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는 것을 박식하여 해박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성숙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이 지식과 경험은 무한대로 축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게 하지는 않는다.
성숙함은 기존의 맥락이 재맥락화 되어짐의 자동적 귀결이다.
모든 사람은 지금 어떤 맥락에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 맥락에서의 진실이 다른 맥락에서는 거짓으로 보이고,
다른 맥락에서의 진실이 이 맥락에서는 거짓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람는 맥락을 놓치는 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다.
마음은 순진무구하여,
자신을 몸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됨으로써 몸-마음은 맥락이 아닌
내용으로서 분리된 환상으로 살게 되고,
삶이라는 바다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가라앉는
파도가 된다.
이는, 자신을 바다가 아닌 일렁거리는 파도와
동일시 하는 바다의 어리석음과 같다.
자신의 진정한 실체를 알게 되면,
기존의 모든 다양한 맥락이 단 하나의 부드럽고
강력한 맥락으로 재맥락화 되어지는데,
아이는 비로소 성숙한 어른이 된다.
우리는 모든 어른이 다 성숙하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몸은 어른인데 그 안에는 어린 아이가 여전히 살고 있어,
끼어드는 차량이나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살인 충동이 일어남을 뉴스로 지켜본다.
갓 태어난 아이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알 수 있는 아무런 맥락이 없는데,
아이는 살면서 인연에 따라 이런저런 맥락이 되고,
마침내 자신을 단 하나의 맥락으로 녹여냄으로써
드넓고 무한한 바다와 같은 어른으로 성숙한다.
이는 수많은 강물이 돌고 돌아서 바다로 모이는
자연의 이치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