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은혜마미에요.
전화를 드리는것과 글을 쓰는것 어떤것이 좀더 편하게 해드리는것인지 몰라 한번 글로 남겨봅니다.

건강하시죠?
모임때 여쭤보려구 했었는데 일정이 아직도 잡히지 않은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겨 봅니다.

오늘은 배려깊은 사랑에 관하여 질문을 할까 합니다.
은혜는 28개월 이고 무척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입니다.
안방에서 저랑 놀다가 작은 방에 있는 아빠한테 놀러가자 그러면 저보다 훨씬훨씬 더 배려깊은 사랑을 해주는 아빠인데도 "아빠 무서운데" 하면서 꼭 업고 가라고 합니다.
물론 아빠한테 가면 아빠랑 엄청 잘 놉니다.
아빠가 뭐가 무섭다는건지.... 정말 무서운건지... 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몇일전에 아파서 3일동안 친정에 가있으면서 느낀점을 이야기 할까 합니다.

엄마가 키워주시는 24개월된 여조카가 있습니다.
할머니손에 커서 사실 지적인 발달을 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조카는 소유욕과 공격적인 성향이 엄청 강하고 무조건 "안돼!안돼!"하면서 소리를 잘 지릅니다.

은혜가 "하은이야 언니가~~~ " 하고 말하려고 하면 (은혜는 말을할때 단어를 차근차근 생각해가며 느리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말이 꼬이면 몇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말합니다)
하은이는 은혜말이 끝나기도전에 무조건 "안돼!안돼!"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면 은혜는 바로 울어버립니다.

또 집에서도 졸리다고 업어 달라고 해서 업어주면 잠은 안자고 계속 눈에 보이는것을 질문합니다.
그러면 제가 소리지르는것도 아니고 또 크게 말하는것도 아니고 평상시보다 조금 딱딱하게 "자"그렇게 말만해도 웁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너 맴매맞어!. 혼자두고 갈꺼야!" 뭐 이런 어마어마한 말을 해도 별 신경 안쓰고 잘 놀던데 은혜는 제가 그런 무서운 말을 하는것도 아니고 밤에 하도 잠을 안자 놀아주다가 지치면 가끔 은혜가 뭘 물어봐도 "엄마 대답하기싫어" 하고 조금만 차가운 목소리로 말해도 금새 울어버립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분별력이나 이런걸 떠나서 아이가 너무 나약한건 아닌지.... 마음이 너무 여린건 아닌지.... 이런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좀 걱정이 됩니다.

이렇게 온실안의 화초처럼 자란 아이가 학교나 회사에 들어가서 좀 강적을 만났을때 너무 상처받는것은 아닌지...
왜 우리앤 이렇게 마음이 약한건지 사실 요즘 고민스럽습니다.

또한가지 걱정이 잠귀가 너무 밝아 괴롭습니다.
초인종소리. 변기 물내리는 소리부터 시작을 해서.... 그런것은 그렇다 쳐도 잠귀 밝은건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요.

잠을 자다가도 제가 이불끌어당기거나 돌아눕는 바스락소리에 잠이깨서 뒤척이거나 웁니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이불못덮고 추운데 덜덜떨면서 잘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아직도 자다가 10번도 넘게깨고...
전 제가 태교를 잘못해서 그런거라고 믿고 있는데 혹 또다른 요인이 있는지요.
잠귀밝은것도 크면 다 없어지는지요.

글재주가 없어 이렇게 밖에 못쓰겠네요.ㅎㅎ
빨리 모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푸사식구들이 가족같이 느껴지네요.ㅎㅎ
참 이곳이 좋습니다.
항상 감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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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마미님!

설 잘보내셨는지요?
은혜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어린시절 푸름이의 성장과정을 보는 듯해 잠시 추억에 잠겨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지만 제 마음속에는 아스라한 행복감이 피어오릅니다.
우리는 푸름이를 키울때 예민하고 겁 많은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지 몰랐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을 그때만 알고 있었어도 훨씬 풍요로운 환경을 주었을 것이라는 말을 푸름이 엄마와 늘 하곤합니다.

은혜는 무척이나 예민하고 분별력 있는 아이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빙 둘러서 표현하기에 부모가 웬만한 눈치가 없으면 아이가 하는 말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예를들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데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엄마 오늘은 왜 이렇게 날씨가 덥죠"입니다.

아빠가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엄마에게 업히고 싶고 엄마의 따스한 사랑과 엄마의 체온을 느끼고 싶은 것뿐입니다. 그런 것을 '아빠 무서운데'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조건 '안돼, 안돼'하며 고집을 피우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말로 자근자근 표현하는 것중에서 어떤 경우가 분별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세요?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도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강퍅한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줄 아는 것과 자기의 것만 주장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이미 아주 어릴때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푸름이닷컴에서 종종 보곤합니다.
배려 깊은 사랑을 받고 책을 읽은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생활화됩니다.
그러나 아직 은혜에게 성인의 자제력까지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어떤 것을 호소할때 빨리 알아차리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지만 하은이의 경우는 말로써 통하지 않습니다. 은혜는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직은 모르기 때문에 울음을 터트리는 것입니다.
지성은 15~20년을 앞서갈 수 있지만 정서는 제 나이를 먹으면서 성장한다는 말을 잘 이해하셔야 합니다.
예민하면 할수록 아이는 아주 미묘한 차이까지 구별하게 됩니다. 엄마의 목소리 톤이나 눈빛 하나만 가지고도 아이를 울리고 웃길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36개월 이전에는 친정집에 가는 것도 조심하면서 아이가 부정당할 수 있는 기회를 최소화 시키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배려 깊은 사랑을 충분히 받은 것과 온실속에서 자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배려 깊은 사랑을 준다는 것은 아이의 자발성을 저해하는 어떤 환경도 배척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생명과 안전에 관계된 것이 아니라면 아이가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해보고 싶어하면 부모는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해볼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배려 깊은 사랑입니다. 이런 환경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의 든든한 믿음이 아이의 마음속에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어려움에 물러나지 않고 기꺼이 도전합니다.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몰두합니다. 온실속에서 자란 것처럼 허약하지 않고 야생마처럼 생명력이 강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푸름이를 부모말을 잘 듣는 온유한 아이로만 생각하지 그 온유함 속에 강한 생명력이 있음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저는 푸름이의 도전적인 생명력에 감탄을 금치 못할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은혜마미님
강함은 부드러움속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조금 힘들지 모르지만 조금지나면 진지하게 아이와 의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은혜는 엄마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행동을 바꿀 것입니다. 이 유연함을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어도 유지할 수 있도록 은혜를 키우세요. 세월이 가면 갈수록 현숙해지는 사람, 지혜에 지혜가 더해지는 현자의 기초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잠귀 밝은 것도 푸름이 어릴때와 같습니다. 그렇게 귀가 밝을때 음악을 많이 들려주어야 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푸름이는 한번 곯아 떨어지면 업어가도 잘 모릅니다.

그렇게 예민했던 아이가 그렇게 무던해지는 전과정을 저는 푸름이를 키우면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렇다고 지적인 예민함이 무던해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통해 지성의 날카로움은 더욱 날카로워져 어느때는 두려움을 느낄정도 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온유함과 새로운 것에 거침없이 몰입하는 대범과 배짱은 배려깊은 사랑의 결과임을 확신합니다.
그것은 푸름이 하나의 결과가 아닌 수십만명의 어머님을 만나서 체험으로 얻은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