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맘님들이 보시면 웃으실지도 모르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서 글을 올려봅니다. 우리 호수 이달 25일이 돌인 자동차와 책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남자아이입니다. 자동차가지고 혼자 밀고다니다가 엎었다뒤집었다 전후좌우 번갈아가면서 보고, 차문 열었다닫았다 혼자서 30분에서 한시간을 그러고 놉니다. 불러도 모르고 놀때가 많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동요나 창작동화의 시디를 틀어주고 터치하지 않으려고 내버려둡니다. 저번에 강연회 2차에서 푸름아버님께서 그리하라 하셔서...터치하고 싶어죽겠지만 꾸~욱 열심히 참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동차 밀고다니다가 실증이 나면 책꺼내와서 읽어달라하고 읽어주면 너무 열심히 보고 좋아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30권 읽었다 50권 읽었다 하시는데 어떻게 그렇게 읽을 수 있는지...우리 호수의 책읽는 스타일은요, 일단 하나를 뽑으면 그 책만 주구장창 읽으라고 합니다. 마지막장을 덮을 즈음이면 책 내려놓지말고 읽으라는 사인으로 찡찡댑니다. 모르는척 내려놓으면 다시 집어서 저에게 주고요. 그렇게 지겹도록 읽고나면 다른책을 꺼내와서 저에게 주거나, 찡찡대지 않으면 제가 읽어주고 싶은 책을 읽어줍니다. 처음읽는 책은 한 일주일정도 이렇게 마르고 닳도록 앉은자리에서 읽고 그 후로는 한두번만 읽고 다른책을 꺼내옵니다. 그리고 꺼내오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잊을만 하면 가끔 꺼내서 읽어달라고 합니다. 잠들기전에는 거의 항상 최소한 한시간을 읽고 자는데 한시간동안 읽는 분량이 10권을 넘기가 힘들거든요. 뭔가 다른 아가들 책읽기랑 많이 다른것 같아 제가 잘하고 있는지...의문이 들어요. 책도 물거나 빨아본적이 없고...책은 7개월부터 보여주었는데 첨에만 좀 불안했구요 그냥 페이퍼북 보여줘도 혼자 넘기면서 보지만 책 찢은적도 없고...

그리고 다른아가들은 책장에서 책을 죄 뽑아서 흩어놓는다는데 우리 호수는 하나꺼내서 앞뒤로 보다가 다시 꽂아놓고 또 하나 꺼내서 보다거 꽂아놓고 그러다 맘에 들면- 이건 어디까지나 엄마인 제 해석이죠- 방바닥 밀고다니다가 앞뒤로 보고 또 보고 자기가 익숙해지면 들고와서 읽어달라고 하구요, 다른아가들은 휴지나 물티슈를 보면 죄 뽑는다고 하고 그래야 손의 협응력이 발달한다는데 우리 호수는 눈앞에 티슈케이스를 들이밀고 제가 뽑는 시범을 보여도 서너장 뽑다가 말고 티슈케이스 전후좌우로 돌려가며 그림만 열심히봅니다. 이것도 발달단계랑 넘 안맞는거 같아서 걱정이 되려고 하네요.

큰소리도 무지 싫어해서 아주 예민하게 반응을 합니다. 친구맘이 놀러와서 그집아이에게 안돼! 하고 좀 큰소리로 말하니까 깜짝놀라면서 저한테와서 울려고 합니다. 저희집이 넘 조용한건지...이것도 걱정이구요.
읽기그림책테잎, 재미모리동동cd, 신기한 아기나라cd, 영어동화cd 등등 오디오로 소리가 나면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까르르까르르 웃고 가끔은 덩실덩실 춤도 추고...제가 일본어나 영어로 이야기를 하면 제 입모양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가만히 있습니다. 뭔가 다른 언어라는걸 알기라도 하는양...혹 혼란스러운건 아닌지...아무튼 소리에 무지무지 민감한 아이예요. 부부싸움이 될 뻔하다가도 조금만 소리가 커질라하면 호수가 찡찡대서 목소리 낮추고 조심하다보면 부부싸움이 안되는 장점도 있기는 하네요.

