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아버님께 먼저 제 마음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딸아이가 이제 32개월째 접어들고 있는데요. 푸름이닷컴을 안 지 5개월 정도 되었네요.
딸아이가 어릴 때 병이 좀 있어서 전 아이의 건강 외로는 아무것도 신경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육아서적 한 권 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건강을 찾아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지요.
남편의 직장때문에 외국에서 임신을 하고 그곳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여러가지 기후나 풍토가 이이하고 잘 맞질 않아 저만 아이를 데리고 귀국해서 시댁에서 아이를 길렀습니다. 워낙 이해심이 많으시고 사랑이 많으신 시댁식구들이 아이를 함께 길러주셨지만, 제 마음에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둘이 낳았으니 둘이 길러야 한다"는 옛어른들의 말씀이 무엇인지 많이 실감했지요.
아이의 건강 문제와 여러가지 환경적인 문제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저에겐 육아라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아이와 있는 시간을 어떻게 소화해내야 할 지조차 잘 알지못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지요... 더군다나 아이가 18개월 되던 무렵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서 아이도 다리를 다치고 저도 심하게 다치는 일이 생기는 바람에 안그래도 약하던 제 몸이 더 약해지고 말았구요. 죽었어야 되는 사고였지만 천우신조로 살아나 두번째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두돌이 지난 후에야 남편과 제대로 된 가정을 꾸려 안정된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약한 체력에 제1반항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아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남편한테는 푸념만 늘어놓게 되었고, 아빠가 익숙치 않은 딸아이는 아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여러가지로 애를 태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푸름이닷컴을 알게 되었고, 전 몇날 며칠 충격에 휩싸여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꼐시구나..' 그러면서 차츰차츰 육아에 대한 제 마음과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푸름이아버님 강의테이프와 책들, 비디오테이프... 거의 한글자도 빠짐없이 기록하며 들어서 이젠 외우다시피 되었어요.
다른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이세상에서 최고 행복한 알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아이와의 생활이 너무 즐거워졌습니다. 아이셋맘님의 말씀처럼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과정들을 꽉 붙잡아 놓고 싶을 정도의 심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구요.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딸아이인데도 불구하고 말이 또래에 비해 많이 늦어서 26개월에도 두단어를 간신히 연결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른들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말을 잘합니다. 말하는 속도가 빠르고 능숙하진 않지만, 내면의 생각을 표현하고 주위 사람들을 걱정해주는 말들이 아이같지 않을 때가 많아요.
아빠와도 많이 친해져서 제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침에 출근시간이면 만사를 제쳐두고 뛰어나가 명절 때나 하는 큰절을 하면서 "다녀오세요"를 외칩니다. 그러고는 문밖에까지 나가 아빠 차가 떠날 때까지 보고 있다가 집으로 들어옵니다.
엄마가 좀 힘들어보이면 엄마를 업어주는 시늉을 하구요.
감기에 걸려서 집에서 겨자찜질을 해주려는데 아파서 안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하고 나서는 "엄마, 아까 정말 죄송했어요" 라고 할 정도로 "미안해요, 죄송해요"를 입에 달고 삽니다,
우는 아이들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가서 등을 두들겨주며 "울지마. 응?" 하고 달래주구요.
놀이공원이나 마트 같은 데 가서 아이들을 만나면 (초등학생같이 큰 애일지라도) 꼭 달려가서 손을 내밀며 반가움을 표시합니다. "만나서 반가워." 하면서 심할 땐 상대 아이를 끌어안기까지 할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낯선 어른들으 만나면 웃음 하나없는 얼굴로 입까지 닫아버려서 걱정이었는데, 얼마 전에 푸름이 아버님 질문 답변란을 쭉 보다보니 해답이 나와 있더군요. 아이의 분별력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거라 하셔서 걱정을 접었습니다.

다 옮길 순 없지만 정말 사랑스럽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젠 반항기도 거의 지나가고 있지 않나 느껴지구요.

