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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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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한 백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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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881
안녕하세요?
누군가 푸름이닷컴을 헐뜯는 말로 푸름이 아버님은 교주같고
우리들은 그를 따르는 맹신도 같다고 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네요.
처음엔 기분이 안 좋았지만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싶네요.
사실 저는 푸름이교육법과 독서의 힘을 믿고 따르려고 하는 신도 맞거든요.
다른 엄마들처럼 열렬한 맹신도가 못되는 게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교주님처럼 어렵게 생각되어서 궁금한 것 있어도 차마 질문하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곤 했는데, 이제 편하게 1303호 아저씨로 생각하고 질문 드리려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한참 말을 배우느라 이말 저말 중얼거리는 저희 딸(18개월 하고 29일 되었네요.)이 말이죠, 존댓말을 아무리 가르쳐도 도무지 하려 들질 않네요.
분명히 아는 것 같긴 한데 일부러 반말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오세요" 라고 말하면 씩 웃으면서 "와"
"주세요" 하면 역시 씩 웃으면서 "줘"
그렇게 하는 걸 보면 말의 의미는 안다고 봐야하죠?
처음부터 습관을 잘 들여야겠단 생각에 애 아빠와 저는 항상 존대를 하고 아이에게도 꼭 존댓말로 이야기 하려고 한답니다. 그리고 책에 나와있는 반말들도 거의 존댓말로 바꾸어 읽어주죠. 그런데 엄마 아빠는 모두 아이한테 존대를 하고 쬐끄만 녀석만 반말을 찍찍 해대니... 참 어이 없는 노릇이죠.
저희 아이 사물인지는 웬만큼 되었고 강아지를 워낙 좋아해서 강아지도 종류별로 20여종은 구분할만큼 인지가 되어있답니다. 허나 말이 빠른 편은 아니어서 아직은 거의 한 단어로만 이야기 하는 수준입니다. "안어" "업어" "줘" "가" "아퍼" 등등 의사표현은 다 할줄 아는데 꼭 반말로만 하네요.
고분고분 존댓말 잘하는 상냥하고 공손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요녀석 누굴 닮았는지 제 뜻처럼 되질 않네요. 속 시원한 답변 주실꺼죠?
참... 이건 깍두기로 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푸름이는 장래 희망이 뭔가요?
맹랑한 백작부인님
"할렐루야!"
"신의 은총이 맹랑한 백작부인에게 가득하길…"
어때요, 교주같지 않습니까?
존댓말에 대해선 아직 걱정할 시기가 아닙니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시간이 되면 존댓말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아직 아이는 “안어”, “업어”, “줘”처럼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지 결코 엄마를 골리기 위해 반말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존댓말을 쓰면 아이는 100% 존댓말을 배우게 됩니다.
조금 더 커서 30개월 전후 말을 유창하게 할 때가 되면 그때는 존댓말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됩니다.
우리 부부도 푸름이에게 존댓말을 가르칠 때
“존댓말이 어디갔습니까?” 하고 물으면 “소풍갔어”하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소풍갔다 언제 돌아오시나요?” 하면 “아주 먼 곳에 갔으니 조금 시간이 걸려” 하면서 농담하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일단 소풍갔다 돌아오니까 그 이후에는 한번도 반말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다 시기가 있는 것입니다. 언어가 유창해지면 부모가 반말을 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 존댓말이니 미리 걱정하거나 강요하지 마세요.
깍두기로, 푸름이의 장래 희망은 고생물학자입니다.
공룡처럼 멸종된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것이 푸름이의 꿈이며, 그 꿈은 확고합니다.
어릴 때의 꿈이 사그러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구체성을 갔기에 그 분야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 저도 찬성하고 힘 닿는데로 밀어주고 싶습니다.
글속에 행복함이 있네요.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