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02-23 00:00:00
-
나경맘
-
조회수 12095
먼저 지난 번에 '지나치게 가족만 아는 아이'에 답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내가 무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거에 대해서 명쾌한 이야기를 해주시고, 또한 처음 답변을 받았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떨렸거든요.
신랑이 웃으면서 그러더군요."당신 푸름이 아빠한테 편지 받아서 좋겠군."
이번에도 부족한 엄마로써 질문 하나 올릴께요.
먼저 동생(8개월)이 태어나서 나경이(현재 31개월)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을 25개월경에 프뢰벨사원이 와서 다중지늘을 시켜 보라고 하더라구요. 분명 관심이 다른대로 돌아갈거라고 하면서요.
그때는 사실 저도 너무 힘들도 나경이도 힘들고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정말 큰 맘 먹고 다지프1단계를 사서 시켰어요. 교구는 처음 사준 거라 그런지 정말 잘 가지고 놀더군요. 지금도 잘 가지고 놀아요. 혼자 집도 만들고 기차도 만들고 하면서요. 선생님 오시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40분 수업도 너무 재미있어했어요.
지금 6개월째 수업을 받고 있는데, 지금은 책과 좀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전만큼 책을 않 봐요. 잠 자기 전에 빼고는 잘 읽어 달라는 소리도 않하고요. 대신 은물이나 인형같은 장난감 가지고 음식도 만들고, 상상놀이를 많이 해요.
제 생각에는 집에 있는 책이 실증난거 같아서 몇 일 전에 새 책을 사주었어요. 도담도담 창작, 탄탄전래, 도담도담과학. 전 너무 뿌듯해 하며 책을 받았는데 나경이의 반응은 시큰둥이예요. 제가 먼저 보자고 해서 보긴 보는데 한 번 보면 더이상 읽어 달라고 않하고 다른 책을 빼와요. 그리고 또 다른책. 그래서 읽어주고 물었죠. 재미 없어? 그럼 응, 재미 없어합니다. 제가 책 선정을 잘못한건지. 암튼 반응이 별로네요.
오늘 수업하러 온 선생님도 그러시네요. 처음 나경이 봤을때 책을 너무 좋아하고, 집중력도 뛰어났는데, 요즘은 책을 읽어주면 끝까지 않 본다고, 좀 산만한 느낌이 든다고.
사실 은물수업도 1단계만 하고 그만 두려고 생각중이거든요.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도 그 돈이면 책을 사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예전에는 눈만 뜨면 밖에 나가고 싶어했는데 올 겨울에는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어디 한번 가려하면 옷 입이는것도 큰 일입니다. 할머니네 집 가자고해도 할머니집 싫어. 마트 가자고 해도 마트 싫어. 너무 집에만 있어서 그런건지...
또 한가지는 엄마와 너무 떨어지기를 싫어한다는 사실입니다. 3개월 전에는 그래도 할머니집(시댁이 바로 옆 동이거든요.)에 가서 1~2간정도 있었어요. 그럼 전 얼른 가서 집 치우고 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절대 않된다고 합니다. "잉, 울어버릴거야. 엄마한테 가자 할꺼예요."그럽니다. 더구나 집에서도 남편이 있어도 쓰레기 버리러도 못가게 합니다. 어디다가 떼어논 것도 아닌데 할머니 집에 가면 너무 수시로 엄마가 있나 없나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리에 너무 민감하다는 겁니다. 예전에 듣던 노래를 틀어도, 구연동화 CD를 틀어도 모두 싫어. 무서워 하면서 오디오를 꺼버립니다. " 재원이가 듣고 싶대."해도, 어떤 음악소리도 라이도 소리도 모두 싫다고 꺼버립니다. 그동안 들어왔던 소리들인데, 참 난갑합니다.(참고로 유일하게 뿡뿡이 테잎은 듣습니다.)
위와 같은 현상이 있은지 2개월 이상 된거 같습니다. 너무 두서없이 글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참고로 요즘 한글을 가르치려고 통문자로 놀이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는거 같아서 고민중이구요. 아빠 직장문제로 고민이 있어서 제가 좀 심난해 하거든요. 그 기분이 애한테까지 전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읽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답변 기다릴께요.
나경맘 님
아이가 책을 읽는 행태는 항상 계단처럼 책에 집중하다가 멈추다가 하면서 단계가 올라갑니다.
따라서 멈춰있는 순간에는 어떤 책이 들어와도 시큰둥하다가 뛰는 순간에는 어떤 책이든지 좋아하게 되지요.
따라서 책을 구입했는데 그 순간 안본다고 책을 파는 경우는 궁극적으로 책을 잘보는 아이로 키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집에 어떤 책이 있다가 아이의 관심이 딱 맞아 떨어지면 순간 아이는 그 책에 집중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수준을 달리하여 다양하게 사주면 아이는 이미 친숙한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갖고 깊게 빠져들면서 어느 순간 훨씬 높은 단계의 책을 보게 됩니다.
나경이가 책에 덜 집중하는 것은 멈춰있는 순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교구를 가지고 놀고 상상놀이와 같은 다른 활동을 왕성하게 하니까 책에는 뜸해질 수 있지만 엄마가 책을 강요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책 읽기를 격려하면 다시 책에 빨려드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요즘 아이가 '싫어'소리를 연발하고 옷입히는 것조차 힘든 것은 제1반항기의 절정에 달했다는 증거입니다. 이것은 자기기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바람직한 과정이기에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발달이 빠른 아이들에게는 소리에 민감한 특징이 많이 나타납니다.
친숙한 소리는 잘 받아들이지만 낯선 소리에는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길을 가다 오토바이에서 '빠빠라빵' 같은 소리가 들리면 무서워 울곤 합니다. 이것은 그만큼 상상력이 발달하고 이제 무섭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 것입니다.
무섭고 낯선 소리에 서서히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소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면 아이는 무서워하지 않게 됩니다.
아이가 무서워하는 소리의 의미를 알게 되면 곧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좋은 소리를 들려주어 귀의 민감성을 더욱 민감하게 만드세요.
엄마의 마음이 산만하면 아이의 마음도 산만합니다.
좀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아이와 놀면서 한글을 가르칠 것인가를 연구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