제가 이렇게 달라지니 남편은 푸름이아버님은 은인으로 생각합니다. 워낙 바쁜 관계로 교육에 많은 동참을 하진 못하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진심으로 동의해줘서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배려깊은 사랑" 책을 시어머님께 권해드려 읽으시고 어머님도 더욱 제 편이 되어주셨구요.
정말 푸름이 아버님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제가 여쭙고 싶은 건 아이의 표정에 관한 겁니다. 대체로 집에선 밝은 편인데, 문득문득 아주 어른스러운 표정, 뭔가 깊이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을 때가 많습니다.
어떨 땐 아주 어두워보일 정도라 걱정이 많이 되네요. 엄마의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뭔가 완전히 행복하지 못한 듯한 느낌.. 아이가 어렸을 때 제가 완전한 배려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요즘은 정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어렸을 때의 영향 때문일까요?
히라이노부요시의 책을 읽으면서 저의 어린시절을 환하게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러니까 어른들의 칭찬에 의해 그 어느 누가 보기에도 완벽하게 칭찬을 들으며 자라지만, 그 아인 진짜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
전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원만하게 자라나면서 남들이 보기엔 뭐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것처럼(정신적인 면에서도)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 세상이 참 불행하게 느껴졌었 거든요.
그래서 제 아이만큼은 꼭 절대로 저같이 키우고 싶지 않는데(완벽주의에 칭찬으로 가장된 듯한 모습..) 자꾸만 아이에게서 제 모습이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제가 거기에 너무 집착해서일까요?
전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남들보다 뛰어는 것보다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나가길 바라거든요.
공부 좀 못해도 남들보다 좀 뒤떨어지는 것 같아도 실제로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행복이니까요.
혹이라도 부정이나 좌절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아이게서 자꾸만 그런 면들이 느껴져서 제가 어떻게 해줘야 될 지를 모르겠어요.
그리고 푸름이닷컴을 알게 되면서 책을 본격적으로 읽히기 시작해서 지금은 아주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책 읽어주기를 요구해서 제가 밥으로 먹으면서 읽어줘야 할 정도로요. (물론 단계는 아직 낮습니다.)
그런데 책 읽는 시간 외로는 "엄마, 심심해요" 라는 말을 수시로 합니다. 그런 내용에 대해서도 질문답변란에 나와있길래 지금 진행 중인 한글을 빨리 떼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요. 문제는 제 나름대로 이리저리 검색하고 책들을 사다놓고 보며서 음악놀이, 미술놀이... 여러가지 같이 해주려고 하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거예요. 별로 재미없어하고 어떤 건 아예 하려고들 안합니다.
아주 집중해서 하는 건 블록쌓기하고 가위질입니다. 그건 엄마를 안 찾고 30분 정도까지 하니까요. 그 외로는 끊임없이 엄마를 찾아대지요. 그래도 그런 과정이려니 하고 더 많이 안아주려고 노력 중인데... 제가 걱정인 건 그런 놀이들을 싫어하는 게 혹시 자발성과 자신감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물론 바지, 잠바까지도 혼자 입고, 밥도 어느정도 혼자 먹고, 세수도 혼자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자발성이 제대로 발달한 것 같지만, 놀이면에선 전혀 그래보이지 않거든요. 자신감도 많이 없어보이고..
제가 너무 아이에게 집착하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여쭙고 싶은 건 정리에 관한 문제인데요. 아이를 어느 정도 동참시키지만, 아이가 어질러놓은 것이 워낙 많다보니 아이가 치울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고, 거의 제가 치우게 되지요. 주로 아이가 잠들고 나서 치울 때가 많구요. 제가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아이가 어질러놓는 걸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이젠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서 그냥 지켜보는데요.
몬테소리책에 보니 두돌부터 2년이 질서에 대한 민감기라 그때 정리에 대한 훈련을 시키지 않으면 그 습관은 절대 들일 수 없다 하여 좀 걱정이 되어 어느 정도 놀았고 이젠 정리할 때가 되었다 싶으면 "이제 같이 정리할까요? 엄마 좀 도와줄 수 있겠어요?" 하면 같이 하긴 하지만... 별로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어두운 표정이 되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마냥 놀고 책을 보게 두다가는 엉망인 상태로 잠자리에 들게 되니까요. 지금 꼭 정리를 시키지 않아도 나중에 크면 하게 될려나요?

