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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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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림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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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9604
만 30개월 된 아들입니다.
이곳의 아이들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부모 눈에는 똑똑하게 보이는 아이랍니다. 20개월 이전에 숫자와 모양 알파벳 대소문자를 구별하였고 통문자도 5개정도 구별하였습니다. 푸름이를 안지는 돌이 지나서였는데 그맘때쯤 따라다니며 책을 읽어달라고 했었고 30개월인 현재도 새벽까지 책을 보며 잠이 든답니다.
마흔 개가 넘는 동요를 기억하고 부르고 다니며 요즘엔 작곡에 작사, 편곡까지 한답니다.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고 기억해두었다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고, 몇 번이고 반복한 책은 내용을 외고 있을 정도지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혼자서도 책을 즐겨 보네요.(아직 한글을 뗀건 아니구요)
부모가 보는 책이나 신문에 있는 글자를 손으로 짚어가며 중얼거리며 읽은 시늉을 하길래 한글을 시작했고, 한글 통문자를 처음 시작했던 날 아이가 낱글자의 개념까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요즘도 책에 아는 글자가 나오면 아는 척 한답니다. 한참 자동차를 좋아하고 있고 우주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어요. "이건 뭐요"라고 묻곤 했는데 요즘엔 간간히 "왜요"도 한답니다. 말이 조금 늦게 트인 편인데 요즘엔 긴 문장도 술술이랍니다. 상상놀이도 조금씩 늘어나고 역할 놀이도 좋아합니다. 근데 요즘엔 "너무 심심해"라고 자주 그래요. 계속 붙어서 놀아주고 읽어주는데 자극이 안 되어서 그럴까요?
무엇보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이의 집중력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할머니댁에 1달 정도 지냈는데 그전에는 아이의 집중력이 1시간은 족히 되던 것이 다녀온지 보름정도가 지난 지금은 10분을 겨우 채웁니다. 할머니댁에 가면 가까이 사는 사촌형이 만나게 되는데 워낙 산만하거든요. 어른들도 항상 걱정할 정도로 산만한데 그 아이와 같이 지내다보면 울 아이도 산만해 지더라구요. 전에는 잠시 만났었고 머물렀던 기간도 짧았는데 이번엔 기간도 길고 그 아이랑 같이 지냈던 시간도 제법 되니 그 후유증이 상당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집중력뿐만이 아니라 산만하기도 하고 노는 것도 과격하게 놀더군요. 그 아이처럼..
사실 벌써부터 한글떼기를 했었는데 할머니댁에 있는 동안 시들했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혹시 엄마의 마음이 들켰나 싶어 되짚어봐도... 그렇담 아이가 한글을 거부해야 될텐데 오히려 "한글놀이하자"하거든요. 같이 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졌다싶음 그만하자고 하는데 그럼 또 울고불고 난리가 나거든요.
여기 엄마들에게도 제가 가끔 하는 얘기가 '천천히 아이가 이끄는데로 가자'고 하거든요.
그리 욕심부리지 않고 오히려 지금까지 제가 잠시 방치했음에도 이렇게 잘 커준게 대견스럽고 이쁘기만 하답니다. 근데 한글은 욕심을 부렸던 게 사실입니다. 시작은 벌써부터 했는데 중간에 쉬었던 데다 둘째 계획 중이라 한글이라도 빨리 떼야 순조로울것 같았거든요.
그런 제 마음이 들킨걸까요?
혹시 아이의 현재 상태에 조바심이 생겨 그런 맘을 아이가 알아버린 걸까요?
어쩌면 좋을까요? 그냥 기다리면 좋아질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의 집중력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부디 저에게 힘을 주세요~~
배림맘님,
무척 집중력도 강하고 발달도 좋은 아이입니다. 조금 커서 영재 테스트를 받는다면 영제라고 판정이 나올 것 같네요.
제가 보기에는 큰 문제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촌형이 너무 산만하다면 당분간은 같이 어울리는 시간을 줄이세요. 한번 집중이 깨지면 다시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제가 종종 친정집에 가는 것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공산당 집단에서나 나올 말 같지만 그만큼 섬세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시기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글은 지금 더 놀자고 울고불고 하면 더 하세요. 오히려 아이는 더 놀면서 배우고 싶은데 엄마가 천천히 가지고 하면서 아이의 욕구를 못 따라고 가고 있네요. 너무 앞서가도 문제이지만 너무 천천히 가도 문제가 됩니다. 지금은 너무 엄마가 늦게 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의 입에서 심심해 소리가 나오면 책이 떨어졌나 한 번 살펴보세요.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빠르게 발달하는데 엄마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면 그대로 따라가세요. 새벽 늦게 잘 때 좀더 많은 책을 읽도록 배려하세요.
아이는 쉴 때도 있고 빠르게 발달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쉴 때는 기다리다가 아이가 뛰면 함께 뛰면 됩니다.
기초가 튼튼한 아이입니다. 이런 아이는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 가졌던 자신감을 다시 가지세요. 걱정할 이유도 자신감이 무너질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