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이 필요합니다.

SITE MAP

COMMUNITY 커뮤니티

기타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숨결이 바람이 될 때>

폴 칼라니티 저 | 흐름출판

 


 

<숨결이 바람이 될 때>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폐암 환자이기도 했던 

36세의 폴 칼라니티가 안락사 직전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본 책입니다. 

폴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문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문학과 철학, 과학, 생물학에 관심있던 그는 '생물학적인 동시에 

영적인' 인간을 이해하고 싶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 의학의 역사,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대 의과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에서 신경외과 래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연구 업적을 인정 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받기도 했고, 스탠포드 대학 교수겸 의사직 제안을 받습니다. 

위스콘신 대학에서는 신경과학 연구소를 맏아달라며 수백만달러의 예산 지원과 함께,

내과의사였던 부인 루시자리까지 보장한다는 제안도 받았죠. 

전문의로서 최고의 정점에 오른 순간,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루시와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울었다.

 CT 촬영 결과는 여전히 컴퓨터 화면에 떠 있었고, 

 의사로서의 내 정체성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암은 여러 내장 기관들에 침투해 있었고 진단은 명확했다.

 루시는 날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재혼하라고, 그녀가 혼자 남겨진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담보 대출을 이자가 더 낮은 곳으로

 당장 바꿔야 한다는 말도 했다.(147쪽) 


한편에서는 죽음을 준비하고, 한편에서는 미국 최고의 폐암 전문의

에마 헤이워드의 진료를 받으며 폴은 지금까지 의사였던 입장에서

환자로의 경험을 써나갑니다. 


 진료실 밖으로 나오면 내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신경외과 의사이자 과학자이며 전도유망한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느낄 수 없었다. 

 쇠약해진 몸으로 집에만 있으니 루시에게

 남편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두려웠다.

 나는 내 삶의 모든 문장에서 주어가 아닌 직접 목적어가 된 기분이었다.

 의사였을 땐 행위의 주체이자 원인이었으나, 

 환자인 나는 그저 어떤 일을 당하는 대상일 뿐이었다.(171쪽) 


종양이 줄고 있다는 치료 결과가 나오자 복직을 해서 다시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고,

그 사이 딸 케이디도 태어났고, 책을 쓰는 작업도 병행을 했지만 

곧 증세가 악화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릅니다.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이런 과거 완료 상태에 도달한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대부분의 야망은 성취되거나 버려졌다. 돈, 지위, 전도서의 설교자가 설명한

 그 모든 허영이 시시해 보인다. 바람을 좇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절대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한 가지가 있다. 

 우리 딸 케이디.

 나는 케이디가 내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는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234쪽) 


폴은 끝내 쓰던 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의미 없는 연명치료로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것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할 수 있을 때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이후부터는 아내인 루시 칼라니티가 쓰던 글을 이어갑니다. 


 폴은 부드럽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난 준비됐어" 

 바이팝을 떼고 모르핀을 맞으며 생을 마무리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곧 우리 가족은 병상 주변으로 모였다.

 폴이 결정을 내린 직후의 이 소중한 순간에 우리 모두는 

 그에게 사랑과 존경을 표했다. 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원고가 출판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폴은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담당의는 폴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었다.

 "폴, 당신이 숨을 거둔 뒤에 가족 분들은 힘들겠지만, 

 당신이 보여준 용기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빨리 이겨내실 겁니다." 


 (중략)

 

 한 시간 뒤, 마스크가 제거되고 모니터가 치워졌다. 

 그는 꾸준하지만 얕게 호흡했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아홉 시간 넘게 우리 가족은 그의 곁을 지켰다.

 의식을 잃은 폴은 눈꺼풀을 닫은 채 드물게 숨을 쉬었다.

 마침내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이었다.

 시부모님은 캐이디를 어른 다음, 

 손녀가 기분 좋게 누워서 젖을 먹고 잠들 수 있도록 다시 침대에 뉘었다. 