어떤 면으로는 적극적이고 활발해 보이지만, 어떤 면으로는 지극히 소극적이고 내성적으로 보여 아이의 내적 행복이 줄어들어버릴까 너무 염려가 되어 이렇게 망설이다 글을 올립니다.
좀 더 적극적이고 밝은 아이,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마음껏 누릴 줄 아는 아이, 낙천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어떤 면을 더 보완해야 될 지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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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아가 님

모든 면에서 조심스런 분이군요. 저에게 보내주신 감사의 마음, 즐거운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교통사고를 당했군요.
저희 가족도 최근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는데 차는 많이 부서졌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순간에 교차하다 보니 요즘은 옆에서 차가 조금만 다가와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푸름이닷컴의 회원 중에 우주아빠가 척추전문의학인 카이로프랙틱을 정통으로 배운 아주 뛰어난 물리치료사여서 저와 푸름이엄마, 푸름이, 초록이 모두가 치료를 받았는데, 지금은 교통사고 나기전보다 몸이 좋아졌습니다.
저는 푸름이교육법을 열기 이전에 대체의학을 오래하고 척추전문병원까지 운영한 경험이 있어 누가 어떤 치료를 할 때 한번 몸으로 치료를 받아보면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를 그 자리에서 알 수 있는데 우주아빠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선 최고의 치료사입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남아있다면 푸름이닷컴에 문의하셔서 우주아빠의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하세요. 푸사의 회원 중에 뛰어난 분이 많이 계셔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으니 또한 좋으네요.

질문에 순서에 따라 답하겠습니다.
먼저 아이는 사랑을 많이 받아 그 사랑을 부모님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엄마 미안해요, 죄송해요"를 입에 달고 다닌다는 글에서 알 수 있지요.
배려깊은 사랑이 깊을수록 아이는 엄마가 시킨 적이 없는데 조그만 것에서부터 엄마의 안색을 살피고 엄마와 아빠를 위로합니다.
또한 분별력도 뛰어난 아이입니다.
별아가님은 어릴 때 남들이 보기엔 부족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세상이 참 불행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경험때문에 아이를 염려하시는데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별아가님의 경우는 부모님의 제한된 의식의 한계 내에 자신을 맞추려고 했던 경험때문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을지 모르지만 아이는 비록 병과 교통사고로 힘든 어린 시절이 있었지만 여러 사람으로부터 진심어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단지 말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과 마음으로 하는 사랑을 받고 있기에 아이의 입에서 '미안해요, 죄송해요'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입니다.
아직 아이가 엄마를 찾는 것은 좀더 많은 사랑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기적의 힘든 과정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곧 엄마를 찾는 것도 끝이 날 겁니다.

놀이에서 엄마가 이것저것 해주려고 하지만 우선 순위는 엄마가 해주는 것보다는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더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배려깊은 사랑입니다. 아이가 블록쌓기와 가위질이라는 자기 좋아하고 분야를 이미 엄마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하려는 것을 끌어내어주는 것, 그것이 교육의 본질입니다.
엄마가 음악놀이나 미술놀이 같이 이것저것을 쓸어넣으려 하면 아이는 당연히 관심없어 합니다.
저는 누누이 강조했습니다. 교육은 아이의 내부에 존재하는 위대한 힘을 끌어내는 것이지 외부에서 무엇인가를 쓸어넣는 것은 아니라고...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억지로 가지 마세요.
마음껏 어질러 놓으면서 놀게 하세요. 지금은 좀더 어질러 놓아도 됩니다.
아마 별아가님이 어릴 때 치우지 않으면 안되는 부모님 아래서 성장했기에 치우는 것에 대해 유별난 점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놀 때는 치우는 것을 염려하면서 놀게 하면 안됩니다. 그런 경우에 아이는 집중하지 못합니다. 질서에 대한 민감기에 의식이 걸리지 않게 해주세요.
36개월까지는 마음껏 놀게 하시고 엄마도 마음껏 사랑해주세요. 그 이후에 치우는 것은 일종의 신나는 놀이처럼 하면 됩니다. 간섭없이 원없이 놀았던 아이들은 치울 때도 즐겁게 치웁니다.

아이가 적극적이고 밝은 아이가 되길 원한다면,그리고 행복하고 낙천적인 아이가 되길 원한다면 별아가님이 먼저 자신의 내적불행을 떨쳐버리고 염려와 근심보다는 기쁨과 행복으로 아이를 키우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