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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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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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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2653
푸름이아버님이나 푸름이어머님이나 채영엄마님이나 aiset00님이나 시간되시는 분들께 도움 청합니다.
저희 아기 19개월 남자아기인데 아직 책읽기가 잘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어요. 책읽기의 기초라고 해야 하나요? 어릴때부터 제대로 책을 접하게 해주지는 못했어요. (한 5개월정도에 친척언니가 준 뽀삐시리즈2세트(인지, 언어), 보리세밀화그림책3세트, 노벨과개미 똑똑, 달님안녕 본게 전부) 그러다 이곳을 알게 되고 이제 읽기그림책, 신기한 그림책 등을 산지 한달정도 되어 가는데 둘다 잘 보지 않네요. 읽기그림책은 거의 안 보구요. 신기한 그림책은 동요만 제가 노래불러주면서 가끔 봐요. 제가 먼저 가지고 가서 읽어주지는 않고 그냥 가까운 곳에 항상 책을 놓아주고 있어요. 토요일에는 가까운 동네에 산에 다녀와서 산에서 봤던 무당벌레랑 소나무가 나와있는 책 잠깐 보여주고 뭐 이런 식이에요. 그냥 표지에 나와있는거 보여주고 "아까 산에서 봤던 무당벌레네"하고 끝이에요. 표지를 넘겨서 보여주지는 못하고.. ㅡ.ㅡ 제가 너무 소극적인지 모르겠어요. 요즘엔 가끔 누워서 우유 먹고 있을때 저도 옆에 누워서 책들고 같이 보기도 해요. 보리세밀화그림책 한권정도.. 그리고 저희 아긴 밤에 1시 넘어서 잠들거든요. 자기전에 책을 보여주면 집중이 잘 된다고 해서 자기 전에 보여줄까 했는데 불을 다 켜고 앉혀놓고 보여주면 자꾸 다른 방에 가서 할머니, 삼촌을 깨우고 그래서 그냥 불을 끄게 되요. 보통 다른 엄마들은 밤에 어떻게 보여주시나요? 스탠드켜고 앉혀놓고 보여주시나요? 암튼 한 이틀전부터는 책을 펴놓고 그림을 보여주기 어려워서 제가 알고 있는 이솝이야기나 아기랑 같이 본 적이 있는 책의 내용을 얘기해주려고 하는데 벌써 "옛날에~~"하면 "아니야"하고 고개를 흔들어요. 불을 끄고 그냥 옆에 누워서 노래대신 옛날이야기 해주듯 하는데 이것도 안좋은가요? 예전엔 자기전에 항상 노래를 불러줬거든요. 그래서 "노래해줘?"하고 물으면 "응"그래요. 암튼 그렇게 늦게 자서 거의 그 담날 오전 11시나 12시나 되어야 일어나거든요. 그럼 아침먹이고 조금 지나면 3시나 4시쯤 낮잠을 자요. 낮잠 자고 나면 어두워져서 밖에 나갈수 없어서 아침먹이고 옷 입혀서 데리고 나가거든요. 그러니 솔직히 집중력이 강한 시간이 언제인지 잘 알 수도 없어요. 그렇게 나갔다 와서 낮잠자고 일어나면 저녁먹고... 아빠 퇴근해서 놀다가 자고.. 일상이 이래요.. 어떻게 책읽기를 유도하면 좋을지 조언부탁드립니다.
(현재 가지고 있거나 곧 도착할 책 : 보리세밀화그림책5세트, 프뢰벨뽀삐 인지,언어, 노벨과개미, 신기한그림책, 읽기그림책, 현대톡톡, 한솔자연관찰, 마술피리꼬마 - 아직 한솔자연관찰이랑 마술피리꼬마는 이삼일 후 들어올 예정임)
1년 반이나 아기를 그냥 방치한 것 같아서 아기한테 너무 미안해요. 어떻게 하면 책에 관심을 가질까 매일 궁리를 하는데 잘 안 되네요. 책을 벽에 붙여볼까도 생각하고 플래쉬카드를 사서 사물인지를 먼저 많이 해주고 나서 책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아기가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그런 걸 기대해서 책사주고 그러는 건 아니거든요. 단지 제가 좀더 현명했다면 우리 아기의 숨은 능력을 끌어낼수 있었을텐데 그 시기를 그냥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지나가게 만든 것 같아서 아기한테 너무 미안해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제가 아기가졌을때부터 아기 낳고 나서 돌 지나서 까지 직장생활을 해서 아기한테 모유도 제대로 못 먹였는데 그래서 아직도 이불이나 그런것들을 입으로 빨고 물고 그러는게 아닌가 그런 행동들을 보면 참 미안해요.
우리 아기 귀한 시간 더이상 그냥 흘려보내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조언부탁드립니다.
쩡훈맘님
몇가지 주의할 사항만 간략하게 말씀드립니다.
첫째,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버리세요. 엄마가 죄책감을 가지면 그동안 못해준 것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마음이 급하게 되어 은연중에 책읽기를 강요하게 됩니다. 그러면 정작 책읽기의 바다에 빠져야 할 시기에 책 읽기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둘째, 책읽기는 책을 통한 대화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고민하지 마시고 풍부하고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여 대화를 나누세요. 물론 아이가 책에 집중하면 책을 매개로 좀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가 쉬워지지만, 책 읽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주어진 시간내에서 좀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주면서 기다리다 보면 곧 책을 읽어달라는 시기가 옵니다. 지금은 책읽기 보다는 자꾸만 나가자는 시기일 겁니다. 자연에 나가서 자연을 가르쳐주고 집에 와서는 책의 표지든, 아지면 현대 톡톡 같은 자연도감류를 펼쳐놓고 그날 본 것을 다시한번 보여주면서 대화를 나누어 주는 것이 훌륭한 교육이 됩니다.
셋째는 미안하다는 마음 대신에 마음껏 사랑을 표현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랑은 표현되어야만 사랑입니다. 뽀뽀해 주시고 안아주시고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나 사랑을 표현해 주시는 것이 지금 모든 것에 우선해서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아이와 놀면서 잠깐 잠깐씩 책을 보여주세요. 엄마가 책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으면 초초해 집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보다는 재미있게 놀고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노래를 불러달라면 노래를 불러주면 되고 잠을 잔다고 하면 재우면 됩니다. 아이가 산에서 본 무당벌레를 보여줄때 집중하면 조금 더 보여주고 집중하지 못하면 그만 두면 됩니다. 아직 아이가 이불이나 그런 것들을 입으로 물고 빠는 것은 입의 감각을 통해 사물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지 모유를 못 먹여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방법 보다는 근본적인 것을 엄마가 이해해야 합니다.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를 여러번 읽어 보시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겠다는 철학이 확립되면 구체적인 방법들은 아이에 맞게끔 엄마 스스로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늦는 것도 아니고 방치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책읽기의 기술적인 방법보다는 먼저 아이를 배려 깊게 사랑하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