이가 싫다는 감정을 인정해 주었다면
그런 난리를 치루지 않아도 되었을 겁니다.
아이가 싫다는 감정을 표현한다고 그것을 말려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만 단호하게 엄마의 의지를 표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도 36개월 이전에는 엄마가 배려 깊은 사랑으로 감싸는 것이
훗날 아이가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어머님은 너무 아이의 가능성을 쉽게 보았습니다.
아이에 대한 깊은 신뢰가 필요한데, 이대로 놔두면 버릇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어머님의 걱정을 아이에게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거기에 사과까지 시켰기에 아이의 자존심은 형편없이 무너진 것입니다.
오죽 억울했으면 머리를 부딪치고 토하기까지 했을까요?
이제 부터는 넋두리를 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다면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관해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는 엄마의 성장만큼 성장합니다.
좋은 가능성을 가진 아이를 엄마의 기준에 잡아넣지 마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