2월달쯤부터 그러더니 요즘들어서는 다른 아이들이 놀러와서 자기물건 만지는걸 심하게 질색을 합니다...어설픈 발음으로 내꺼를 연발하며 뺏으러다니고, 제가 다른아가들 안아주는것도 못보고, 요근래에는 아빠가 제 손 잡는 것도 싫어해서 일부러 손잡고 호수야 엄마아빠 손잡았네 하면 놀다가도 와서 풀어놓고 가네요. 그렇다고 아빠를 싫어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아빠 출근하면 대성통곡하고 퇴근하면 딱붙어서 저한테도 안오려하고 그렇거든요. 그런데 왜 아빠한테까지 그럴까요? 샘이 너무 많아져서 그것도 걱정이구요.

4월 25일생 78cm, 11.5kg 이고 배밀이, 기어다니기, 잡고서기, 잡고걷기 다 일찍 한 편이었는데 걸음마는 이제 조금씩 뗍니다. 제가 가까이 있어서 잡을 수 있을 때만 걸음마를 시도하구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하네요.

아이가 넘 소심한거 아닌가요? 왜 또래아이들이 하는 행동들을 하지 않는거죠? 왜 이렇게 소리에 민감하고 샘이 많은거죠? 여러권의 책을 돌아가면서 반복하는게 좋은건지, 아니면 지금처럼 한권씩 한권씩 반복해서 전체가 반복되는게 좋은건지...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 헷갈려요.

저 좀 붙잡아주세요. 안 흔들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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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쥴호수맘님

제 느낌에는 적어도 다른 아이보다 6~12개월을 앞서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수십번~수백번 반복하다, 그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뜸해지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가끔가다 꺼내보는 것은 아이가 책을 읽는 전형적인 발달입니다. 그래서 자기책이 있어야 하고, 그 책을 남에게 주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그런 발달 때문입니다.

책을 물거나 빠는 것 없이 넘긴다는 것은 입으로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눈으로 보아서 구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합니다. 티슈를 안 뽑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푸름이를 키울 때 푸름이는 거의 입으로 확인한 적이 없었습니다. 초록이는 같은 개월때 메뚜기를 잡아 입에 넣으라면 넣는 시늉을 하곤 했는데, 푸름이에게 그것을 시키면 '에~'하고 머리를 설레설레 젖곤했습니다.

큰 소리를 싫어하고, 부정적인 단어를 말하면 놀라는 것도 무척 예민하고 섬세함을 의미합니다. 이런 아이는 거져 키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만큼 분별력이 강하니까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내것에 대한 소유는 대개 18개월을 지니가는 시점에서 나오는데 호수는 돌을 지나는 시점에서 발현되고 있네요. 엄마를 좋아하고 아빠를 배척하는 느낌은 엄마에게 먼저 애착을 형성한 것입니다. 조금 더 크면 그때는 무척 아빠를 따르게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는 조금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곧 아빠를 동일시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기가 오면 졸졸 아빠를 따라 다니게 될 것입니다.

소심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분별력이 강하고 발달의 빠르기가 다른 아이와는 다르게 무척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이므로 이제부터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시고 호수의 발달을 따라가세요. 밤, 낮이 바뀌든, 졸려서 뒤로 넘어가든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푸름이는 얼마나 졸음을 참았던지 책 한권을 다 읽어주고 다른 책을 찾으러 가는 그 잠깐에 골아 떨어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지금은 호수가 하자는대로 무한정 따라가세요. 미래에 어떻게 될까를 염려하지 말고 지금 주어진 시간에만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대로만 가면 호수가 어떤 아이로 클지를 잘 압니다. 예쁜쥴호수맘에게는 푸름이닷컴처럼 선험자가 있음을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너무도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이기에, 엄마의 성장이 아이의 발달에 뒤쳐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공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