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3개월된 아들을 둔 엄마인데요, 저는 아이와 매일 잠과의 전쟁을 해야합니다.
책의 바다에 빠져서 그런거라면 좋겠지만, 그런게 아니고, 전성적으로 자는걸 싫어하는건지, 여하튼 잠자는걸 무척 싫어합니다.
그러면 깨어있으니까 계속 놀아주면 되지 하시겠지만, 그게 또 그리 쉬운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분명히 너무너무 졸려서 집중력도 떨어지고 책도 못읽고 기차놀이도 못할정도로, 뭘해도 다 싫을정도로 졸리워하는데, 막상 자 이제 우리 아들 잘까? 하면 울기시작한다는게 문제이지요.
어렸을때(?)는 잠자는 것이 곧 엄마와 떨어지는것(제가 계속 데리고 자도)이라는 생각이 들어 분리불안때문에 그럴것이다 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했는데 그게 또 아닌것 같아요.
그래서 잠자리의식도 만들어서, 불끄기 놀이, 날개달린 스탠드키기, 자장가틀기, 잠에 관련된 책읽기 등등을 해보아도, 많은 효과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아이가 너무너무 졸려서 더이상 어찌할수 없을때 이 잠자리 의식을 가진후, 잠이 들때까지 등을 한시간여 토닥여주면 겨우 잠이들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겨우 재웠건만, 아무리 늦게 잠이 들어도, 반드시 새벽 두시경에 깨어서 일어나겠다고 울기 시작한다는 거지요.
배가고파서도 아니요, 목이 말라서도 아니요, 단지 자기 싫다는 겁니다.
또 어찌어찌해서 겨우 재우면 새벽 4시에서 5시사이에 반드시 일어나서 다시 몇시간전의 일을 되풀이합니다.
그러면 우리아이가 낮에 자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낮에는 많이 자봤자 두시간 남짓한 낮잠시간 뿐입니다.

참고로 저희 아이는, 태어날때부터 엄청나게 예민해서, 6개월까지는 눕히면 그대로 깨어나서 자질 않았기에 계속 제가 밤새워 안고 있으며 재웠고요, 6개월부터 돌무렵까지 잠깐 누워서 잤고요(물론 자다가 계속 깨었지요..), 그 다음엔 유모차를 타고 있어야만 잠이 들어서 밤에 유모차를 집안에서 태우며 음악을 들려주어 재운다음 한시간 반가량 기다려서 깊은 잠이 들면 그때 눕혔다가 다시 깨어서 유모차 타고 잔다고 울면 다시 태워서 재웠다가 기다렸다가 눕히기를 반복하며 거의 밤을 지새웠고요, 누워서 잠들기 시작한건 두달남짓 전부터 인데요, 물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다가 깨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걱정되는건, 저도 밤에 깊은 잠을 근 2년째 못자니, 새벽에 아이가 깨어서 울면, 더이상 친절하고 자상한 엄마가 아니라, 자라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가 되어 간다는 점입니다.
어쩔때는 사정을 설명하며 설득을 해보지만, 유독 잠자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설득으로는 통하지가 않아요.
그러면 아이는 혼자서 울다가 지쳐 그냥 제옆에서 잠이 들어요.... 그러면 또 얼마나 불쌍한지.. 소아 한의원에도 가보았지만 별 뾰족한 답변을 들을수가 없었고요, 너무 답답하고 제자신이 한심하고 그렇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에게 소리지른 것을 사과하긴 하지만, 어떨때보면 제 눈치를 살피는 아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속이 많이 상하고요, 그렇다고 깰때마다 일어나서 놀아주자니(그렇게도 해보았거던요) 하루종일 멍해서 운전조차 하기가 겁이납니다.
저는 아이아빠가 육아에 거의 참여하지 않기때문에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이러다가 안전사고 날까봐 걱정도 되고요.
이제 곧 두돌인데 사랑하는 아이에게 자꾸 언성을 높이는 이상한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합니다.
나이에 비해 깜짝 놀랄정도로 사려깊고 책임감도 강하고 참을성도 많은 우리 사랑스런 아이가 잠자는 문제때문에 저와의 갈등을 빚게되니 이러다간 내면에 깊은 상처를 주는게 아닐까 걱정이 많이 되고요.
계속 아이가 깰때마다 놀아주고 다시 재우고 하는편이 좋을까요, 아님 그냥 자라고 해야하는 편이 좋을까요, 갈피를 못잡겠습니다.
깰때마다 놀아주면 또 불거지는 문제는 낮시간에 아이가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짜증을 많이 부리거든요, 어른도 깊은 잠을 못자면 하루종일 힘들듯이요.
저의 배려깊은 사랑이 부족해서 아이가 밤에도 확인하려 그러는건지 정말 별별 생각이 다듭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숨이 많이 나오네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해결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지혜를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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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sun님

