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저번 베트남 출장을 남편이 갔던게 생각난다.
애가 너무 보기 싫어서
미칠것 같아서
하루종일 휴대폰으로 '상속자들'을 틀어놓고 아이팟을 귀에 꽂은채
하루를 견뎌야 했던 내가 떠오른다.
이번은 다르네.
그래도 많이 다르네.
어제 러블리낭님이 쓰신
내 아이라는 특별함.
그 글을 보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왜 박혜란작가님이 /손님/처럼 대해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다.
내 부속품으로서의 자식이 아니라,
언젠가 내 품을 떠날
귀한 손님으로 대해야 할 내 아이.
글 쓰고 나니 눈물이 난다.
내게 더 없이 소중할 내아이에게
'ㅇ ㅑ' 라고 윽박 질렀던 못난 애미를 용서해라.
너희가 싫어해 이 좁은 집안에서 숨바꼭질 하던 나를 용서해라.
너희의 말을 듣고 있다고 면박 주지만,
사실은 듣고 있지 않았던 나를 용서해라.
내 품에 늘 지니고 다니는 심장처럼,
뛰고 있지만 뛰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그 심장처럼
너희를 당연히 내 부속품으로,
때론 내 짐으로,
때론 내 외로움을 채워주는 도구로
너희를 생각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럼에도 내 사랑은 진실이기에
나는 오늘도 너희와 함께 살아간다.
하루를 버틸 힘이 없어 티비를 틀어놓고 멍하니 신랑을 기다렸던,
윤찬이 돌 전까지 그렇게 살았던 내가 생각난다.
외로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내가 생각난다.
지명아, 얼마나 외로웠니
지명아, 얼마나 말하고 싶었니
지명아, 지명아, 지명아, 지명아
ㅠㅠ
잘견뎌왔다
정말로 너는 잘 견뎌왔다.
직진으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
육아도, 성장도,
올 곧게 직진으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
충분히 아름답다.
충분히 아름답다 지명아.
아들아,
이번생애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너에게 주고 갈께.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다.
내 아들로 태어나서,
어미가 아니라, 아직 덜 자란 아이로 너를 대했지만
그럼에도 내게는 사랑이였다.
두려움에 너를 가두었지만
내게는 사랑이였다.
두려웠기에 너에게 내 두려움을 주었지만
그것 또한 사랑이였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했다.
잘가.
엄마.
잘가.
아빠
사랑했다.
사랑했다.
사랑했다.
이제는 지금의 나를 사랑할꺼야.
내 아이를 안아줄꺼야.
내 신랑을 안아줄꺼야.
아팠던 어린 지명이를 안아줄꺼야.
안녕히가세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당신들의 남은 인생을 축복합니다.
잘가시오. 잘가시오. 잘가시오. 자알가시오.
