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이름을 불러 여쭈어보는게 큰 실례인줄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불러봅니다.
저는 대전에 사는 48개월된 아들을 두고있는 직장맘입니다. 늘 여쭈어보고싶은 것도 있고해서 언제 대전에 오시면 휴가를 내고서라도 꼭 뵙겠노라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바로 오늘 오셨었겠네요... 그런데 저는 오늘 직장에서 큰 행사가 있는 날이라 휴가를 내지도 못하고 뵙지 못했답니다. 오시는 날이 직장 행사일과 겹치는걸 알고 어찌나 아쉽던지요... 이렇게라도 바깥 사람들에게 하지않는 우리 아들에대한 말씀을 드리고 또 말씀을 듣고 싶었습니다.

제 아들에 대한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아이가 17개월 되었을때 푸름이 닷컴을 알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잘 자라주었습니다. 엄마 육아의 중요성을 깨닫고 말씀대로 세돌까지 휴직을 했었지요(지금도 이일이 제 평생에 가장 잘한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제가 직장에 다니다보니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한글은 그닥 빠르지 않게 세돌이 좀 넘어 뗐지만 말은 정말 빠르고 어휘 구사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놀랬었습니다. 결코 다른아이것을 빼앗거나 폭력을 쓰는 경우도 없는 아이지요. 허나 자존심이 엄청 강하고 시키는건 거의 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하죠... 언젠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난 내가 하고싶은거 하고싶어요... 엄마나 선생님이 시키는거 말구요...'
유치원 선생님도 집중력은 굉장히 뛰어나지만 뭘 해보라는 지시에는 하고싶지 않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시더군요... 또, 아직 아기인것 같은데도 조금이라도 명령조로 말하면 엄청 기분 나빠합니다. 아이를 조금이라도 가르쳐 본 분은 상상력과 집중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선생님이 한 말을 너무 잘 기억하고 있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으나 선생님 의도대로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이 하는 율동 거의 따라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스티커 붙이기 절대 안합니다. 한글을 뗄때도 푸닷어머니들이 해주는 놀이들이 거의 다 통하지 않았죠. 본인이 원하는 놀이만 해야합니다.통글자는 안좋아하고 '가나다라'와 글씨 쓰기로 뗐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효과는 엄청 좋았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말을 많이해주고 책을 많이 읽어서 언어능력이 발달했는지 영어도 아주 잘 받아들입니다. 지금 어느정도의 의사소통이 영어(문장)로 다 되지요... 작년에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미국 사람도 깜짝 놀라더군요...영어 단어나 문장도 한두번 알려주고 혹시나해서 보면 그 의미를 잊는 경우가 거의 없는것 같아요...

요즘들어 제가 걱정이 되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첫째, 얼마전 유치원 학부모 공개일에 갔더니 유치원 원장님이 공부 너무 많이 시키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전 너무 놀라 직장맘에다 피치 못하게 공부까지 해야해서 일주일에 이틀은 저녁에 대학원까지 다니느라 살부빌 시간도 모자라다고 말씀 드렸지요(다행이 그런 날은 아빠가 일찍 와서 밖으로 나가 신나게 놀아주거나 서점에 가거나 아빠와 좋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랬더니 그럼 다행이라고하시면서 아이가 너무 모르는 것이 없어 그렇게 생각했다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정말 똘돌한 아이 두었다고 칭찬(?)도 해주시더군요...저의 고민은 이런말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어휘력이 풍부하다, 한번 말해주면 정말 잊어버리질 않는다라는 말들에서 이제는 말하는게 너무 어린아이같지가 않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너무 빨리 정신적으로 성장해서 어린시절을 잃을것 같다는 말들과 함께 저보고 잘 생각해보라는 조언까지 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좋아하는 책은 주로 과학책과 백과사전, 사실 위주의 책들이고 빠진 영역들이 자동차, 중장비, 공룡에서 버섯, 인체, 지진, 화산, 악기, 곤충, 바다생물, 비행기, 전쟁, 무기, 김치, 요리, 병원, 위인, 법원, 태아, 상어 등 다양하다보니 이런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지간한 어른도 당해내기 어렵지요...
그런데 이렇게 키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좋아하는 것 읽게 해주고 보여주고 했는데 어린시절을 잃을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죄책감이 드는게 이게 맞는 길인지 의구심이 좀 듭니다.

두번째는 책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휴직하고 있을 때에는 정말 책을 좋아하고 정말 놀다 책보고 책보다 놀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복직을 하고 아이도 유치원에 4살부터 일찍 다니다 보니 아이도 피곤하고 저도 피곤하고 읽을 시간도 별로 없고 하다보니 이제 자기전에만 항상 읽는 패턴이 되었습니다(보통 1시간 정도). 너무 속상하지요.. 푸닷에 들어와 유치원 안보내고 계속 책읽어주고 실컷 놀게해주는 얘기 들을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읽을 수는 있는데 읽기 독립을 못한 상태입니다. 얼마전에는 좋아하는 정말 긴 위인전을 혼자 다 읽어 정말 놀랐는데 다른 책들은 한쪽에 3,4줄만 있어도 글씨 많아 못읽겠다며 저에게 읽으라고 합니다.
책에 대한 열정도 예전보단 많이 식은듯 합니다. 놀다가 책읽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자기전에만 항상 봅니다.
제가 여기서 고민하는건 만만한 책으로 읽기독립을 더 시도해야하는지 하는 것입니다. 한글뗀지 1년이 다 되가도록 읽기 독립이 안된건 제 책임일텐데 책사랑이 많이 식은것 같아 혹 그나마 흥미를 잃어 안읽을까봐 두려운 마음이었더랍니다.
아이가 읽을 수 있는책은 보통 읽는 책보다 너무 쉬워 재미가 없어 하는것 같았거든요.
예전처럼 책을 많이 읽는다면 얼마든지 읽기독립을 시킬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니 갈팡질팡 합니다.
그래도 맛있는 간식 주면 꼭 책 읽으라 합니다. 아마도 기분 좋을 때 책읽어 주면 기분이 더 좋아지나 봅니다. 이럴때 '그래, 책사랑이 좀 덜해지긴 했지만 좋아하니 됐다'고 마음의 위로도 해봅니다.

구구절절 긴 글입니다. 많이 바쁘시겠지만 답변 달아주시면 제 마음이 너무 가벼울거예요... 세상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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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뛰어난 아이입니다.자기주도성도 뛰어나고 예민하고 섬세 합니다.영재의 모든 특성을 그대로 보입니다.

아이들이 배움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가책을 좋아하고 성장이 빠르면 학습을 시켜 그런지 알고 어린절을 잃게 한 것이 아니냐고 은근히 비난하는 데 학습으로는 그런 성장을 이룰수 없습니다.죄책감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오히려 기쁨으로 지켜봐야지요.

책에 대한 독립은 이미 이루어 졌습니다.다만 유치원을 다니면서 정서적으로 부딪치면서 힘이 드니까 책도 뜸하게 보면서 읽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아이가 좋아 하는 분야는 높은 수준의 책도 읽으려 할 것입니다.

글줄이 작으면서 읽으면서 재미있어 뒤집어지는 책을 좀 사주세요.수준은 낮을 필요는 없습니다.아이에 대한 의심이나 혼동없이 좀더 있는 그대로 사랑 해주면 정서가 달래지면서 책도 더많이 읽을 겁니다.

아이를 잘 키웠습니다.이제는 흔들리지 마시고 그대로 곧게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