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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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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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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6636
32개월된 아들이 있어요.
반항기가 시작된 건 한참 되었는데 요즘은 정말 못말릴지경이에요.
까탈스럽거나 고집을 부리거나 하지는 않아요. 장난도 심하지 않구요.
문제는 애기나 어른이나 할것없이 밀고 때린다는 거예요. 할퀴기도 하구요. 되도록 집에서 저랑 하루를 보내고 있긴 하지만 한번씩 친구들이 오면 그렇게 매번 울리는데 너무 미안해요. (물론, 제것을 뺏거나 노는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지만 지나치게 소리를 지르고 힘을 쓴답니다.) 누가 오면 말은 잘 안하구요. 펄쩍펄쩍 뛰어다니다가 툭 때리고 밀치고, 자기것이라고 소리지르고 한답니다. 반항기라 그런것은 이해가 되지만 너무 폭력적인것이 아닌가 걱정이 좀 되네요. 아토피가 심한 편이라 스트레스가 쌓인것인지...이럴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푸름아버님께서 올리신 글들은 보면 폭력을 경험한 아이가 폭력을 쓴다고 하셨잖아요. 부끄럽게도 전 푸름이닷컴을 알기전에 아이를 많이 때렸어요.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우울증도 있어서 돌이 지난정도 부터 밥안먹는다, 소변을 못가린다는 이유로 무척 때렸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도 무척 소극적이었고, 말도 참 늦게 트였구요. 장난도 칠 줄 모르고, 위험한 것은 절대 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눈치도 참 많이 보는 편이였구요. 어른들은 참 순하다고 장난안친다고 자랑자랑 하셨지만 지금 생각하니 창의력이 떨어지는것이 아닌가, 너무 마음에 상처를 받은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요.
푸름이닷컴 안게 25개월때였으니, 그때부터 제가 많이 깨달았죠. 아이도 많이 이해하게 되고, 정말 사랑하는 방법도 깨닫게 되었고, 지금은 너무 행복하거든요. (푸름이닷컴을 알고 나서 아이를 이해하는 엄마가 되었다는것이 너무 고마웠어요)
아이도 많이 밝아져서 장난도 치고, 말도 잘하구요. 이젠 엄마를 좋아한다고 해요. 그런데 본격적으로 반항을 시작하는 거예요. 폭력이 심해지니 저도 자꾸 언성이 높아지구요. 놀이터에 가면 다른 아이들에게 자꾸 모래를 퍼부어서 놀이터 가기도 겁이나요. 그래도 가끔은 존대말도 쓰고, "엄마, 이거 해도 돼?"하고 예쁘게 물어보기도 하거든요. 어릴때 맞았던 기억들이 남아있는 것일까요? 아이의 상처를 다 아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알고 싶어요.
덧붙여 여쭤봐요.
아이가 책을 많이는 안보거든요. 하루에 10권보면 많이 보는 거구요. 그런데 책을 보면 어렵든 쉽든 두권 정도 보고나선 힘들다는 말을 참 자주해요. 제 스스로 꺼내온 책을 읽어주거든요. 그런데 왜 자꾸 힘들다고 할까요. 저도 책읽자는 말은 안하는데요. 그래도 책을 싫어하진 않아요.
너무 집중을 하고 봐서 그런가요? 아님 내용이 이해가 안되서 그럴까요? 방금 21세기 학생백과를 주문했는데요, 백과를 보면 좀 나아질까요? 몇달전부터 "이거 뭐야?"하고 자주 묻는데 백과를 사는 시기가 맞나요? 북룸이 있긴 하지만 21세기 백과로 충분할지 모르겠어요. 쉽고 좋은 백과가 있다면 추천도 해주시겠어요?
책보는 아이님
이전에 부정당했던 경험이 아직은 조금 남아 있습니다.
보세요. 자기 것을 빼앗거나 노는 것을 방해하며 소리를 지르고, 누가 오면 미리 예민하게 경계하여 자기것이라 소리를 지르는 것 등은 다시는 그전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자기방어의 한 과정이라 보시면 됩니다.
저는 이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지금처럼 좀더 부정당할 수 있는 기회를 최소화시키고, 배려와 사랑을 준다면 이전에 받은 상처를 스스로 좀더 빨리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무반응 보다는 오히려 격렬한 반응이 바람직하다고 본 것입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다른 아이를 만나서 충돌하거나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에게 모래를 끼얹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아이는 아름답게 성장할 것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온정신을 몰아써야 하니까 힘든일입니다. 그래서 습관이 안된 사람들은 1년에 책 한두권 조차 안 읽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입니다. 아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곧바로 책읽기를 중지하세요.
힘들어하는 것을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의 집중력은 점점 길어지게 됩니다.
<21세기 학생백과> "이게 뭐야"와 "왜 그래?" 시기에 그림을 보면서 분류를 확장시키고 호기심을 잃지 않게 하는데는 이보다 좋은 책은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백과이기 때문에, 엄마는 아이가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를 아이가 백과사전을 보는 것을 관찰하면서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주문하셨다니 잘 하셨습니다. 푸름이닷컴도 좋지만 저는 오히려 아이의 인생에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을 생각하니 제가 기쁘네요.
어머님이 변하셨으니 아이가 반응해 주지요.
어머님이 행복하시니 저도 마음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이제는 어머님의 깨달음만큼 아이를 잘 키우실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