 사랑으로 가득한 병실은 지난 세월 우리가 함께 보낸 

 휴일이나 주말과 별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정말 용감한 팔라딘(폴의 애칭)이야." 

 그리고 나는 그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서 우리가 지난 몇 달 동안 

 함께 지은 시를 나지막하게 읊었다. 

 그 시의 핵심은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였다.


 (중략)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과 대면했고, 또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과 씨름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했다.

 "폐암에 대한 중요한 사실은 그게 결코 특별한 일이 아나라는 거야." 

 폴은 제일 친한 친구인 로빈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 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독자들은 잠깐 내 입장이 되어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처지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조만간 나도 저런 입장이 되겠지.' 

 내 목표는 바로 그 정도라고 생각해.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물론 폴은 죽음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죽음을 용감하게 해쳐나갔다.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로 한 폴의 결정은 더할 나위 없이 용감했지만,

 죽음을 기피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그리 칭송받지 못한다.

 큰 야망과 부단한 노력과 더불어 모질지 않은 부드러움 또한 폴의 강점이다.

 그는 어떻하면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오랜 시간 씨름했고 이 책이 그 본질적인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이 출판되고 나면 가족과 친지들은 폴의 레지던트 기간이 끝나갈 즈음

 우리 결혼 생활에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폴이 그 일을 글로 남겨서 기쁘다. 

 그것은 우리 진실의 일부이고, 우리가 관계를 재정립하게 된 계기이며, 

 폴과 나 우리 둘 인생의 고난과 구원, 의미를 보여주는 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는 폴의 가족에게서 큰 힘을 얻었다.

 가족이 모두 모인 오후엔 우리 집 거실이 작고 안전한 마을 같았다.

 좀 더 나중에 폴은 그 거실 테블릿 체어에 딸 케이디를 데리고 앉아

 로버트 프로스트, 엘리엇,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소리 내어 읽곤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런 소박한 순간에 신의 은총과 아름다움, 그리고 심지어는 

 행운까지 넘쳐나는 것 같았다. 이런 가족, 공동체, 기회가 있다는 것에, 

 우리 딸이 있다는 것에, 또 절대적 신뢰와 수용이 필요한 때에 

 서로를 만났다는 것에 우리는 크게 감사하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난 몇 년은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충만한 시기이기도 했다. 

 매일 삶과 죽음, 즐거움과 고통의 균형을 힘겹게 맞추며, 

 감사와 사랑의 새로운 깊이를 탐구한 시기였다. 


 폴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줬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불치병에 걸렸어도 폴은 온전히 살아있었다.

 육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었음에도, 활기차고 솔직하고 희망에 가득차 있었다.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이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찬 날들이었다.

 나는 폴의 이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중략) 


 폴이 세상을 떠나고 이틀 뒤 나는 일기장에다 케이디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좋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사람들이 지금 아빠를 칭찬하는 말들은 전부 사실이란다. 

 아빠는 정말 그렇게 훌륭하고 용감한 사람이었어." 

 폴의 목적 의식을 되돌아 볼 때면 종종 <천로역정>에 나오는 찬송 가사가 생각난다. 


 "진정한 용기를 보려는 자가 있다면

 이리로 오게하라.

 그러면 환상은 사라지고 

 그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여 순례자가 되고자 할 것이다."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겠다는 폴의 결단은 

 사람의 마지막 순간에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증명할 뿐 아니라, 

 그의 인생 자체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폴은 죽음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결국 그는 그 일을 해냈다. 

 나는 그의 아내이자 목격자였다.

 (252 ~ 264 부분 발췌)








번호 연령 제목 글쓴이 시간 조회 추천
[역사놀이] 마이아사우라_ 역사놀이 푸름이닷컴 2019-07-31 4040 -
[아빠놀이] 일상으로의초대님_ 아빠놀이 푸름이닷컴 2019-07-31 4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