글을 읽으면서 푸름이를 키울때가 생각나네요.
푸름이도 얼마나 잠을 안자려했던지 우리 부부가 전쟁을 치렀던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 사글세를 살았기 때문에 밤중에 아이를 울릴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푸름이가 앵~하고 울면 저는 푸름이를 들쳐업고 이불을 뒤집어 씌운다음 무조건 동네로 나갔습니다. 푸름이 엄마는 뒷따르곤 했지요.
새벽 2시까지 돌아다니다 힘이 들어 집으로 향하기 위해 방향을 돌리면 어떻게 귀신처럼 아는지 울기에 새벽 5~6시에 집에 들어온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 세월을 버티고 살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오히려 그때의 사글세 살이가 푸름이의 정서를 안정시켜 주었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푸름이는 자기가 원했던 것, 먹고 싶을때 먹었고 자고 싶을때 잘수 있었던 환경때문에 세상은 믿을만하고 자신은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믿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들어가서 자기의 성격을 적으라는 항목에 단 한줄 '천하태평형'이라는 글을 써놓고는 이것저것을 쓰고 있는 아이들을 여유롭게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푸름이의 성장에서 얼마나 자지 않으려고 노력했는지 푸름이 엄마와 제가 번갈아 책을 읽어주고 놀고 하던 시간, 17~27개월까지 10개월은 새벽 6시가 표준적인 잠자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어주다 잠깐 다른 책을 찾는 1~2초 사이에 푸름이는 골아떨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낮잠을 많이 자는 것도 아닙니다. 원래 호기심이 많고 예민한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 잠깐 자고 일어나도 쌩쌩합니다. 잠 많은 부모에게는 고역과 시련의 연속된 시간이 될 것입니다.

ohsun님!
우리 부부는 애초에 푸름이를 시간에 맞추어 재우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푸름이 엄마는 아이의 리듬에 자신의 모든 스케쥴을 맞추기위해 노력했습니다. 집안이 엉망이 되어도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밥을 못먹어도 아이와 놀때는 놀라는 것이 저의 신념이었으니까요. 푸름이가 잘 때는 푸름이 엄마도 함께 잠을 잤습니다. 그래야만 체력적으로 덜 지쳐 아이에게 신경질을 내지 않게 되니까요. 어쩌면 그것이 현명함입니다.
아이와 리듬을 맞춤으로써 아이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잃지 않게 되고 부모도 덜 지칠 수 있게 됩니다.
만일 그 시간이 몇년이상 계속된다면 견딜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 시간이 오래동안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ohsun님의 경우는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설득함으로써 그 시간을 계속 연장시키고 있습니다.
뭔가 생리적으로 아이에게 잠을 못자게 만드는 원인이었다면, 아이는 잠자는 분야에서 만큼은 잠을 안자고 엄마에게 야단을 맞는 것이 내적인 행복이라는 잘못된 패턴에 빠진 것입니다.
이것은 야단을 쳐서 무관심하게 내버려두어서 고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엄마의 부정적인 관심이 더욱 잠자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지요. 부정적인 관심이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엄마는 자신을 속일수는 있어도 아이를 속이지는 못합니다.
엄마의 마음속에 아이의 잠에 대한 불안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아이는 그 마음을 읽고 있습니다. 이것이 잠자기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문제는 이러한 아이의 잠에 대한 불안을 엄마가 먼저 떨쳐내야만 아이도 잠에 대해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게 됩니다.
우리 부부처럼 애초에 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재우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세상은 좀더 느긋해질 것입니다. 아빠가 조금만 도와주면 조금은 덜 힘들겠지만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쉬운일이 아닐겁니다.

아이에게 이제 잘까를 묻지 마시고 "졸려서 힘든데 잠을 잘 수 없어 힘들지" 하면서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시고 항상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엄마의 사랑이 넘쳐 잠을 자는 문제에 대해서도 엄마가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를 위로해주면서 아이와 책 읽기뿐만 아니라 노는 것도 즐기면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