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도덕성을 키워주는 가정 교육
보상과 처벌이 즉각적인 복종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도덕 교육을 위한 방법으로
추천하기는 어려운 것은 가정 내에서 보상과 처벌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관찰하면 더욱 분명해 진다.
가족내 상호작용 중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행동을 이끌어 내거나 ("~좀 해 주겠니?")
억제하기 위해 ("동생 귀 잡아당기지 마라!") 하는 말이 많다.
뉴욕 대학의 마틴 호프먼이 살펴본 결과,
2~10세 사이의 자녀를 둔 부모가 아이와 나누는 말의
70%는 자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개입이라고 한다.
일곱살 아이는 하루 종일 6분에서 9분 간격으로
부모에게 간섭을 당한다. 이때 부모의 개입에는
전형적인 세 가지 기법이 동원된다.
그 중 첫번째 기법은 "힘의 행사"다.
협박이나 완력의 사용, 장난감, TV, 컴퓨터 따위의
압수 등을 동원하는 강제적 개입방식이라고 하겠다.
두 번째 방법은 "애정철회"로서 조금 다른 영역에 개입한다.
이 방법은 어른이 만족을 느끼거나 불쾌함을 피하기 위해
아이를 어른의 규범에 복종시키고 아이가 여기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아이를 무시하거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세 번째 기법인 "유추"는 아이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결과를 미치는지를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호프먼은 도덕원칙의 내면화 수준과
죄의식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 결과
'힘의 행사'는 도덕교육에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애정의 철회'는 별 효과가 없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귀납적 추론, 즉 유추는
부모님을 닮고 싶다는 욕망, 도덕규범의 내면화,
공감능력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먼저 유추는 아이의 관심을 자기 행동이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결과로 집중시킨다.
게다가 부모가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에
부모의 개입이 강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자유가 위협당하는
상황에서도 거부반응이 덜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체벌을
가하거나 애정을 철회하거나 하지 않고,
아이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결과를
함께 추론해 본다면 부모는 훨씬 일관성 있고,
본받을만한 모범을 아이에게 제시할 수 있다.
둘째, 유추는 아이의 불안감을 덜어준다.
호프먼은 유추가 도덕규범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
즉 내면화하는 과정에 이롭다고 보았다.
셋째, 유추의 주목할만한 결과 중 하나는
아이에게 '공감 능력'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아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 피해자에게
신체적, 심리적으로 어떤 결과를 미칠지 상상함으로써
자신이 그 고통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거나 죄의식을 갖게 된다.
아이가 피해자에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면
("봐라, 네가 퍼즐을 망가뜨려서 저렇게 울잖아")
이타적인 행동을 자극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공감 능력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뿐 아니라 토론과 의견교환을 권장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청소년은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청소년에 비해 복잡한 추론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로랑 베그 저 | 부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